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부검 -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서종한 지음 / 학고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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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자살 때문에 모인 장례식장에서 으레 망자와 친하지도 않던 어떤 이는 이런말을 꺼내기 마련이다. '죽을 용기로 살지.' 


가끔 죽을 용기가 생길 때 나는 그 말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죽을 용기보다 어려운 용기는 없다는 것', 그리고 '사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것보다 낫다는 것'. 을 전제하는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가 하고 말이다. 자살은 삶을 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려워졌다는 마지막 표현인데도,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죽는 것보다는 사는게 나은데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망자의 입장에 우리는 서지 못하고,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에 불과할 지 모른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심리부검이란 제목 밑에 쓰인 부제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였다. 자살하기 전에 손목을 여러번 그은 흔적이 남는 주저흔처럼 자살하는 사람이 죽기 전에 수천번 고민 했을 것을, 그리하여 어찌하지 못하는 그 짧은 찰나에 후회했을 것을 나는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래야만 나 또한 더 열심히 살 수 있을테니까.


내가 특히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라는 말이다. 이 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증거가 나는 자살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곤 한다.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결국 견뎌낸 사람들은 살아 남아서 여전히 그 믿음이 옮음을 증명하고, 그것이 아님을 증명할 사람들은 전부 신의 곁으로 갔으니 더 이상 증명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 책에는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여 있다. 심리부검이라는 것은 죽은 이의 사망전까지 행적과 주변인의 면담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 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는 좁게는 자살의 이유를 밝혀 내는 것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의 여부를 가늠하는 것, 크게는 주변인들의 심리적 치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리부검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사건은 1958년 LA 부둣가 추락 사건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의지(intention)를 밝혀내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죽은 이는 자살을 할 정황이 전혀 없어서 실족사로 판명이 났다. 그렇다면 정황이란 무엇일까. 죽은이의 삶을 중심으로 이전에 자해를 시도 했거나 트위터나 일기장에 남긴 기록, 죽음을 암시하는 행동, 약물 복용, 큰 충격을 준 사건 등을 전부 정리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발생시점에만 영향을 미치고 만 사건에서부터 오래전에 벌어졌지만 죽기 전까지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있다. 


또한 유서에서 쓰이는 단어와 형태도 대체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띤다. '죄송합니다. 미안하다. 아들. 열심히. 살아. 좋은. 여보. 싶다. 행복하게. 사람. 용서. 눈물이. 마세요.' 같은 단어들이 순서대로 많이 쓰인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엄마'였다는 사실이 듣는 이의 마음을 참 아프게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유서를 남기지 않으며, 한국은 특히 열 명에 한 두명이 남기는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의외로 준비된 종이에 유서를 남기지 않고 신문지, 포스트잇, 벽지 같은 데에 남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유서를 분석해 반복적으로 발견한 주제 세 가지를 설명한다. 그것은 외로움, 짐, 무기력이었다. 스스로가 혼자라는 생각과, 남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판단,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리력함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누구든 절망의 끝에 서 본 사람이라면 그 세가지가 왜 그토록 그들을 무겁게 짖눌렀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심리부검이 남겨준 가장 큰 숙제는 망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우리이게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영영 못듣고 지나쳤을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다시 한번 그를 상기하고 우리 삶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자살처럼 보이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 사건, 타살처럼 보이지만 자살의 징후를 보였던 사건, 그리고 자살할 것이 예견되었던 사건 등 많은 케이스가 나열되어 있다. 보험회서에서 근무했던 하인리히는 대형 사고를 분석하다가 대형 사고가 한번 있기 까지 29번의 경상자, 300번의 잠재적 부상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고가 나는데도 이렇듯 수많은 징후를 보이는데 하물며 사람의 일이 어찌 아무런 징후가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우리가 그것에 눈을 감고, '괜찮겠지, 견디겠지' 하면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런 징후를 그냥 넘겼던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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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물어주마 - 왜가 사라진 오늘, 왜를 캐묻다
정봉주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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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 정봉주는 이제 매우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일로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그가 상징적 인물이 된것은 어떤 발언을 했느냐나 어떤 처벌을 받았느냐의 문제 아니라 단순히 표현의 자유 때문에 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그런 판결이 이상할게 있냐는 분위기로 바뀌는 중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입은 틀어막아야 정상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기준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인가, 아니면 권력자의 손을 들어주는 상대적인 것인가.  


