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장국영이 죽었다고?>와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를 읽어내고 나니,
 <누가 장국영을 죽였는가>와 <커트 코베인이 죽었다고?>를 읽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뭐 그 정도야 문제가 아닌데, 읽고 난 후의 후유증이 남아 곤란한 상황이다.
말없이 끊는 전화를 받고 나면 지금 지구의 어딘가에서 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닌가 해서 오싹~
그러면 발신자번호 표시되니 전화 걸어보면 될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정말로 걸어봤다가 그 사람이 안 받으면 진짜 죽은 게 될까 봐 겁나서 못 하겠다. 
그러니까 저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혹시 모를 OO 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품절


"저는 미리 준비해둔 톱으로 시체를 토막 내 검정 비닐 봉지에 나누어 담은 후 여행 가방에 넣었습니다. 홈쇼핑으로 구입해둔 샘소나이트의 여행용 에이비에스 하드케이스에 차곡차곡 집어넣은 것입니다. 저는 차를 몰아 인천국제공항으로 갔습니다. 샘소나이트 여행용 에이비에스 하드케이스는 걸려 넘어질 정도로 흔한 물건입니다. 적어도 국제 공항 로비에서는 말입니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로비에서 내키는 대로 하나 골라 제 것과 바꾸었습니다. 여자의 시체는 싱가포르나 프랑크푸르트나 하와이로 날아갔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홍콩이나 시드니로 날아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에 나지 않은 걸 보니 여태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완전 범죄였던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입니다."

<만리장성 너머 붉은 여인숙>-72쪽

아무 말도 없이 끊겨버리는 전화를 받고 나면 지금 지구의 어디에서 누군가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150쪽

사유의 그늘에서 행동은 창백해진다고 어떤 철학자가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대부분의 세상일이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습니다.

<토니와 사이다>-153쪽

"누워서 하는 짓 중에서는 섹스가 제일 재밌고 앉아서 하는 짓 중에서는 마작이 최고, 서서 하는 짓 중에서는 사냥이 최곤데 그 짓을 관둘 리가 있겠어?"

<순정아 사랑해>-233쪽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선명하게 찍혔지만 여자만 흐리게 보였다. 그 부분만 현상이 잘못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여자의 존재가 사진 찍는 순간에 포획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으로 흘러가버린 것 같았다.

<토성에 관해 갈릴레이가 은폐한 몇 가지 사실들>-276쪽

"사랑할 때 갖는 아이는 더 예쁘대요. 첩의 자식들이 예쁘고 똑똑한 게 그것 때문이래요."

<선인장>-291쪽

우리 생에 영영 뜯지 않은 엘피 한 장쯤은 남겨두는 것도 좋으리라. 각자의 삶을 견디게 하는 것들은 대개 타인에게는 무의미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마련이니까. 그것이 인생이니까.-326쪽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삶이 추억될 때뿐이다.'

<미림아트시네마>-3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도 쓸쓸한 당신
박완서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완서 작가는 노인네들의 신산스러운 삶을, 신산스럽지 않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연륜 때문일까 싶어서, 그렇다면 젊을 때 썼던 작품을 찾아읽어봐야지 했다가 또 아차차.
마흔 살에 데뷔했으니 그렇다면 다 이렇게 연륜이 깃든 작품이려나?
아직 그의 데뷔작 <나목>을 안 읽어봤으니 일단 찾아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도 쓸쓸한 당신
박완서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아콰마린'에 관해 얻어들은 이야기는 그러나 그런 흥미진진한 전설하곤 좀 달랐다. 깊은 바다 빛깔이 나는 게 양질의 '아콰마린'이지만, 그런 건 아주 드물다면서 드문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극진히 사랑하던 애인을 바다에서 잃은 청년이 있었다나. 그가 남은 생애 동안 돈을 버는 대로 오로지 뛰어난 아콰마린만 사모은 게 늙어 죽을 때는 드디어 커다란 마대자루 하나 가득하더라는 것이었다. 깊은 바다에 애인을 빼앗긴 청년이 따라 죽는 대신 바다 빛깔 결정체에다 자신의 혼을 수없이 던진 이야기를 친구는 왠지 심드렁하고 간략하게 말했다.

<마른 꽃>-13쪽

난봉기도 도가 트니까 관록 같은 게 생겨 멋있고 풍류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140쪽

남자와 여자가 서로 연정을 느끼는 건 신의 장난질처럼 인간의 계획 밖의 일이다.

<그 여자네 집>-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등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명문장 두 개가 계속 생각나는구나.

"아직도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니 유감이군요."
"내가 죽는 것이 가슴 아픈 유일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유독 표독해진 나는,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을 하는 게 배알 꼬인다. 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