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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1774년 25세에 괴테는 이 책을 썼다. 18세기의 사랑에 대한 한 젊은이의 글이 21세기에 전혀 무리 없이 읽히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그 소재가 인간의 영원한 숙제, 사랑에 관한 것이어서 그런가. 20세기 초 유럽의 많은 지성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괴테의 작품보다는 그 20세기 후세 작가들 작품을 먼저 읽다가 어느 날 의문이 생겼었다.
도대체 이 괴테란 인물은 누구인가. 그가 남겼다는 영원불멸의 <파우스트>는 어떤 작품인가. 그때는 문학 공부를 하던 때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읽어야한다는 의무감이 먼저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공부를 하던 때임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두 권의 책으로 된 그 책을 1권만 간신히 읽고 던져버렸다. 설명을 읽어야 간신히 뜻을 조금이라도 새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과 악,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의 영혼에 대한 복잡한 얘기가 아닌 한 젊은이의 사랑의 열병에 관한 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아주 쉽게 읽혔다. 너무나 이해가 잘 돼 오히려 충고를 해주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내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그 젊은이가 겪는 사랑의 도취, 행복, 슬픔... 그런 것까지 현대의 오늘날 우리도 사랑하면서, 연애를 하면서 겪는 것이기 때문에 더 와 닿았던 게 아닐까. 현대의 시각으로 잠시 그를 보자면, 그는 사랑에 대해서는 좀 다혈질의 성격이었던 것 같다. 격정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면 조울증도 겪었던 것 같고, 그 사랑이 현실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모든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순정파였다.
사랑에 있어서는 어차피 나눔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소유”했더라면 그 사랑이 영원했을까... 그랬다면 어쩌면 자살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베르테르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어찌할 수 없자, 자살을 할 수밖에 없다. 현대였더라면 그 상황이 다르게 펼쳐졌을까. 어쩌면 사랑을 하는 각자의 성향이 문제가 아닐까.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은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와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 당시 상황을 볼 때, 괴테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고, 또 평등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존경받기 위해서 이른바 천한 사람을 일부러 멀리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마치 패배하는 것이 두려워서 원수를 보고 도망치는 비겁한 친구나 마찬가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마음의 공감 그리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감수성... 연애나 사랑에는 그것이 정말 중요하겠지만 생활인 결혼에 있어서는 그보다는 다른 덕목이 앞서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까? 이런 말을 해서 안 될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빌헬름! 그녀는 알베르트보다 나와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알베르트는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은근한 소원을 남김없이 풀어줄 만한 그런 인물은 아니다. 감수성에 일종의 결함이 있지. 결함이라, 그 해석은 자네의 자유지만, 똑같은 느낌으로 가슴이 뛰는 그런 마음의 공감이라는 것이 알베르트에게는 없단 말이다.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과 로테의 마음이 하나로 부딪치는 그런 대목에 가서도, 그 밖에 수많은 여러 사건에서 제3자의 어떤 행위에 우리가 감동하여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빌헬름, 그래도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그만한 사랑이면 어떤 보답인들 못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