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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전작 <구해줘>가 아직도 책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가운데 이 책을 먼저 잡게 되었다. 전작에 대한 친구들의 리뷰가 좀 어두웠던 것 같아서 관심 가는 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잡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으로 단번에 작가에게 사로잡혔다.
물론 결론 부분의 심리 연구 결과로 인해 모든 인물들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좀 너무 쉬운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내게 긴박함이 무엇인지 알려주었고, 추리가 아니었음에도 추리보다 더 뒤가 궁금하게 만들었고, 빨리 읽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재밌었다.
일단 이 소설은 구성이 특이하면서도 치밀해서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자유자재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솜씨가 대단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몇 안 되지만, 그리고 따지고 보면 그리 복잡한 스토리도 아니건만, 읽는 동안 내내 얼마나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던지, 그 솜씨 또한 감탄스러웠다. 서서히 그 안개를 헤치고 나올 때의 비주얼 또한 굉장한 매력이었다. 마치 잘 된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화려한 비주얼이었다.
딸아이가 실종되면서 잘 나가던 의사에서 노숙자가 되기(!)로 한 마크, 복수를 꿈꾸며 얼어둑을지도 모를 지경에 처하는 에비, 연일 화려한 스캔들로 신문을 장식하는 억만장자의 후계자 앨리슨 그리고 마크를 사랑하고 기다리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니콜과 마크의 막역한 친구이자 정신과의사 커너가 이 모든 스토리의 주인공이자 열쇠이고 이 모든 스토리에 얽혀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현재, 과거 그리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멋진 세상으로 이끌고 간다.
이 작품의 커다란 장점은 일단 사랑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조건에서든 이 세상은 무엇보다 사랑이 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까이로는 자기애로부터 멀리는 이타적인 사랑까지도. 또 그로 인해 인간이, 아무리 상처입고 어려운 일을 당했어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한 사람은 이랬다.
‘오늘도 일을 손에서 놓고 나니 가슴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것처럼 허전했다. 그 어떤 사람, 물건이나 약으로도 채울 수 없는 심연이었다. 그의 아파트를 꼭 빼닮은 그의 일상은 절망적으로 비어있었다.’
또 한 사람은 이랬다.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지독히 외롭다고.’
그런 둘의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는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서로 사랑할 때는 결코 밤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