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고, '책에 대한 책'도 좋아한다.
이것은 좋아하는 이권우가 쓴 '책에 대한 책'이니 안 좋을 리가 없다.

무릎을 팍! 치게 되는 이야기도 많다.
어머어머, 나도나도, 무릎 팍, 무릎 팍,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얘기.

부끄럽지만 그 중 제일은,
고등학교 시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이해도 못하면서
괜히 '나는 너희와 달라'라는 표식행위로 옆구리에 끼고 다녔단 부분.
아. 얼굴이 화끈화끈.
나도 고등학교 때(아마도 2학년?) 그 책을 사서 버스에서도 읽고 학교에서도 읽고 그랬었지만
사실 이해되는 부분은 100만분의 1쯤. 그런데도 형광펜으로 줄까지 치면서 열심히 읽는 척(?)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학수업 시간에, 짝사랑하던 선생님이
"너희들 중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애도 있어."
라고 말했을 때, 제발 내 실명도 거론해 주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아, 잘난 척 하고 싶었지만 수줍음도 많았던 귀여운 여고생.

"참된 것을 얻고자 한다면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마치 칼이 등 뒤에 있는 듯한 긴장감으로 읽어야 한다"라는 부분은
나의 페이보릿 북, <월든>의 독서론과도 그 맥을 같이 해서 반갑다.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삼국지보다는 서유기를 높게 평가하는 점도 좋다.
나는, 삼국지가 잔인한 무협지 같아서 왠지 손이 안 가더라.

다음에 읽을거리 목록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유명하다는 <러셀의 자서전>을 아직 읽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고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라는 <암흑의 핵심>이 못 견디게 궁금해졌고
교수도 학자도 아닌 평범한 학교법인 직원이라는 야마무라 오사무가 쓴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알라딘 위시리스트에 넣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이래저래 장점 뿐? 나, 이권우 작가한테 너무 관대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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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6 17:36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구판절판


제아무리 고전이라 해도 그 글 쓴 사람의 개인적 삶이 묻어 있게 마련이다.-20쪽

참된 것을 얻고자 하면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마치 칼이 등 뒤에 있는 듯한 긴장감으로 읽어야 한다.-36쪽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면 알겠지만, 읽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줄줄이 이해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그것을 읽었기 때문에 비판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도 있다. 고전을 젖줄로 삼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정신적 성장과 성숙이 어렵겠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쏟아져 나오는 새 책들에 신물이 나고 반복되는 주제를 새롭게 포장해 내놓은 듯한 느낌이 들 때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갈증 때문에 마셨다 더 지독한 갈증에 빠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만그만한 정신적 높이에 진력이 났을 때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훌쩍 커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71쪽

가슴이 불타고 있는 사람들만이 고전을 읽을 수 있다.-71쪽

그러나 나는 청소년들이라면, <삼국지>보다 먼저 <서유기>를 읽어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쪽에 든다. 이 작품을 얼핏 보면 손오공의 기행으로 얼룩져 있지만, 꼼꼼하게 읽어보면, 참된 것을 향한 모험이며 이를 통해 영혼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104 쪽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다시 말해 굉장히 천천히 읽는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 - 앙드레 지드-116쪽

나는 주석을 책 뒤에 달아놓은 책을 상당히 싫어한다. 책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짓이라 여기는 것이다. 더욱이 주석이 뒤에 있으면 찾아보기도 어렵다. 가독성을 높인다는 미명 아래 주석을 뒤로 돌리지 마라! 흥분을 삭이고 한 마디 더. 다치바나의 말대로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129쪽

나는 깔끔하게 정리된 서가보다 책이 넘쳐나 바닥에도 책을 마구 쌓아놓은 서가를 더 좋아한다. 얼핏 보면 무질서하지만, 거기에는 서가의 주인이 정한 질서가 있게 마련이다. 남은 알지 못하지만 자기만 아는 세계. 책을 즐겨 읽는 사람만이 누리는 복이다.-142쪽

고등학교 시절, '문청'들이라면 누구나 들고 다니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떠올랐다.
그 어린 나이에 누가 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을까(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 들고 다녔던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나이 사십줄 들어 읽은 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덕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구별되기 위한 표식행위가 아니었던가 싶다. '나는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다, 너희는 고작 대학입시만 준비하고 있지, 공부는 나보다 잘할지 몰라, 그렇지만 왜 공부하는지 장차 무엇이 되려는지 고민해 보았냐, 나는 이미 부와 명예를 멀리하고 문학이나 철학을 하려고 해, 나는 너희와 다른 사람이야. 이 속물들아!' 이런 생각이 있어 그 책을 옆에 끼고 다녔으리라.-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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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단순히 부자나라여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고,
단순히 가난한 나라여서 못 먹고 죽어가는 게 아니고,
그 이면에는 돈냄새나는 진실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굶주리는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거대자본의 악행을 눈감아 주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 대답은 책 속에 들어 있다. 93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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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옳은 일일까요?

뭐가? 원조가? 아니면 구호품을 가로채는 것이?

원조를 계속하는 거요.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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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구판절판


그게 옳은 일일까요?

뭐가? 원조가? 아니면 구호품을 가로채는 것이?

원조를 계속하는 거요.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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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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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처음 문장, 그러니까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는 굉장히 유명하더라.
책을 미처 읽지 않은 자들도 이 문장들을 인용하기엔 인색함이 없더라.
그만큼 아름다운 문장이란 얘긴데,

그래서 노벨문학상을 탔나 싶고,
그래서 일본어를 몰라 번역본으로 읽은 내가 밉고,
또한 과연 12년간 다듬은 흔적이 엿보이더라.

간혹 이렇게 맨 처음이나 맨 끝이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소설들이 있는데,
최근 읽은 것과 견주어 보자면, 단연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버금간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아아앙아아..
아름답다.

우리나라 소설과 견주자면, 이건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수산의 <부초>다.
유용주가 그의 산문집에서 "비단결 같은 서정의 눈물방울"이라고 칭송한 그 <부초>.
필화사건으로 일본으로 쫓겨난 한수산이 그곳의 겨울에 탄복해서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

한수산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이러브유.

언어로 심금을 울리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건 있는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외국어 신동이 아닌 내가 또 미워지네.
일본어로 <설국>을 읽지 못하고
스페인어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지 못하다니..
그나마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일부 챕터라도 영어로 더듬더듬 읽었으니
이쯤에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지금 생에서의 운명.

<설국>에는 특히나 눈에 대한 설명이 기가 막히다.
에스키모인들은 눈에 대한 단어만도 수십 수백개 갖고 있다는데,
군마 현과 니가타 현의 접경인 그곳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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