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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물어주마 - 왜가 사라진 오늘, 왜를 캐묻다
정봉주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자의든 타의든 정봉주는 이제 매우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일로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그가 상징적 인물이 된것은 어떤 발언을 했느냐나 어떤 처벌을 받았느냐의 문제 아니라 단순히 표현의 자유 때문에 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그런 판결이 이상할게 있냐는 분위기로 바뀌는 중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입은 틀어막아야 정상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기준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인가, 아니면 권력자의 손을 들어주는 상대적인 것인가.
과거 포리송이라는 프랑스 리옹대학 교수가 독일의 아우슈비츠와 가스실이 단순히 루머일 뿐이라는 표현을 해서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 미국의 진보 지식인 촘스키가 그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해 함께 매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촘스키의 주장은 그의 발언에 대한 지지가 아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견해 표시였다. 그럼에도 촘스키는 반유태주의자로 낙인이 찍히며 큰 비난을 받았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래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생각만을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정직하다면, 괴벨스와 즈다노프의 주장까지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드는 표현만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p. 46)
정봉주 지금 팟캐스트 '전국구'를 진행하고 있다. 권력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만큼 당했으면 조용할 법도 한데 잡초처럼 참 질기기도 하다. 오히려 더 신나서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에 오히려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피선거권까지 제한되어서 이제는 뭘 해볼수도 없을텐데도 책 제목처럼 끝까지 물어뜯고 놓지를 않는다. 끝까지 물어준다는 말이 한편으로는 물고 놓지 않겠다는 의미이면서 한편으로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권력에 끝까지 반문하겠다는 의미이다. 끝없이 질문하는 사회, 질문이 제지 받지 않는 사회, 다른 편이라고 해서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가 민주주의이다. 자기편은 끝까지 지켜주고 상대편은 말살시키는 것은 결코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기준에 미달하다고 해서 무시될 수 없는 것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다고 해서 절대적일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상대에 대한 배척과 탄압의 전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식이 위협받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 정봉주이다. 과하게 싶을정도로 밝은 모습이 다행스럽게도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찡하게 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정봉주가 전국구를 진행할 때 큰 이슈를 다뤘던 것을 정리해 놓았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세문제, 세월호, 쌍용자동차, 국정원 해킹, 일본, 그리스 문제 등 우리가 특히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를 10개 골라 정리했다.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주제이면서, 민감하고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는 주제가 없다. 보수쪽에서 볼 땐 지나치게 편향된 이야기들의 연속이고, 진보에서 보자면 시원스런 대화들을 모아놓은 책이 될 것이다. 답은 시간이 지나 훗날 우리 자손들이 내리겠지만 여전히 진실은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진실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마지막으로 리영희 교수님의 유명한 한마디를 옮겨보고 싶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애국 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