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우산 나와라 -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부문 수상 동시집 작은도서관 19
김영 외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동시를 멀리한 적이 있다. 동시는 최소한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는 그래서 어른이 썼지만 아이가 쓴 듯한 느낌이 나야 동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어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훈계조로 쓴 글이 맘에 들지 않았다. 특히 나조차도 경험하지 않았던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 눈살이 찌뿌려 지기도 했다.

우연히 접한 이 시집.  제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작은 띠지에 눈길이 간다. 수상작가 네 명의 동시집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참 신선하다.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여 잔잔하게 풀어놓았다. 다리가 불편한 외할아버지를 제목으로 한 <외할아버지> 한때는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고 열심히 일하셨을 할아버지가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눈물이 나는 손자. 그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스터를 제목으로한 <햄스터 제사 지내기> 햄스터를 친구에게 빌려주었는데 소식이 없어 햄스터를 달라고 했더니,  하룻밤만에 죽고 말았지만 차마 말 못하고 지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 함께 울며 햄스터 무덤에 해바라기만 놓고 왔다는 내용.  두 아이의 예쁜 모습에 또 눈가가 반짝거린다.

아이들 마음을 너무도 잘 헤아려 울게 만들었던 <새엄마> '하늘나라 가 버린/엄마 대신/우리 집에 오신 낯선/새엄마/잘 지내보자/머리카락 쓰다듬을 때/엄마하고 싶지 않아/멀뚱멀뚱 보고만 있었어요/울 엄마가 생각나/눈물이 뚝 한 방울 떨어졌어요/너만한 아이가 있었지/아파서 먼 곳에 갔단다/널보니 내아이 같구나/새엄마는/처음 보는 나를 끌어안고/얼굴을 비볐어요/새엄마는/나를/나는/새엄마를 좋아하면/하늘에 있는/엄마가 활짝 웃겠죠/아파서 먼 곳에 간/그 아이도 씩 웃겠죠' 이런 맘으로 아이를 돌본다면 팥쥐엄마의 개념은 사라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따뜻해 졌으리라.

늘 아이를 먼저 혼내고 후회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게 여겨졌던 동시 <빨개진 엄마 얼굴> ' '째쟁 쨍그랑'/물 마시던 진우가/ 깨뜨린 유리컵/엄마는 눈썹을 모아/"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 /야단을 쳐요./'타당탕 쨍그랑'/설거지하던 엄마가/깨뜨린 접시/진우는 놀란 얼굴로 뛰어가/"어디 다치지 않았어요?"/엄마 손을 봐요./엄마는 진우를 보며/얼굴이 빨개졌어요./뜨거운 난로 옆에 있을때처럼/빨갛게 달아올랐어요. '는 우리네 엄마들의 경솔한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해 놓았다.

동시는 비록 어른이 썼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 아이의 마음이 들어가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여야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시집은 위의 요소들을 충분히 담고 있는 참 예쁜 동시집이다.  그림이 원색으로 들어가 있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며,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오랫만에 접한 따뜻한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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