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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ㅣ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평점 :
일하고 있는 곳의 특성상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바로 보고가 되는데 최근에는 연이어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자살을 했다. 원인은 각각 부모의 꾸중과 가난. 갈수록 나약해지는 아이들의 성격과 부모의 능력 유무를 단지 경제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겠지. 우리때와는 확연히 다른 아이들의 심리와 욕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훈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리라. 그렇게 심난한 마음으로 집어든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경제적인 이유, 친구문제로 힘들어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 이야기이다.
* 나는 죽지않겠다
청소년 자살율에 대해 딸내미와 이야기 나누면서 물으니 "전 안죽어요. 이겨내면 되죠" 한다. 맞아 그렇지. 첫 시험에서 거의 중간성적을 해봤으니 성적비관은 없겠고, 물질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으니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듯 하다. 첫 페이지를 여니 자살을 생각하며 강가에 앉아 자살하게 된 일을 회상하는 심각한 이야기이다. 요구르트 배달일을 하며 수금한 돈을 미리 쓰고 입금일에 전화통을 붙들고 사는 엄마와 짝꿍인 반장이 맡긴 회비 백만원중 오십만원을 몰래 엄마 가방에 넣어주었는데, 남아있던 돈마져 오빠가 훔쳐가서 당장 갚아야할 백만원때문에 자살을 결심하는 주인공. 안개속으로 살아지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음을 깨닫고 안개가 걷히고 아침 햇살이 마악 퍼지기 시작하는 세상속으로 달려나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내가 주술처럼 되내이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주인공도 안 것이겠지. 죽지 않아 참 다행스럽다.
* 라면은 멋있다
여자친구가 일하는 햄버거 가게에 사먹을 돈이 없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추운 밖에서 기다리는 주인공 민수. 트럭으로 행상을 하는 아버지의 직업이 부끄러워 그냥 '상업'이라고 말한다. 문득 얼마전에 읽은 신문지면이 떠오른다. "경비일을 하는 아버지의 수입 60만원중 40만원을 고시공부하는 아들에게 보내고 나머지 20만원으로 한달을 생활하며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 하여 사법고시에 합격시킨 이야기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늘 추위에 떠는 여자친구 코트를 사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민수와 옷가게에 걸린 것으로 만족하며 돈은 집에 가져다 주라고 말하는 연주, 라면 먹는 모습이 멋지다고 하는 연주가 참 예쁘다.
* 울 엄마 딸
고등학생의 임신을 다루었다. 처음엔 낯설고 당황스러웠는데 이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된다. 술만 마시면 신세한탄을 하는 엄마, 그런 철부지 딸과 손녀를 고스란히 품고 사는 할머니 이렇게 세 여자가 사는 이야기이다. 엄마의 반복되는 신세 한탄이 싫어 집을 뛰쳐나가 찾은 곳은 좋아하던 남자애. 그리고 임신. 다행히 남자친구는 가족에게 이야기 하고 아기를 낳는 것으로 결론을 낸다. 해피앤딩이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지만 경제적인 기준의 상, 중, 하 삼단계로 본다면 대부분이 하층인 부류일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공선옥 작가의 글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 주인공 스스로 판단하고 개척하여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힘든 세상이지만 아름답고 굳세게 살아가자는 자기 암시도 좋을듯. 각각 다른 지면에 발표했던 6개의 단편 모음집이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