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ㅣ 나의 고전 읽기 7
박지원 원작, 고미숙 지음, 이부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쯤 읽고 싶었던 책 '열하일기'
주로 문학작품과 어린이책 위주의 얕은 독서력이기에 일기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다소 부담스러웠던 제목. 그 중 쉬운 책을 골랐고, 나름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 달 이상을 끌었으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던 당신' 이었다.
진도가 왜 이렇게 안 나갔던 것일까?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유난히 작은 활자체와 고미숙씨의 전문 지식이 담긴 해석을 이해하느라 머리를 써야 했던 때문이었다. 역사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려면 주변정황까지 알아야 하고, 주변 등장인물의 이해를 위해서는 그동안의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 머리 아플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연암 박지원의 유유자적 하는 삶의 모습도 바쁜 일상에서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으며, 가족을 처가에 보낸뒤 혼자 살면서 '책만 보는 바보'로 유명한 이덕무와 이서구, 유득공, 홍대용등 유명한 당대 벗들과의 모임은 부러움 마져 들었다. 몇날 며칠을 책만 보면서 친구들과 노닐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하일기는 연암이 중국을 여행하면서 매일 매일의 일정, 겪은 일, 에피소드등을 상세히 적어놓은 일기이지만 한편 한편이 깊이 있고 삶의 성찰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수필집 같다. 내가 글을 쓸때 추구하고 싶은 컨셉이다. 연암의 소설로 알려진 <호질>이 여행중 중국의 한 점포에서 우연히 발견한 기문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하니 음 요즘으로 치면 짜집기인 셈이리라.
여행의 들뜬 마음을 표현한 '꿈 이야기'는 어릴적 소풍을 앞두고 비오는 꿈을 꾼 그 허무함과 현재의 설레이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함께 간 하인 창대가 발을 다쳤을때 마음 아파 하는 모습은 평소 정 많고, 인자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말에 의지하여 물길을 건너면서 말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쓴 '말에 대한 깊은 성찰'은 동물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은 평소 함부로 대한 사람들의 노여움 때문이라고 한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으로는 '마술'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많은 부분을 할애한 요술에 관련된 상세한 소개는 연암의 눈에 요술이 참으로 신기했나 보다.
"요술의 술법은 비록 천변만화를 하더라도 두려울 게 없습니다. 그러나 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요술이 있으니, 그것은 크게 간사한 자가 충성스러운 체하는 것과 향원(논어에 나오는 말. 겸손하고 삼가는 체 하지만 속으론 그렇지 않은 위선적인 사람)이면서도 덕행이 있는 체 하는 것일 겁니다" (p.253)
작가가 바라는 열하일기의 진수를 음미할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너무 오래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가끔은 웃음 지었던 글을 떠올리면서 미소지을수는 있을 듯 하다. 문득 한번 더 읽고 싶어진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