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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의 유산 ㅣ VivaVivo (비바비보) 1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평점 :
전쟁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나와 내 아이를 실은 배가 난파되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더군다나 아이는 남겨진 아빠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지만 엄마의 고집으로 이산가족이 되어 떠났을때 엄마와 아이는 각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은 12세의 어린 소년이 흑인 티모시와 고양이와 함께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아 땟목에 의지한 채 몇날 며칠을 보내다가 무인도에 표류하여 외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용 소설이다. 언뜻 '로빈슨 크루소'도 연상되지만 다소 환타지같은 로빈슨 크루소에 비해 땟목에서 생활하는 방법과 무인도에서의 집 짓기, 고기 잡기, 빗물을 물로 활용하는 방법등 좀 더 현실감있는 상황설정과 흑인과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친구인 수평관계가 형성되는 점에서는 인간적인 교감도 느낄 수 있었다. 40년전에 만들어진 소설임에도 요즘 정서에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간 요인이 되었다.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티모시의 나이가 70이 넘었음에도 12세 소년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티모시를 무시하고 반말로 일관한다. 유난히 흑인을 싫어했던 엄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결국 티모시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되면서 먼저 '친구하자'고 손을 내밀지만 그 부분에서 살짝 짜증도 난다. 친구가 아니라 할아버지로 모셔야 되는 거 아닐까? 책이 출간될 당시 흑인 인권 운동이 절정에 달한 시기이고, 이 책은 인종차별과 극복이라는 내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인종차별을 극복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여전하였기에.
배가 난파될때 나무에 맞은 충격으로 필립은 실명을 하였고 티모시에 의지하지만 연로한 티모시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필립이 낚시 하는 법, 물고기 잡는 법등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참으로 현명한 티모시였다. 결국 티모시는 죽게 되고, 필립은 한동안 혼자 지내다가 구조되어 몇번의 수술끝에 눈이 보이게 된다.
아쉬운 점은 땟목에 의지하여 망망대해를 흘러가고,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 도착하여 태풍의 피해도 이겨낸 티모시와 필립의 파란만장한 무인도에서의 파란만장한 시간에 비하여 함께 난파되었던 엄마 이야기와 서두에 언급했던 전쟁이야기는 전혀 결말에선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무슨 꿈속여행이라도 다녀온 듯이....
급하게 마무리 한듯한 흔적을 남긴 결말만 빼면, 내 아이와 필립을 동일시 하며 '이 상황에서 내 아이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를 생각하며 읽어내려간 표류기 여행은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해피앤딩으로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의 자녀교육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무조건식의 감싸기와 보호보다는 일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임형 엄마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