과거 포리송이라는 프랑스 리옹대학 교수가 독일의 아우슈비츠와 가스실이 단순히 루머일 뿐이라는 표현을 해서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 미국의 진보 지식인 촘스키가 그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해 함께 매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촘스키의 주장은 그의 발언에 대한 지지가 아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견해 표시였다. 그럼에도 촘스키는 반유태주의자로 낙인이 찍히며 큰 비난을 받았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래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생각만을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정직하다면, 괴벨스와 즈다노프의 주장까지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드는 표현만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p. 46)


정봉주 지금 팟캐스트 '전국구'를 진행하고 있다. 권력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만큼 당했으면 조용할 법도 한데 잡초처럼 참 질기기도 하다. 오히려 더 신나서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에 오히려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피선거권까지 제한되어서 이제는 뭘 해볼수도 없을텐데도 책 제목처럼 끝까지 물어뜯고 놓지를 않는다. 끝까지 물어준다는 말이 한편으로는 물고 놓지 않겠다는 의미이면서 한편으로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권력에 끝까지 반문하겠다는 의미이다. 끝없이 질문하는 사회, 질문이 제지 받지 않는 사회, 다른 편이라고 해서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가 민주주의이다. 자기편은 끝까지 지켜주고 상대편은 말살시키는 것은 결코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기준에 미달하다고 해서 무시될 수 없는 것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다고 해서 절대적일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상대에 대한 배척과 탄압의 전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식이 위협받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 정봉주이다. 과하게 싶을정도로 밝은 모습이 다행스럽게도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찡하게 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정봉주가 전국구를 진행할 때 큰 이슈를 다뤘던 것을 정리해 놓았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세문제, 세월호, 쌍용자동차, 국정원 해킹, 일본, 그리스 문제 등 우리가 특히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를 10개 골라 정리했다.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주제이면서, 민감하고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는 주제가 없다. 보수쪽에서 볼 땐 지나치게 편향된 이야기들의 연속이고, 진보에서 보자면 시원스런 대화들을 모아놓은 책이 될 것이다. 답은 시간이 지나 훗날 우리 자손들이 내리겠지만 여전히 진실은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진실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마지막으로 리영희 교수님의 유명한 한마디를 옮겨보고 싶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애국 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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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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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생각이 좋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생각도, '멍하게 있을 때 가장 창의적'이라는 기발한 발상에도 기꺼이 동감한다. 우리는 마치 브레이크가 튕겨나간 사람들처럼 조금만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으면 속도에 날아가 버릴 지경이 되어버리려는 중이다. 바이올린도 켜지 않을 땐 현을 느슨하게 해야 하는 법인데, 우리는 쉬는 것이 죄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스스로를 감시하는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그럴 때 한번씩 나오는 김정운 교수의 책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토닥이며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이번에 저자는 '외로워지라'고 말한다. 뭐 '아내와 결혼을 후회한다'라고까지 했던 발언의 강도에 비하자면 양호한 편이라고 봐야겠다. 


김정운 교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제목을 보고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 대충은 짐작할 것이다. 사실 우리 중에 격하게 외롭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고, 연기할 뿐이지. 우리는 온 종일 내가 속한 대열에서 이탈할 것 같은 두려움, 매일 같이 군집에서 도태될 것 같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사실은 그 속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도, 외롭지 않은 척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내가 '혼자'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토록 부정하고 싶더라도 실제는 외로운 것이라면 그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저자의 말은, 타인 혹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으로는 더는 버틸 수 없으므로, 이제는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거기서 답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운 것이 정상이라고 말하면서 그 현실을 즐겨보자는 말이다. 


이제 혼자가 되는 것을 인정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그것은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뭘 할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저자 또한 자신의 적성과 양심에 도무지 맞지 않는 교수직을 때려치우고 가장 처음한 생각이 '이제 뭘하지?'였다. 우리는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벗어날 용기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다음에 뭘 할지에 대해서 선뜻 자신있는 답을 내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일본으로 건너가 하고 싶었던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 나온 그림은 전부 저자가 그린 것인데 그의 자유분방함과 에로틱함, 그리고 나름의 그림 실력이 어우러져서 꽤 괜찮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글도 기발하고 그림도 독창적이어서 미술은 모르지만 나름의 고유한 영역이 있어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현실에서 한 발 떨어지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나는 올해도 사이버 대학교의 어느 한 과를 서성이고 있다. 매번 생각은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마음에 포기만 했었던 공부인데도 여전히 과감한 결정은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지금의 직장이나 가정을 소홀하게 해야할 정도의 일이 아닌데도 매번 주저하게 된다. 더 우스운 사실은 그런 후에 당장 3~4년만 지나도 이 우유부단함을 후회할 것이란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그럴때 나는 더 우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도 현실을 쉽게 벗어날 순 없다. 다만 조금만 노력하며 스스로의 삶에 여유 공간을 줄 수는 있다. 그러니 저자는 격하게 외로워져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다. 


