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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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아는 작가 황석영의 가장 대단한 점은 바로 그의 문학적인 힘이다. 작가들은 그게 상상력이든 삶이든 철학적 사고든 세상에 대한 분석과 고찰이든 모두 어느 정도는 자신들이 살아온 삶, 겪은 경험, 쌓아온 지식 등에 기대기 마련이다. 그게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순전히 작가들의 문학적인 힘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적 힘은 황석영에게 있다고 한 것이다. 그에게 주어지는 어느 소재, 어느 주제든 그가 만들어내는 문학은 모두 성공작이다.  

이 소설은 영원한 문학청년, 황석영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주는 소설이다.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앙드레 지드는 이제 책을 던져 버리고 젊은이들에게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미지의 세상도 좀 보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지상의 양식’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이 세상 속에 있다고. 이제 21세기 한국에서 황석영이 외친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공부만 잘 해야 하는 우리 사회, 의사, 판/검사가 되어야 출세를 했다고 하고, 머니가 최고인 이 세상에서 정답은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그 정답에서 비껴가는 수많은 젊은이들, 삶이 훨씬 더 많은데, 이 사회는 우리에게 그 정답만을 강요한다. 그 정답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겐 얼마든지 각자에 맞는 해답이 있는데 말이다. 각자의 형편이나 적성, 능력,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고 각자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소설은 이에 대한 또 하나의 대답이다.

이 소설을 읽는데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청소년기를 한참 지난 나도 이럴진대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은 오죽하랴.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길을 떠나고 많은 경험을 직접 하라는 하나의 제시만 있는 게 아니다. 등장하는 여러 명의 청소년들의 모습이나 생각을 통해 각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청소년들이, 부모들이, 선생님들이 그리고 이 사회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고 글씨만 쓰구.” 그러게. 간혹은 글씨만 쓰지 말구 별도 좀 보자구.

“뭘 하러 흐리멍텅하게 살겄냐? 죽지 못해 일하고 입에 간신히 풀칠이나 하며 살 바엔, 고생두 신나게 해야 사는 보람이 있잖어.” 그렇다. 뭘 하든 흐리멍텅하게 하지 말고, 고생이 되더라도 신나게 해보자.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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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풍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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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나의 좁은 세상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 모습은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매일 들려오는 소리, 매일 만나는 같은 사람들 속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보게 되는 나의 세상이겠다.

이스마엘 카다레, 처음으로 접해보는 알바니아 작가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동구권 나라 중의 나라 중의 하나라는 나라처럼 이들도 우리 한국을 그렇게 알고 있겠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삶을, 그들의 유령을 그래서 조금 엿보게 되었다. 

이 작품집에는 <광기의 풍토>, <거만한 여자>, <술의 나날>, 세 작품이 실려 있는데, 첫 작품부터 풍기는 그 독특한 분위기에 빠졌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는 가족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나레이터인 어린이가 있다. 한편에선 과거의 유령을 그리워하고 그 옛 유령들은 겨울의 문턱을 어슬렁거리고 ‘나’ 말고는 유령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밤이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더 많은 생각이 우글댔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변장을 한 광기가 교묘히 스며들어 있었다.”

두 번째 작품에서는 새로운 체제로 인해 쫓겨난 구시대의 인물들 가운데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노파가 있고 새로운 군대에서 소위지만 너무나 못생겼고 노파의 너무나도 못난 딸이 있다. 와중에 소위는 군대에서 쫓겨나고 노파의 그 못난 딸과 결혼한다.   

“노파는 경멸 서린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한 경멸의 대상은 다름아닌 신부나 사위, 예식, 이런 것들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 모두를 뭉뚱그려 멸시했으며, 거기에는 자신의 딸도 포함되어 있었다. 매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노파는 생각했다. 그것이 마치 딸의 책임이라는 듯 다소 짜증을 내면서. 딸의 세련되지 못한 용모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매력은 고사하고 얼굴에서 지성미의 흔적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 딸에게 호감을 느껴 잠시나마 마음을 빼앗길 남자를 찾기란 쉽지 않을 성싶었다.”

