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에떼 - 문화와 정치의 주변 풍경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고종석, 난 그가 그렇게 많은 책을 낸 작가인 줄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이 책에 소개된 책만도 모두 16권이다. 그가 쓴 칼럼 등을 여기저기에서 띄엄띄엄 봤지만 책으로는 이번 책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미 그에 대한 긍정적인 끌림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터였다.

이 책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소개했던 글들을 묶어낸 책이어서 고종석 본인도 바리에떼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잡다하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글들 되겠다. 처음으로 접해본 고종석이라는 인물의 생각을 우리의 사회 정치 인물 들에 연관해서 다양하게 알게 되어 어떻게 보면 고종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계성 같은 게 느껴져서 다른 쪽으로 보면 다른 제목도 가능하겠다 싶다.
각설하고, 이 책은 1부 어스름의 감각, 2부 정치의 둘레, 3부 친구의 초상이라는 3부로 엮여있다.

1부는 생각해 왔던 대로의 진솔하고 편안한 고종석의 글들이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못하고, 그럭저럭 튀지 않으면서 생활비를 벌며, 평범하고 어느 정도는 소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 정리할 필요가 있는 생각 들을 풀어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좀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공감이 좀 떨어졌지만 읽으면서 미소가 떠올랐으니.

2부는 내가 잘 모르는 정치 이야기였으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울리던지 우리 정치사를 좀 이해하게 되었다는 성과가 있었다. 물론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나 생각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2부 첫 글, ‘식민주의적 상상력’에서 복거일의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에 대한 반박은 하나하나 조목조목 정말 재밌게 읽었다.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고 비난보다는 설득하려는 그의 논조가 정말 맘에 들었다. 복거일의 문장이 나올 때마다 난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고종석이 말린 거나 마찬가지다. 책 가운데에서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부가 모두 의미 있는 글이었지만 이 하나의 글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3부는 대부분 친구들의 책에 추천사나 덧글, 또는 발문을 쓴 것을 엮은 것이라 친구들의 책 이야기도 되고 우리에겐 문학 얘기가 되겠다. 윤림의 시집 <생일>, 황인숙 시집 <자명한 산책>, 이문재 시집 <제국호텔>, 이인성 산문집 <식물성의 저항>, 황인숙의 산문집 <인숙만필>에 관한 글이 있는데 모두 따스한 서정성이 빛나는 글들이다. 짧은 글, 친구 금실이와의 술자리 인연 얘기는 살짝 미소가 떠오른 글이었다.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인정미 넘치는 글이면서도 냉철하고 비판은 하면서도 비난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설득하는 그의 글들이 편안하고 좋다. 어느 한 분야로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듯도 보이지만 그것이 그로 하여금 어쩌면 우리 사회 정치 문화 들을 더 다양하고 진솔하게 다뤄 평범한 독자들을 위해 더 이해하기 쉽고 접근성 좋은 글을 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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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8-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마태님 서재에서 보고 보관함에 넣었었는데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었어요. 님의 리뷰를 보니 이젠 꺼낼때가 됬나봐요.
이 여름 잘 이겨내고 계시죠?

진달래 2007-08-2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
저도 읽긴 쫌 됐는데, 이제야 리뷰 쓸 시간이 생겼어요. ^^
홍수맘님도 잘 지내시죠? 전 여름을 좋아해서 가는 여름이 아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