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 / 박지영 저. - 땅에쓰신글씨
“너는 당연히 합격한다. 다만, 합격하기까지 네가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울 뿐이다.”
예원학교, 예원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음대를 다니던 저자가 암 투병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부모님께 통보 했을 때 하신 말씀이다. 성공한 자녀에게는 훌륭한 어머니가 계시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님이 늘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계시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멘토 역할을 해주셨다.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다음(Next)에 관심이 많다.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삶. 암 투병으로 탈진한 삶을 살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Next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현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로, 동아방송대학에서 음악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박지영씨는 ‘피아노’ 치는 ‘변호사’라는 이름을 재산이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임파선 종양이라는 암에 걸리지 않았었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잘난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힘든 투병생활을 이겨내고, 사법시험이라는 커다란 산을 정복했기에 값진 보석을 얻은 것이리라.
서문에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읽는 이의 슬픔이 희석되고 나아가 기쁘고 즐거울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램처럼, 그동안 아이를 핑계로, 경제적인 문제를 핑계로 잠자고 있던 나의 소중한 꿈 하나가 ‘톡’하고 튀어나왔다. 작심삼일로 끝나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당장 실천해야 겠다.
■ 진주 귀고리 소녀 / 트레이시 슈발리에 저. - 강 출판사
이 책은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적인 작품인 <진주귀고리 소녀>에 대한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다양한 작품에 대한 의도를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소설로 재탄생하였다. 화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작가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생활상, 웅장한 저택에 대한 자세한 설명, 주인공 그리트의 가족, 베르메르씨의 가족 등 상호 연관을 지으며 그리트를 중심축으로 하여 다양한 변화를 시도 하였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표현처럼 <진주귀고리 소녀>의 신비감을 더하기 위해 스푸마토 기법(시각적으로 뚜렷하면서도 안개가 살짝 낀 듯한 흐릿한 형태)을 사용하였다. 주인공 그리트는 베르메르씨의 하녀로 생활하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용감하고 똑똑한 소녀로 묘사된다. 비록 하녀지만, 화가의 작업실을 출입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해 준다거나, 화가의 작품에 조언도 해주는 등 평범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그로 표현되는 주인이자 화가 베르메르, 피터, 반 라위번 등 그리트의 주변에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다. 그와 그리트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지만, 사건을 계기로 집을 나가 피터와 결혼을 하고 10년의 세월이 흐른다.
베르메르는 그리트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행복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끝내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죽으면서 진주귀고리를 그리트에 주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 당시 하녀는 진주귀고리를 할 수 없는 신분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진주귀고리를 그녀에게 준다는 것은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무언의 징표 아닐까?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물 흐르듯 잘 짜여진 탄탄한 구성과 사실적으로 묘사된 시대상황, 실제 작가의 삶이 어느 정도 반영된 글에 혹시 논픽션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이 책은 그만큼 화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고, 그림을 자세히 보는 눈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중간 중간 삽입된 작품들도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