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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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시골의 공공도서관에 근무할 때 두 도서관이 함께 독서캠프를 한 적 있다. 내가 제안했기에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각 도서관에서 50명씩 참가했다. 100명을 데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다른 도서관 사서는 마치 남의 일인듯 여유있게 책 읽는 모습에 황당했다. 밤에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 눈이 아프다" 하면서 잠시도 그냥 두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얼굴이 퉁퉁 부어 오르는 알러지였고, 한밤중에 부모가 데려갔다. 독서캠프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우리도서관에서 여름방학에 독서캠프를 계획중이다. 전 관장님 전임지였던 수련원에서 추진하기로 우리 부서가 신설되기전 이미 계획이 세워졌다. 중학생 대상으로 자그만치 80명이다. 나는 행사를 추진할때 자료를 참고한다. 다른 도서관 운영 사례나 관련 책을 보면 도움된다. 사서들이 머리를 맞대지만 담당자 이외에는 별로 관심없다.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시크한 중학생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주입식 수업보다는 함께 활동하고 발산할 무언가 필요하다. 지난 드림스피치 리더십과정을 운영했을때 어떤 아이는 과정중 하나인 캘리그라피 수업 때문에 왔다고 하더라. 이번 독서캠프는 래프팅, 캠프파이어도 포함되었다.

 

예산 중 강사료가 있어 작가강연회를 두 꼭지 넣었으면 하고 고민하는데 도서 '뭘해도 괜찮아(이남석 저. 사계절)'가 눈에 띈다. 부제목이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이다. 이번 독서캠프의 컨셉인 진로 독서캠프 타이틀과도 잘 어울린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태섭이다. 태섭의 엄마는 나와 비슷하다. 성적표를 보면 충격을 받아 공부하는 방법, 자세, 생활태도의 문제점에 대해 잔소리를 퍼 붓는다. 아이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안쓰러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너는 할 수 있어" 하면서 다시 막연한 기대를 한다. 

 

태섭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다. 태섭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김영아 사서선생님도 있다. 김영아 선생이 수업시간에 읽어준 장정일 시인의 'job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봄날,

나무 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job 뉴스>를 본다.

 

왜 푸른 하늘 흰 구름을 보며 휘파람을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소풍 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놀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비둘기 떼의 종종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뭇잎 사이로 저며 드는 햇빛에 눈이 상하는 것은 job이되지 않는가?

왜 나무 벤치에 길게 다리 뻗고 누워 수염을 기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40억 인류의 job이 될 수는 없을까?

 

태섭은 "그거야 돈을 받을 수 없으니 직업이 될 수 없지."라는 말을 한다.

나는 고등학교때 선생님의 한마디에 얼떨결에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사서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은 대학때부터 읽기 시작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인 나는 자료실 근무보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동적인 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다행스럽게 주로 행사를 담당했다. 27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내 직업이 좋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좋다.   

 

가끔 아이에게 위인전을 추천하는 이유는 성공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고 더 큰 성장을 위해 도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김영하 선생은 태섭에게 링컨 위인전을 권한다.

 

나는 실패할 때마다 실패에 담긴 뜻을 배웠고, 그것을 징검다리로 활용했습니다. 악마는 내가 실패할 때마다 '이제 너는 끝장이다.'라고 말했지요. 그러나 신은 내가 실패할 때마다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더 큰 일에 도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악마의 속삭임보다 신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어요. 그래서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더 큰 꿈을 향해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태섭이는 여자친구 규리와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 이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고, 격려해주면 되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내 아이는 고3이다. 과묵한 편이지만 가끔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웃음을 날리며 제법 인기가 있다. 아이의 꿈은 유재석, 정형돈처럼 방송인이란다. 나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며, 일단 대학에 가라고 일축한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고민하기 보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밥벌이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주도적으로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평생 직장이 드물고 안정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허황된 꿈일지라도 도전해보는것도 괜찮겠다.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어 아이들의 진로와 심리를 아우르고 있다. 제목이 특히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어쩌면 이런 책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통해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괜찮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어떤 진로 강사는 이 책으로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첫날 진로 강사를 초청해서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다음날 작가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당장 섭외해야겠다!

 

요즘 나의 직업은 사서가 아닌 엔터테이너 회사 실장인듯 하다. 명사초청 강연회 프로그램을 위해 명사 5명 섭외중이고, 4월 도서관주간, 5월 가족어울림 한마당에 각각 작가를 섭외해야한다. 다행히 박철범님, 김수영님, 정호승님, 채인선님 섭외 완료. 손미나님, 최태성님 조율중이다. 퇴직 후 회사를 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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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3-22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바쁘게 즐겨 일하는 세실님~ 좋아요!!♥

세실 2017-03-23 09:45   좋아요 0 | URL
언니 잘 지내시지요^^
아름다운 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