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인근에 어머니가 20년전에 사놓으신 텃밭이 있다.  계속 버려 두다가 내가 결혼한지 5년이 지난후부터 텃밭을 가꾸신다. 처음에는 주말농장 같은 기분으로 즐겁게 했는데 장난이 아니다.  고구마, 고추, 호박, 토마토...심어도 심어도 끝이 없다.  500여평 되는 땅이 그렇게 넓은줄 몰랐다.

 어머니는 그저 '너 재미있으라고, 우리 보림이 규환이 흙 밟으라고 농사 짓는것' 이라고 말씀하셔도..결국 나와 신랑일이다. 아버님은 오셔봐야 잔소리만 하시니...... 그래서 작년부터는 웬만하면 가지 않을려고 용을 쓴다. ' 저 감기 걸려서, 아범만 보낼께요. 저 근문데.....'

오늘...어머니가 아침 일찍 전화하셨다. 밭으로 이따 오라고....헉. 갑자기 변명꺼리가 떠오르지않아, 천천히 갔다. 앗. 어머니도 내 마음을 아시는지.... 혼자 새벽에 오셔서 고구마랑 감이랑 다 따놓으셨다. 괜히 죄송스러워지네.......

가서 한 일은 고구마랑 감 따놓으신거 규환이랑 놀이삼아 박스에 담는 일을 했다. 올해 처음 수확한 감이니 친정엄마 갖다 드리라고 제일 좋은 놈들로 따로 담아 놓으셨다. 더 죄송..... 

어머니는 집에 계실때는 늘 아프시다고 끙끙 거리시지만, 밭에만 오면 힘이나시는 듯 하다. 목소리도 쌩쌩.....농사를 잘 지으신 당신이 대견스럽고, 흙을 밟으면 힘이 솟으시단다.  하긴 울시어머니표 고구만는 한번 먹어본 사람은 중독이 된다. 옆집친구도, 도서관 직원도, 친정엄마도, 친정언니도 난리다...고구마 언제 줄꺼냐구...... 올해는 고구마 수확량이 적다는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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