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주 어렸을 적에 - 세상과 만나는 작은 이야기
김해영 지음, 김기택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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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늘 젊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도 '엄마'를 생각하고 읽었는데 바로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임을 깨닫고 문득 나이를 생각했다.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덧 중년여성임을 실감했다. 우리집에도 TV를 산 것은 4학년 무렵. 그 동안은 이장아저씨네 집에서 TV를 보고는 했다. 동네에 울려퍼지는 "아아 마이크 시험중입니다. 오늘 2시에 모임 있습니다~" 로 이어지는 이장아저씨의 멘트는 조용한 동네의 아침을 깨워주는 모닝콜이었다. 다행히 바로 앞집인지라 수시로 놀러갔던 기억이 있다.

5남매의 셋째이지만 넷째랑은 네살 터울이 나고 특별히 동생을 본 기억은 없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일곱째의 맏딸이라 수시로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도 빠지고,  농사일 하는 부모님을 대신에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하긴 초등학교때 부반장이었음에도 집안일 하느라 중학교도 가지 못한 친구가 있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집도 시골이었지만 그래도 면소재지 여서 화장실은 깨끗했는데, 하루에 버스가 2번밖에 다니지 않는 시골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커다란 항아리에 나무막대 2개만 얹어놓은 화장실을 보고는 놀라서 그냥 나온 적이 있다. 할머니랑 엄마가 마주앉아 다듬이질 하던 소리,  양 끝을 잡다가 놓쳐서 엄마한테 혼난 생각, 팥을 삶아 시루떡을 해서 고사 지내던 모습, 추운 겨울에 먹던 얼음같이 차갑던 동치미랑 따끈따끈한 고구마 맛이 그립다. 그외에도 정월 대보름이면 개울에 모여 친구들이랑 쥐불놀이 하던 추억과 동네를 돌며 밥을 훔쳐서 한집에 모여 커다란 양푼에 쏟아 비벼먹던 기억, 도토리 묵, 고무줄 놀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하던 모래로 집 만들고 노는 놀이,  나무칼싸움, 구슬치기등 소중한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저 끊어지듯 한토막씩 생각이 나는데 저자는 어쩜 이리도 생생하게 적어놓았을까? 

시골이 고향인 3-40대 엄마들이 읽으면 잊어버리고 있던 어릴적 소중한 추억이 고스란이 생각날듯. 내가 먼저 읽고나서 딸내미한테  "엄마 어릴적에 이렇게 살았단다. 엄마가 쓰려고 했던 내용들이 다 들어있네" 했더니 좋아하며 읽어 내려간다. 어찌나 키득거리는지 그렇게 우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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