그는 수용소나 정신병원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로, 무대 뒤의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삶, 모든 것이 공개된 유리방 같은 삶이란 얼마나 고단한가. 배후공간이 없는 삶에 익숙해지는 것만이 방법일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외로워지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 중년 사내들이 골프에 환장하는 이유가 어쩌면 열여덟번이나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도, 농담처럼 들리지만 뭔가 찡한 느낌이 있다. 우리는 누구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다. 좀 더 여유있고, 좀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홀을 다음 번에야말로 해내겠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다음 홀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도 천천히 걸으면서 지난 번 홀을 상기한 덕분이고, 바둑을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승부를 끝내고 편한 마음으로 복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는 것도 격하게 외로운 순간에 스스로를 마주하면서 공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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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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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었을 때 존 화이트 알렉산더의 '이사벨라와 바질 항아리'가 떠올랐다. 오빠들이 그녀가 사랑하는 로렌초를 죽여서 산에 묻어버리자, 그녀는 크게 슬퍼하며 그의 머리를 가져와 항아리에 넣고 바질을 심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사라져 버린 영혼에 대한 대체물로써의 육신은, 보편적인 상태에서의 공포나 이성으로 재단할 수 없는 광기의 투사물이 되어버린다. 이사벨라에게 그의 머리는 잘려진 인간의 신체가 아닌 로렌초 그 자체로 여겨진다. 이와 비슷하게 주인고 '담'도 그녀가 사랑하던 '구'가 죽고 나자 그의 시체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스레 닦는다.


만지고 물고 핥던 육신이 사라지는 것보다 괴로운 것은 자신과 기억을 공유하고, 반응을 보이며, 나의 기분에 맞춰 변하던 상대의 영혼이 사라지는 일이었다. 이를 알면서도 이사벨라, 그리고 이 책의 담이는 사랑하는 이의 시체를 곁에 두고자 한다. 그녀들에게 남은 것은 싸늘하게 식은 육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단하나의 흔적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으려 한다. 


말을 끝내고 다시 자리에 눕는데, 구가 말했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p.19)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이사벨라처럼 그의 시신을 두고 잠들 수 있을까. 담이 하는 것처럼 '구'의 몸을 하나 하나 뜯어 먹을 수 있을까. 그녀가 구를 먹는 장면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지만, 마치 백설기를 떼어 먹는 아이처럼 그녀의 마음은 천진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담에게 그것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직 그 방법만이 구를 그녀의 마음에서 되살아 나게 할 유일한 방법이었고, 구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구의 부모님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보증인인 구로부터 벌어들이는 돈 모두를 가져가는 사체업자들은 '결국 네가 가진 건 몸뚱이 하나 아니냐'는 말을 종종 했다. 담은 그 말들을 들으면서 잔인한 현실과 그들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분노해야 했다. 그런 말들은 인격적 의미를 가진 사람의 신체가 아닌, 정육점에 내걸린 고기를 볼 때 하는 말이어야 했다. 돈이 없으므로 그들의 육식은 한갖 고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며 영혼 또한 보잘것 없어져야 하는 현실을 담은 못견디게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올가미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담은 구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구의 증명'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쩌면 그녀가 그 방식으로 '구'는 고깃덩어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하나의 장기를 남기고 가는 돈 되는 고깃 덩어리가 아니라, 내가 먹어서 내 몸에 그대로 들어와 다시 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고귀한 존재 같은 것 말이다. 그녀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그의 몸을 탐했고, 그를 통해 그의 육신은 단순한 피와 살이 아닌 영혼을 가졌던 숭고한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먹지 않게 되었다는 것으로 미개함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피가 튀지 않고 뼈가 잘리지 않는 것만으로 인간은 훨씬 세련되어졌다고 해야 할까. 그보다 더 잔인하게 상대를 말살하는 일이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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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인간이 왜 같은 인간에 대해서 잔인할 수 있는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생존이나 번식이라면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행해지는 폭력의 과잉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 확실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탐욕과 비도덕이 만연하고, 경제의 척도로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당연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라면 서로를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배척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저자의 결론은 어떤것인지 해결책은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 지 궁금하다.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밝히고자 하는 책은 그동안도 많았는데, 유독 이 책이 이슈가 되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독창적인 생각에서 시작하는 반전 과정의 해석이 아닐까. 그가 제시하는 발전 과정의 촉매제는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이다. 수많은 인간 종 중에서 유독 우리만 살아 남은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는 과거의 수렵인들보다 행복할 수 있는 지 이야기 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 '권력 획득에 능숙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데는 미숙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 치열한 무력을'의 저자의 신간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가운데 어떻게 주체가 되는지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했다고 하는데 꽤 기대되는 책이다. 



