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오늘(2007. 9.17) 조선일보 기사다.
(QUOTE) CIA의 오판과 ‘헛발질’ 파헤친 팀 와이너 NYT 기자
"일류 스파이 없는 CIA는 실패한 정보기관”
미국 CIA를 집중 취재해온 뉴욕 타임스 지(紙) 팀 와이너(Tim Weiner·51) 기자가 지난 6월에 펴낸 ‘잿더미의 유산-CIA의 역사(Legacy of Ashes: The History of the CIA)’가 화제다. (중략)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4년 CIA 국장 자리를 없앴다. 대신 CIA와 국가 반테러 센터(NCC)를 관장하는 ‘국가 정보국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왜 그랬나?
“2002년 콜렌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조지 테넷 당시 CIA 국장과 함께 유엔에 가서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대량 살상 무기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테넷이 파월에게 ‘전에 보고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바로 그때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는 CIA에 대해 격하게 분노하고 좌절했다. CIA 국장 자리를 없앤 것은 그 때문이다.” (하략)
김수혜 기자(뉴욕) goodlucK@chosun.com (UNQUOTE)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에 국장이 없어졌고 대신 ‘국가 정보국장(DNI: Director of Nation Intelligence)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이 사람이 CIA를 관장한다는 기사이다. 사실인가?
1. 없어진 것은 DCI(Director of Central Intelligence)이지, D/CIA(Director of Central Intelligence Agency. 중앙정보국장)가 아니다.
2. 창설된 1946년 1월부터 없어진 2005년 4월까지는 DCI가 당연직으로 D/CIA였다. 따라서 정규 언론은 말할 것 없고, Tom Clancy나 Frederick Forsyth 등의 추리작가들이 쓴 숱한 스릴러 소설에서도 D/CIA를 DCI라고 구분 없이 써왔던 것은 탓할 것이 없다.
3. 미국의 정보기관(U. S. Intelligence Community)은 시대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독립기관인 CIA와 미국 중앙부처 산하기관들을 합해 대략 15~20개 사이를 말하는데, 현재는 16개로 구성되어 있다. 국방부(DOD: Department of Defense) 산하가 가장 많아 전세계의 통신을 감청하는 국가보안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 군사정찰위성을 다루는 NRO(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등 8개나 되며, 법무부 산하의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도 유명하다.
4. DCI는 명목상 미국의 정보기관(U. S. Intelligence Community)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독립기관인 CIA의 장(長)을 겸했기 때문에, CIA와 다른 정보기관을 위시한 정보기관 간의 알력과 암투를 조정할 수 없었고, 이들 정보기관 사이의 담쌓기가 2001년 9/11테러를 막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로 지목되었다. 각 정보기관들이 이 테러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는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취합하는 역할을 해야 할 DCI 및 그 직속인 CIA가 그간의 관행에 파묻혀 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결과가 2004년의 “정보기관 개혁 및 테러방지법(Intelligence Reform and Terror Prevention Act of 2004)이었고, 골자는 DCI를 없애며, 개별 정보기관의 장을 겸하지 못하는 대신 정보기관의 통할권을 가진 DNI를 신설하여 정보기관들의 정보 수집 및 보고를 총괄하게 함으로써 정보기관 간의 벽을 허물고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5. 이에 따라 DNI가 DCI 대신에 미국 정보사회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며, D/CIA는 종전 DCI를 겸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던 것으로부터 DNI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체계가 바뀌고, 이제 DNI가 미국의 대통령이나 국가안보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국토안보회의(HSC: Homeland Security Council)에 보고하는 체제가 된 것이다. 이 변화는 D/CIA의 위상변화(강등)이지, CIA 국장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대신 DNI가 들어선 것은 아니다.
6. 하지만 산하에 직접 정보기관이 없는 DNI가 얼마만큼 미국 정보사회를 잘 리드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비록 D/CIA를 겸하고 있었지만 명목상은 역시 정보사회의 수장이었던 DCI도 각 정보기관 간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공무원 조직 간의 힘과 명리를 둘러싼 암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고, 새로운 법 제정과정에서 막강한 NSA와 NRO의 통할권은 DNI에서 빠지는 등(여전히 국방부 소관으로 남았다) 문제점은 여전하니, 어떤 사람이 DNI가 되고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에 DNI의 위상이 달렸다고나 할까? 현재의 DNI는 퇴역 해군중장인 존 마이클 맥코넬(John Michael "Mike" McConnell)이고, D/CIA는 현역 공군대장인 마이클 빈센트 헤이든(Michael Vincent Hayde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