그들은 어쨌든 한 가족을 이루며 산다. 어쨌든간에. 그러나 노파는 만족하지 못하고 사위는 어떻게든 가족과 함께 사회에서 문제를 안 일으키며 살고자 애쓴다. 사위가 미워둑겠는 노파는 사사건건 사위를 물고 늘어지고 사위는 비굴하게든 아첨을 해서든 그 사회에 그 가족에 적응하며 살고자 한다. 늘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따져보아야 했다. 결국 그는 두 극단만은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즉 지나친 열성을 발휘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과, 평상시에 하던 일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 이 두 가지 모두를.”

세 번째 작품은 격동의 물결이 지나고 권태의 세상을 접한 두 젊은이의 ‘살아가기’이다.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도와주지 않는 세상, 늘 같은 그 세상은 그들은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 N시로 떠나지만 그들의 삶은 그들이 변하지 않는 한 같을 수밖에. 결국 또 술이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사는 게 지겨워진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었다. 새롭고도 신선한 무언가가 이 삶에 끼어들어야 했다. (...) 결국 그 시기에 우리는 여러 술집을 전전하며 코냑을 마셔대면서 말없이 술기운에 젖곤 했다.”

한편 신비스러워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또 한편 그 역사, 그 당시의 분위기, 그 사회,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내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밖에. 어느 사회나, 어느 세대나, 어느 나라나 그런 격동, 그런 권태를 겪기 나름인지도 모르지만 역시나 다른 분위기, 다른 사고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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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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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에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이 나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받은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장면은 띄엄띄엄 몇 장면만 기억이 나지만 이후에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그 강렬했던 스토리는 결코 잊지 않았다. 역사나 정치,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사랑 등 워낙 다루는 주제도, 등장하는 인물들도 방대한 작품이었고 멋지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들의 매력으로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속편이라고 인식하는 ‘원작 이후의 스토리’보다는 사실, 같은 이야기를 좀 더 폭넓게 그리고 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 같다. 물론 레트에게 포커스를 좀 더 맞추고 스토리가 세세한 면에서 약간 다르긴 했지만 레트의 어린 시절부터 남북 전쟁을 거쳐 타라의 농장이 타버리는 장면까지 그리고 영화와는 약간 다른 결말까지 거의 7백여 쪽에 달하는 이야기를 단숨에 읽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이, 마치 한편의 서사 드라마를 보듯이 말이다.

남북 전쟁을 전후해 이루어졌던 사회 격동의 이야기를 폭넓게, 수많은 인물들과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는 당시 그리고 현재 미국사회를 이해하는데 마음이 아프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짧은 역사지만 그들도 인류가 함께 모여 사는 데 있어서 필수인 악과 선을 거쳤고 서로 다른 이념으로 전쟁을 치렀고 또한 사회적 변혁을 겪으며 결코 순탄치 않은 역사를 이루어낸 것이다. 

그 많은 주제 가운데에서도 역시 내가 제일 주목한 것은 사랑이었다. 세월이 변해도 어떤 사회에서도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숭고한 감정, 그것이 또한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이나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남녀 간의 감정이든 간에 사랑임에는 틀림없으니까.

“당신은 남자가 가진 것을 전부 쥐어짤 겁니다, 스칼렛. 몸과 마음, 영혼, 생각까지도. 그리고 그것을 전부 갖지 못하면 끔찍하게 괴로워하겠죠. 난 당신의 마음과 영혼을 전부 원하지 않을 테니 당신은 상처를 받을 테고……” - 애슐리가 스칼렛에게.

‘뭐가 잘못된 걸까?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걸까? (...) 그럴 수 있을까? 존의 사랑만으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여자의 마음은 절대 남편의 헌신으로 돌아설 수 없다!’ - 로즈메리의 생각.

