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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맨
크리스틴 스팍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실화이다. 존 매릭이라는 인물로 이 책에는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어릴 적 사진과 액자 속 사진이 실제 모습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심한 신경섬유종증을 앓아 얼굴과 머리, 온 몸이 기형이 되고 혹이 늘어나 흡사 괴물 같이 되었던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곡예단에 팔려 이리저리 끌려 다니던 존 매릭은 트리브스라는 호기심 많은 의사를 만나 처음엔 의사의 명예를 높여줄 실험대상으로 이용되지만, 선한 의사는 점점 더 그를 안쓰럽게 여기게 되고, 후에는 그가 고결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걸 알게 되어 진정한 친구로서 남는다. 병원에서 존과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끔찍한 외모에 충격을 받거나 혐오감을 느끼지만, 철저한 직업의식을 가진 간호사나 고귀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은 엄청난 노력으로 그를 보통 사람으로 보고 또 대해준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해보지 못한 존은 그 동안 인간 이하, 짐승이었다. 남들 앞에 괴물로 소개되는 처지에, 치료는커녕 제대로 얻어먹지도 못하고 악독한 주인의 손에, 또 그 기분에 매질과 고통이 늘 함께했었다. 잠시 의사의 도움으로 그 지옥을 벗어나는가 싶자, 그는 다시 납치되어 더 멀리 더 큰 고통을 당하러 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괴물도 악마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을 그리고 우정을 배고파하는 보통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세계에서 더 고결하고 품위 있는 인간이었다. 그런 세상에서도 순수하고 맑은 어린 아이의 영혼을 가진 존은 누구보다도 더 인간이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건, 그런 세상을 살고도 그가 전혀 포악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고통이 인간을 고결하게 만들어준다는 신화에 동의하기에는 의사로서 너무 많은 통증과 괴로움을 목격해왔습니다. 고결은커녕, 대개의 경우 고통이란 인간을 보다 자기중심적으로 만들고 타인의 욕구에 대해선 말할 수 없이 각박하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존 메릭, 이 사람한테서 저는 그완 다르게 반응할, 천만 명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있는 대로 증오를 해도 시원찮게 행동해온 주변 사람들을 전혀 미워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 그 어떤 우울한 절망감에도 빠져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감수성 풍부하고 지적이며, 정말 사랑스러운 인간으로 건재해 있습니다. 누구보다 점잖고 다정다감한 천성을 지니고 있어요. 냉소나 분노 같은 건 찾을 수도 없으며, 내게 얘기를 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세상 그 누구에게 불경하고 난폭한 표현을 구사하는 걸 듣지 못했습니다!” 그를 실험연구 대상으로 이용했던 의사가 후에 그가 지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점점 더 정신적인 교감을 한 후에 그를 판단하는 말이다.
읽는 내내 옮긴이처럼 펑펑 운 것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던 떠돌이 곡마단 사람들이 존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오히려 더 감동을 받았다. 정말 도와주려는 마음, 남을 위하려는 마음, 그 마음이 존에게 가 닿았던 것처럼 내 마음에도 와 닿았다. 얼굴이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요즘 세상, 몸매가 착하면 다 되었다는 세태, 마음도 그만큼 예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