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 - 공지영 산문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발표한 신작 에세이집과 혼동해서 구입한지라 '10년전 이야기네' 하면서 반쯤 읽다가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얼마전 공작가를 만나고 와서 다시 펼쳐 들었고,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30대 초반에 쓴 글임에도 그 나이에 벌써 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겪었다는 작가. 나는 그 나이에 뭐하고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교통사고로 한달 가까이 입원했으며 신랑의 사업 실패로 힘든 나날을 겪고 있었다. 30대초반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었으면....

이 책의 초반부는 홍콩과 일본에서 쓴 글이다. 도망치듯 떠난 홍콩과 일본에서 혼자 시내를 걸으며, 외로운 밤을 지새우며 작가는 한국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편지도 쓰고, 글도 썼다.  친척이 거주하는 곳이지만 홀로 그렇게 생활하면 지금까지의 삶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터.

언뜻언뜻 작가의 삶이 묘사되고 있다. 어릴적 부유했던 삶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구에 빨간딱지가 붙은 것을 보았던 청소년 시기, 이성과의 교제와 믿었던 사람의 배신 등. 여성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작가. 강의중에 던졌다는 질문이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 하다.  "여기 여러분이 결혼을 할 여자분이 있습니다. 여자분은 곧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지금 연구에 몰두해야 합니다. 만일 이 연구가 성공하기만 한다면 인류는 암과 에이즈 및 모든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단, 이 연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이 여자를 위해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하고 집안을 정돈하고 아이를 안심하고 키워줄 남편이 필요합니다. 자, 기꺼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실 의향이 있는 남학생 손 들어 보세요"  한명도 없단다. 물론 여자는 기꺼이 희생하겠지. 왜 여자만 그래야 하는 걸까? 아직도 남, 녀 평등이라고 하기엔 사고의 고정관념이라는 높은 벽이 작용하고 있다. 그래도 작가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소설을 쓰고 싶은 T후배에게 쓴 글도 인상적이다. "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을때, 그때가 바로 펜을 들 때입니다. (중략)...열심히 사는 것이 99퍼센트. 나머지 0.7퍼센트는 고전을 읽는 것. 그 나머지 0.3퍼센트는 소설을 쓸수 있는 건강, 지구력, 그리고 용기라고 말하지요" 음 웬지 소설을 쓸수도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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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0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재료를 섞어 주물러도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오는게 ' 사람 ' 이란 것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주물러줘야 하는가는...

세실 2006-06-1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사람' '사랑?' 좀 헷깔립니다.

2006-06-16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6-06-1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속닥. ㅋㅋ 쏠테니 그 퀼트를 쏘셩.

아망딘 2006-07-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읽고 책사서 읽었어요 ...전 아직 20대지만 많이 끄덕끄덕했답니다. ^^..
아는것과 깨달은것의 차이 , 저도 이제야 조금 알것같더라구요
알것같다는 말도 아직은 이른걸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