“아뇨, 오빠가 가져가요. 우리 버틀러 가는 사랑에는 늘 젬병이에요. 너무 늦게 사랑하거나 엉뚱한 사람을 사랑하거나 전혀 사랑하지 않거나. 스칼렛한테 이 스카프를 주세요. 예전에 전 이걸로 오빠의 사랑을 확인했어요. 이제 우리 가여운 메그의 사랑까지 더해졌어요. 오빠, 부탁이에요. 이걸 사랑하는 여자한테 주세요.” - 로즈메리가 오빠 레트에게.

“곁에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거나 허전하거나 아니면 불행할 것 같은 그런 여자가 있었느냔 말입니다요.” “기분이 좋거나 가끔 전율을 느낀 적은 있지. 하지만 그런 사랑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럼 아직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는 겁니다요.” 투니스 보노가 확고하게 말했다. “진짜 사랑은 안 해보신 겁니다요. 사랑은 그런 느낌이거든요.” - 사랑에 빠져본 적 있느냐고 묻는 레트의 친구 투니스와 레트의 대화.

사랑이 가득 담긴 노란 실크 스카프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럼요. 아무것도 아니죠. 우리 친절하고 아름다운 숙녀분에게는 아주 작은 싸구려 사랑의 징표일 뿐일 테니까.”라는 자조적인 조롱이 되고 최고로 비싼 카메오 브로치를 받은 벨이 왜 자신에게 그걸 주느냐고 묻자 레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왜냐면 벨, 당신한텐 노란 실크 스카프를 줄 수가 없거든.”

결국 그 노란 스카프가 애슐리의 어깨띠가 되어 있는 걸 본 레트는 서로 다른 많은 여자들 모두 사랑할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 애슐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를 선택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선택하니까요.” 그리고 덧붙인다. “남녀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모르는 채 평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가짜 사랑을 받아들이고 사는 거죠.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타다 남은 차가운 재를 구분하지 못한단 말입니다.”

“(...) 그런데 남자들은 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잔인하게 구는 거죠?”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 노처녀가 남자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았으면 왜 노처녀가 됐겠냐고?” - 샬럿이 묻자 줄리엣이 하는 답변.

“우리 새리는 아무나 골라서 결혼할 수 있었지. 사과 주스에 벌이 모여들 듯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거든. 근데 나를 발견한 거야. 사랑은 그렇게 우연히 찾아오지.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니까.” -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과장수 노파 부부에게 결혼한 지 얼마나 됐냐고 레트가 묻자 남자가 농담을 하다 결국 대답한 말.

“예전에 저희 아버지가 버틀러 가에는 나쁜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버틀러 가에 저주가 내렸다고. 아무래도 그 저주는 사랑의 결핍 같아요. 저는 아버지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존과 결혼했고, 순수하고 친절한 착하디착한 존을 무시했죠. 잘못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죠. 멜라니, 순수함이나 친절, 선량함 같은 것은 아주 조금씩 누적되면서 천천히 그 효과를 발휘한답니다. (...) 결혼은 착한 남자하고도 해보고 방탕한 남자하고도 해봤으니 다시 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혹시라도 다시 하게 된다면 절르 필요로 하는 사람과 했으면 좋겠어요.” - 로즈메리가 멜라니에게 쓴 편지에서.

스칼렛의 사랑 아닌 사랑에 상처받고 엉망이 된 레트를 무법자들 소굴에서 찾아내 데리고 나오는 테즈에게 레트가 하는 이 말은 최고의 사랑의 정의이다… 세상 사람들아, 우연히 다가오는 사랑, 하라 그리고 지키라!

“사랑은 우연이야, 테즈. 언제 다가올지 모르지. 그러니 영혼을 걸고 지켜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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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2disc) : 일반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없음
곽재용 감독, 조인성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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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딸하고 함께 볼 것! 음악도 넘 좋다. OST는 언제 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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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꺄디숑
세귀르 백작부인 지음, 원용옥 외 옮김 / 계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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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즐겁고 웃겨요, 꺄디숑... (이유 있는 평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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