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이 그린 라 퐁텐 우화
장 드 라 퐁텐 지음, 최인경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일단 책을 받자마자 죽 훑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샤갈 그림이 듬뿍 들어있다. 어릴 적 보았던 성서 그림이 모두 흑백이었는데, 이건 모두 칼라 그림이다.

그림도 모르면서 대학 시절 난 유난히 샤갈과 고야를 좋아했다. 종교가 없던 내게 샤갈이 굵은 선으로 그린 성서화들은 모두 신비롭고 유연한 그림들이었다. 고야의 그림은 반대로 하나 같이 어둡고 가난한 그림들이었다. 세상의 아픔을 그림으로 그대로 표현했던 고야의 그림은 그래서 아프게 내 마음에 박히던 때였다. 물론 고흐나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도 좋아하고 피카소도 무지 좋아하지만 샤갈은 여전히 어릴 적 내 마음을 흔들던 신비 그 자체였다.

또한 라 퐁텐 우화는 내가 가끔 세상일이 잘 안 풀릴 때, 가끔 너무 힘들고 외롭다고 느낄 때 꺼내 아무데나 펼쳐보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그만큼 쉽고 간단하게 세상 이치를 설명해주고 있으니까. 그런 우화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선으로 이해할 아량이 생긴다.

이 책은 작고 예쁜 책이다. 이런 라 퐁텐 우화와 칼라풀한 샤갈의 그림이 함께한 즐거운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읽고 볼 수 있는 책이다. 늘 곁에 두고 언제나 기분이 꿀꿀할 때, 또는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또는 잠자기 직전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무데나 펴서 그날의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의 상태나 내 상황에 따라 라 퐁텐의 우화는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글과 그림 모두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

화해를 하자며 수탉을 꼬시는 여우에게 수탉은 이렇게 대답한다.

“오, 이런! 여우님, 이보다 더 기쁘고 좋은 소식은 없을 거예요. 더구나 그 소식을 여우님한테 직접 들으니 두 배로 기쁘네요. 저기 보이는 사냥개 두 마리도 이 기쁜 소식을 축하해주러 오는가 보네요? 사냥개는 워낙 빠르니 금방 도착하겠어요. 내가 내려갈 테니 어서 화해의 입맞춤을 나눠요.”

나이 든 수탉은 계략을 부린 여우가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걸 보고 둑어라고 웃는다. 사기꾼을 속일 수 있는 현명함을 언제나 습득할 수 있을 것인가.

양치기가 된 늑대에서의 교훈은 ‘속임수를 쓰는 자는 꼬리가 잡히는 법이다. 늑대가 늑대처럼 행동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게 잘해주는 늑대라도 늑대는 늑대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사랑에 대한 명언 한마디는 앵무새의 입에서 나온다. “왕이시여, 소용없는 일이니 그만 돌아가세요! 내게 돌아가자는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고…. 서로 안 보는 것은 사랑을 치유하는 데도 명약이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는 최선의 약이 되기도 한답니다.” 아무리 한쪽에서 설득을 한다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는 것이다.    

곰과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노인에서는 곰과 노인이 친구가 되었다가 벌어지는 얘기가 있다. 둘은 서로 외로워 좋은 친구가 되었지만 잠자는 노인의 얼굴 위에 있던 파리를 쫓으려고 곰이 돌로 내려치는 바람에 노인은 즉사한다. 즉, ‘무지한 친구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차라리 현명한 적이 그보다는 낫지 않을까?’ 곰은 역시 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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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2-2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이 그린 우화집의 삽화, 호기심 끄네요.^^

진달래 2008-02-27 09:21   좋아요 0 | URL
샤갈 좋아하시면 맘에 드실 거예요.
단순하면서도 좀 거친 것 같은 선...
또 강렬한 색채도요.

전 라퐁텐 우화도 좋아하고
샤갈의 그림도 무지 좋아해요.

근데 얇은 책에 비해 가격이 높아서
(어쩔 수 없었겠만요~!)
별 하나 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