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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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만나보면 성격은 그저 그럴 거야, 라고 생각하며 소개팅을 거절했는데
몇 년 후에 알고 보니 걔가 성격도 수준급이고, 나랑 취미도 같더라......... 라는 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위와 비슷한 후회막급 감정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고 느껴버렸다.
왜 이 책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한없이 가볍고 말랑말랑한 연애소설 쯤으로 치부하고쳐다도 안 봤던 걸까.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는데.... 언빌리버블! 액설런트!!!!!
아, 진작 읽을 걸.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 어떤 책이든 그것을 읽기 전과 후의 인생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은 후의 내 인생은 그전보다 더 풍미도 짙고 농밀하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말을 빌어 얘기하자면,
팔팔 끓는 기름에 도넛반죽을 집어넣었을 때처럼 온몸에 기포가 몽글몽글 맺힐 듯이 후끈 달아오른다고나 할까?

이 책을 최근 연애감정을 몽글몽글 느낄락말락 하고 있는 M양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가을 연애에 성공하지 못하면 젖은 성냥갑이 되고 말지도 몰라,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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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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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뜨겁고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을 때 티타는 달걀노른자로 만든 젤리를 쟁반에 담아 식탁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페드로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 순간 티타는 팔팔 끓는 기름에 도넛 반죽을 집어넣었을 때의 느낌이 이런 거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얼굴과 배, 심장, 젖가슴, 온몸이 도넛처럼 기포가 몽글몽글 맺힐 듯이 후끈 달아올랐다.-24쪽

티타는 눈물이 마른 채로 계속 울었다. 마른 눈물은 양수 없이 출산할 때처럼 아프다는 말도 있다.-37쪽

별들은 사랑하는 연인의 시선을 받으면 그 즉시 돌려보냈다. 거울로 장난치듯 지구를 향해 빛을 반사했다. 그래서 밤마다 별들이 그렇게 반짝거렸던 것이다.-68쪽

옷을 뚫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나눈 후로는 모든 게 전과 같지 않았다.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75쪽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알려드릴까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듯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식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124쪽

수프는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다. -131쪽

본인의 말에 따르면 첸차는 두 눈을 감고 양손을 묶은 채로도 참판동고를 만들 수 있었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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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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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의 두번째 단편선.
첫번째 단편선은 3년 전에 읽었는데 나는 그 때 알라딘 리뷰에 이렇게 써놨었다.


미국인들에게 좋아하는 소설을 물어볼 때 제일 흔한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위대한 개츠비'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이다지도 열광하나 싶어 읽어봤다가 '흥!' 소리만 연달아 냈었다.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아 몇 달 지난 후 다시 한 번 읽어봤었고
그제서야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릴 정도였으니 피츠제럴드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정말 얕은 시냇물 수준.
단편을 꽤 썼단 얘기를 듣고, 그렇다면 과연 단편은 얼마나 큰 여운을 줄까 싶어 덥석 집어들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흥!'.
번역할 때는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원서로 읽으면 멋진 구절일 수도 있겠는데 번역해 놓으면 영 딴판인 문장들이 간혹 있었을까봐(?) 아쉽다.
번역문장에 비해 플롯은 참으로 훌륭한 듯하다. 장편으로 죽죽 늘려도 부족함이 없겠다.
 

(2006년 12월 24일)

 


나는 되게 멍청한 편인데, 똑똑한 체 하는 건 꽤나 좋아해서 소설을 읽고 번역이 어쩌고 저쩌고 들먹거릴 때가 왕왕 있다.
그러면 차라리 원어로 읽으면 될 텐데, 문제는 또 내가 그렇게까지 똑똑하진 않을 뿐더러 부지런하지도 않다는 것.
오죽하면 영문학을 전공했으면서 원어로 다 읽은 작품이 <고도를 기다리며>가 유일할까.

이번 두 번째 단편선은 첫번째 이후 꽤 오랜만에 나왔는데
첫번째에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 주제에 두번째를 산 건 순전히 '벤저민 버튼' 탓.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벤저민 버튼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 탓.
도대체 합성을 한 건지 마법같은 분장 탓인지 할아버지인 브래드 피트까지 멋있을 정도였으니
피츠제럴드를 다시 한 번 읽어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발전한 거다.

소설은 영화와 똑같진 않다.
영화 쪽의 결말은 너무나도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소설 쪽은 좀 쓸쓸하다.
그리고 생각이 참 많아진다.

특히나 머리에서 계속 떠나지 않는 생각은
어리게 태어나서 늙어가는 게 좋은지, 늙게 태어나서 갓난아기로 죽는 게 좋은지 하는 것.
물론 내가 아무리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해도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처음엔 거동이 불편하고 마지막엔 기억이 사라진다는 점은 일치한다.
어머나, 인생이란 오묘해라.
나는 인생이란 '발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인생이란 건 그냥 생성과 소멸일 뿐.
발전했다 싶으면 소멸을 향해서 곤두박질 치는 거다.
누구에게라도 가차없다.
그리고 대를 이어 반복된다. 생성 소멸 생성 소멸....
그런데 더 신기한 건, 그렇게 생성과 소멸을 몇 대에 걸쳐 반복하면서 인류 자체는 '발전'의 과정을 밟는다는 것.
어머나, 인생이란 오묘해라.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말고 또 다른 단편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도 엄지 두 개 다 내밀 정도로 훌륭하다.
<해변의 해적>은 은근히 내 취향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기억 때문에 피츠제럴드를 꽤나 사실적인 표현을 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던 거다.
죄송합니다.
피츠제럴드의 상상력에 존경을. 

아, 이건 사족.
꽤 오래 전부터 <위대한 개츠비>를 영어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다니는데
너무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인지, 내가 못 알아먹어서인지, 역시나 재미가 없다.
피츠제럴드를 좋아하고 싶으면 단편을 먼저 읽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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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gmin2516 2023-01-0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각이 넓으시네요
 
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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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난 남자들 모두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소?"
아디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안 된다는 이유라도 있나요? 인생이란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향해 나아갔다가 물러서는 거죠."

<해변의 해적 中> -106쪽

둘 다 지금까지 키스해 본 적이 없었지만, 한 시간이 흐르자 키스를 해 보았는지 못 해 보았는지는 거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中>-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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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길을 묻는다
김원일 / 문이당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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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하면 불륜 이야기.
그것도 조선시대 마흔일곱 한량과, 지주의 후실이었던 한 여자의 야반도주 스토리.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고로 이들의 사랑도 면면을 살펴보자면 짠하게 애간장 녹는다.

풍채좋고 소리 잘 하는 서한중은 요즘말로 하자면 '나쁜 남자' 스타일인데
나쁜 남자가 매력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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