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구판절판


제아무리 고전이라 해도 그 글 쓴 사람의 개인적 삶이 묻어 있게 마련이다.-20쪽

참된 것을 얻고자 하면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마치 칼이 등 뒤에 있는 듯한 긴장감으로 읽어야 한다.-36쪽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면 알겠지만, 읽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줄줄이 이해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그것을 읽었기 때문에 비판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도 있다. 고전을 젖줄로 삼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정신적 성장과 성숙이 어렵겠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쏟아져 나오는 새 책들에 신물이 나고 반복되는 주제를 새롭게 포장해 내놓은 듯한 느낌이 들 때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갈증 때문에 마셨다 더 지독한 갈증에 빠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만그만한 정신적 높이에 진력이 났을 때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훌쩍 커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71쪽

가슴이 불타고 있는 사람들만이 고전을 읽을 수 있다.-71쪽

그러나 나는 청소년들이라면, <삼국지>보다 먼저 <서유기>를 읽어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쪽에 든다. 이 작품을 얼핏 보면 손오공의 기행으로 얼룩져 있지만, 꼼꼼하게 읽어보면, 참된 것을 향한 모험이며 이를 통해 영혼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104 쪽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다시 말해 굉장히 천천히 읽는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 - 앙드레 지드-116쪽

나는 주석을 책 뒤에 달아놓은 책을 상당히 싫어한다. 책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짓이라 여기는 것이다. 더욱이 주석이 뒤에 있으면 찾아보기도 어렵다. 가독성을 높인다는 미명 아래 주석을 뒤로 돌리지 마라! 흥분을 삭이고 한 마디 더. 다치바나의 말대로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129쪽

나는 깔끔하게 정리된 서가보다 책이 넘쳐나 바닥에도 책을 마구 쌓아놓은 서가를 더 좋아한다. 얼핏 보면 무질서하지만, 거기에는 서가의 주인이 정한 질서가 있게 마련이다. 남은 알지 못하지만 자기만 아는 세계. 책을 즐겨 읽는 사람만이 누리는 복이다.-142쪽

고등학교 시절, '문청'들이라면 누구나 들고 다니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떠올랐다.
그 어린 나이에 누가 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을까(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 들고 다녔던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나이 사십줄 들어 읽은 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덕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구별되기 위한 표식행위가 아니었던가 싶다. '나는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다, 너희는 고작 대학입시만 준비하고 있지, 공부는 나보다 잘할지 몰라, 그렇지만 왜 공부하는지 장차 무엇이 되려는지 고민해 보았냐, 나는 이미 부와 명예를 멀리하고 문학이나 철학을 하려고 해, 나는 너희와 다른 사람이야. 이 속물들아!' 이런 생각이 있어 그 책을 옆에 끼고 다녔으리라.-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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