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길을 묻는다
김원일 / 문이당 / 1998년 7월
구판절판


"자네, 사랑에 눈멀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지? 무엇이든지 그렇게 미쳐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이게 돼. 이를테면 두 눈이 멀어버리지."-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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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류의 사랑을 믿었던 시절이 나에게도 분명히 있었다.
예를 들자면, 모든 사람의 새끼손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묶여 있는데 그 실은 진정한 사랑과 연결돼 있다든지,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걷다가도 후광이 비치는 나의 반쪽을 우연처럼 만나게 된다든지...
아. 플라토닉 러브만을 믿었던 무지몽매했던 여고시절.
 
<천년의 사랑>은 그 때 읽었어야 했다.
그럼 나는 눈물 줄줄 흘리면서 읽는 내내 이런 상상을 했겠지.

1. 나는 엄청 예쁘다.
2.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처럼 착하다.
4. 이런 내 앞에 대한민국엔 없을 것 같은 1% 훈남이 다가온다.
5. 우리 둘은 첫눈에 이끌려서 사랑에 빠진다.
6. 그런데 어느날 얼씨구 갑자기 불치병에 걸린다.
7. 당연한 얘기지만 죽어가면서까지 하얗고 예쁘다.
8. 못믿을만큼 헌신적인 남자가 이런 나를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사랑해 준다.
9. 힛. 그럼 나는 하늘에서 이 남자를 내려다보면서 눈물 흘려줘야지.


그런데 난 1번에서부터 아웃이다. 패스.

하지만,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사랑법 또한 100가지.
그러니까 나는 이런 사랑에 자신없어도, 누군가는 이런 사랑을 하고 있을 테지.
나는 <천년의 사랑>은 고사하고 <일년의 사랑>도 버거워서 헉헉대는데.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소설 속 주인공 오인희와 성하상의 사랑이 부럽다는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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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하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5년 8월
구판절판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반드시 유념해라. 시간이란 제할일을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법, 한없는 기다림은 미덕이 아니고 자칫 악덕이 되니 늘 그것을 살펴라.'-168쪽

"당신도 이렇게 해봐요. 첫눈을 세 번 집어 먹으면 그해 겨울 내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요."-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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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다이어트는 해도 해도 끝없고 빠져나올 수도 없는 지옥불 같은 것.
그러면서도 '이번만큼은 다를 거야' 라는 생각에 또다시 뛰어들고 마는 유혹의 지옥불.
이러다가 평생 다이어트 하고 있겠지, 난.

소설에서라도 다이어트 성공담 좀 보자 해서 선택한 책.
게다가, 혹자는 칙릿이라 폄하해도 나는 재미있게 읽었던 <스타일>의 저자가 쓴 책 아니던가.
때마침 K양이 케이블 채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찍고 있기도 했으니
내가 먼저 읽고 나서 다이어트女들의 심리 상태를 거만하게 쫑알거려 주고 싶기도 했고. 

결국,
나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고,
K양은 내 쫑알거림과는 상관없이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끝냈으며,
나는 백영옥에게 약간은 실망했다.
사랑하는 이들의 심리에 관한 인상깊은 구절은 꽤 많았지만
어차피 소설이란 게 멋있는 구절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고 결국은 스토리 싸움인데
책의 3분의 2지점에서부터 이 스토리 싸움이 점점 처지기 시작한다.
흥미진진했던 싸움이 구경꾼 사라지면서 스멀스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랄까.
비하인드 스토리 필요없으니까 그냥 머리채 쥐어잡고 흙바닥에 뒹굴면서 제대로 싸워주세요!

그래도, 지금 막 실연한 친구한테 권해주기엔 '킬링 타임+ 마음 위안' 용으로 아주 좋겠다.
울고 짜고 통곡하다가 아이스크림을 퍼먹는다는, 가장 전통적인 이별의 방법도 소개되어 있으니 따라해도 좋고.
뭐 이 나이에 실연당하는 게 그냥 책 한 권 권해주는 걸로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댁들의 사정.
요즘의 나는, 내 몸 하나 다이어트하고 감정 콘트롤 하기도 벅차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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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절판


요즘 사람들은 '신파적인 것'에 이상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문명이 그것을 유치한 것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파란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 신파란 감정을 쏟아내고, 신경증을 유발하지 않으며, 뒤끝을 남기지 않는다.-14쪽

실연을 당한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
한입 물면 혀를 적시고, 두번째부턴 짜릿한 마비를 일으키는 다디단 음식들. 이별의 아픔은 그렇게 잊어가는 게 마땅하다. 울고, 짜고, 통곡하다가 조용히 냉장고로 달려가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것이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전통적인 이별의 수순이었다. -16쪽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왜 여행사들은 '실연당한 여자들을 위한 다이어트 여행' 패키지 같은 거 안 만드나 모르겠어. 그거 만들면 대박 아니니?"-22쪽

"내가 왜 여행을 자주 가는지 알아?"
언젠가 시후가 내게 말했다.
"그건 빠르게 사라지는 시간이 두렵기 때문이야. 여행은 일상 속의 시간을 늘려주거든. 여행을 하면 내가 천천히 늙는단 느낌이 들어. 생각해봐. 차를 타면 언제나 처음 찾아가는 길이 되돌아오는 길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잖아."-148쪽

내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아기들에게 찾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지혜와 비밀을 전부 다 얘기하곤, 손가락으로 아기의 말랑을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쉬잇! 비밀이야'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신의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는 자리. 옛날부터 유대인들은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을 그렇게 표현한다.-186쪽

영웅들에게 탄생비화가 있듯 세상의 모든 연인들에겐 '사랑의 신화'가 존재한다.-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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