요즘 유난 장자 관련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장자의 가르침은 '대붕'의 일화를 통해 처음 소개 되는데, 그렇다고 무조건 큰 꿈을 품고 크게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또 아니다.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집착에서 벗어나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삶을 말하고 있다. 우화를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장자는 노자에 비해서 읽기 쉽고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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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12-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은 뭐 이미 정해졌네요. 사피엔스와 아전과영혼. 근데 이거 두권되면 죽어라 하고 책만 읽어도 다 못읽을 듯. 맞으면 깔게요. 사피엔스는 진짜 강추.

고군분투 2015-12-01 22:26   좋아요 0 | URL
이번에 인터파크에서 포인트 줘서 사피엔스 사버렸는데 잘못된 선택일까요ㅋ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가는가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CREBBP 2015-12-01 23:19   좋아요 0 | URL
앗 김영사에서 교정본인가 프린트한 거 보내줘서 오자 잡고 있었는데는 농담이고 줄 팍팍 그으면서 싫컷 메모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간택이 안되신 모양이네요ㅡㅋㅋㅋ 이거 약올리는 거 맞죠? 대신 독촉 메일 계속 받고 있다는 날짜 넘겼어요. 출간전에 이슈를 만들길 원했던 거 같은데 서포터즈가 꿈쩍을 안해도 책이 워낙 좋다보니 알아서 이슈가 된듯 다들 샀더라구요.

고군분투 2015-12-02 07: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진짜? 그거 따로 신청했어요? 나는 못봤는데. 그냥 연재한다고 메일만 봤거든요. 게스님은 같은 서포터즈이면서 급이 달라서 따로 보내준건가요. OTL

CREBBP 2015-12-02 17:02   좋아요 0 | URL
(답글 달러 오려면 신간평가단 가서 뒤져서 링크타고 와야된다는..투덜투덜..)
근데 먼 말 하러 왔더라.. 까묵었네. 메일로 왔는데, 메일링 리스트에 보니까 전부가 아니라 한 열 명 정도 된 것 같은데, 책값이 비싸니까 다 주기 아까왔나.. 판매량도 늘려야겠고? 명단 보니 뭐 그렇다고 특별히 더 잘쓰거나 더 성실히 쓰는 사람만 뽑은 건 아닌 것 같던데 (ㅎㅎ 여전히 약올리는 거 맞는 거 같은 느낌)

CREBBP 2015-12-02 17:03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야전과 영원 으으으으 어제 배송받았는데 넘 어려워 그얘기 할려고 왔어요

고군분투 2015-12-03 00:43   좋아요 0 | URL
왠지 안사고 싶어지네요. 이미 책은 도착했지만. 야전과 영원. 그거 그냥 안 뽑히길 바라야 하나. 게스님 마저 어려우면 나는 한달은 걸릴텐데. 그럼 암것도 못읽는데.

고군분투 2015-12-03 00:45   좋아요 0 | URL
김영사 1기 때 먼나라 이웃나라. 팔지도 않는 이북을 받은적이 있는데, 그러고 리뷰 안올렸다고 생각해서 블랙리스트 오른게 아닌가 하는 나름의 핑계거리를. ㅋ 근데 다 올렸는데.

CREBBP 2015-12-03 17:32   좋아요 0 | URL
쉽고 어렵고의 문제도 그렇지만 심리학 용어라든가 철학적인 내용이 저한텐 모호해서 그런 것 같아요. 고군분투님은 심리서와 인문 철학 계통을 즐겨 읽으시니 저보다 쉽게 읽으실 듯, 어제 한 50쪽 봤는데 그냥 아 이 글자가 무슨 글자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면서 페이지를 50쪽 까지 넘겼다 라는 표현이 더 옳은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