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구판절판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 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수학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15쪽

여름 내내 나하고 쥐는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25미터 풀을 가득 채울 정도의 맥주를 퍼마셨고, 제이스 바의 바닥에 5센티미터는 쌓일 만큼의 땅콩 껍질을 버렸다.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지루한 여름이었다.-17쪽

남의 집에서 잠이 깨면 언제나 다른 육체에 다른 영혼을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33쪽

37도.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너무 덥군요. 이건 완전히 오븐 속이에요.37도는 혼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여자와 끌어안고 있는 쪽이 시원할 정도의 온도죠.-54쪽

대공황을 이룬 옛날 영화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아래를 지나갈 때는 언제나 우산을 펴 들고 걷는다네. 왜냐하면 위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지거든."-71쪽

"그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손해 볼걸."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고물 자동차와 같아서 어딘가를 수리하면 다른 곳이 한층 두드러지거든."-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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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 양장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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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년 동안 품고 있던 의문이 있었다.

그 의문이란...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따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는데 인간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봐도 옛날엔 거의 6등신에 가까웠는데 지금 중고생들은 거의 8등신 롱다리고.
그럼 신의 모습은 옛날의 그 6등신인가, 아니면 미래를 예견해서 8등신인가?
그것도 아니면 신의 모습 또한 인류가 진화할 때 함께 진화의 길을 밟았는가?

종교를 갖고 있는 Ryu에게 물어봐도 <신과 나눈 이야기>를 읽으면 해답이 나온다는 무책임만 답변 뿐.
아이고 치사해라.

하지만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보고 약간이나마 해갈이 되었다.
281쪽에 나온 말.
"너희는 우리가 스스로를 본따 너희를 지었다고 믿고 있으나 너희가 나옴으로써 우리가 모습을 얻었다."

은근히 눙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는데?

이문열의 작품은 내게는 편차가 크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황제를 위하여>는 정말 투썹즈업 할 만 하지만
이 <사람의 아들>과, 오늘 아침 다 읽은  <선택>은 정말 간신히 읽었달까.
이러면 정말 <삼국지>를 누구 버전으로 사야 할지 고민만 지속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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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 양장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구판절판


두 사람은 이미 여러 번 그래 온 것처럼 서로 엉긴 채 침대 위로 쓰러지며 뒹굴었다. 그들은 격렬한 파도였으며 거기 따라 요동치는 배였다. 힘찬 폭포였으며 헤어나지 못할 늪이었고, 분방한 수말이었으며 집요한 배암이었다. 그들은 서로 아낌없이 주고 동시에 탐욕스레 빼앗았으며, 학대하고 학대당하였다. 집중이면서 방일이었으며, 숨막힐 듯한 다가감이면서도 소스라쳐 밀어냄이었다. -66쪽

너희는 우리가 스스로를 본따 너희를 지었다고 믿고 있으나 너희가 나옴으로써 우리가 모습을 얻었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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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계절이 바뀌는 바람에 못 사고 다음 해를 기약하는 물건들이 있다.

봄에는 등나무 피크닉 바구니.
여름에는 레인부츠.
겨울에는 모카신.

특히 봄을 위한 피크닉 바구니는 백화점에 갈 때마다 눈여겨 보는 통에 지겨워진 언니가 이제 좀 사라고 하는데
막상 사려면 은근히 돈이 아까운 아이템이란 말이다.
이왕 사는 거 접시랑 포크까지 다 들어있는 비싼 걸로 사고 싶은데 그건 또 너무 비싸고...

이놈의 레인부츠도  내 돈으로 사려면 거의 20만원 돈이 넘어가는 거라서 초절정 가난뱅이인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난다.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가죽도 아닌 고무(혹은 비닐?)에 20만원을 쓸 순 없는 노릇...
하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면, 내년에는 꼭 사고 말리라 다짐하지... ㅠㅠ
가끔은 내가 불행한 건 레인부츠가 없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고.

모카신도 그렇게 갖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
하지만 신발굽이 최소 7cm는 돼야 신을 맛이 나기 때문에 살까말까 고민 중인데
요즘엔 플랫슈즈에 맛들렸으니 굽이 낮아도 괜찮아.
어그랑 번갈아신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이 벙실벙실.
드라이빙 슈즈로 신어도 딱일 것 같고! 차도 없는 주제에 ㅋㅋ

게다가 모카신을 꼭 사야겠다 마음먹은 건 바로 이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때문. 



주인공 '작은 나무'가 가난한 소작농의 딸한테 송아지가죽으로 만든 작은 모카신을 선물해 주는데
냄새나고 더러운 그 여자아이는 신발에 달린 빨간 방울을 살짝살짝 건드려보며 제법 마음에 들어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아버지에게 감나뭇가지가 부러질 때까지 얻어맞고선 모카신을 되돌려준다.
가진 거라곤 '잘못 발휘된 자부심' 뿐이기 때문.

나는 가난해도 모카신 좋아하는데.

인디언이 선물을 줄 때 그냥 상대방의 눈에 띄는 장소에 놔두고 가버리듯이,
누군가 나의 의자에 모카신을 올려놓으면 좋으련만.
그런데 원래 이 책을 읽으면 인생 전반의 '욕심'을 비워야하는 게 옳을 텐데
나는 어쩌자고 갖고 싶은 아이템만 늘었는지.
나는 자본주의의 딸. 

몇 년 전에 본 건데,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제일 감명깊게 읽은 책을 한 권씩 소개한 기획기사가 있었다.
그 중 중복되는 책들이 몇 있었는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미국의 송어낚시>,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였지, 아마.
<위대한 개츠비>와 <미국의 송어낚시>는 철저히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담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크게 좋아하지 않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왠지 관심이 안 갔었다.
바보 멍충이인 나는 이 책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가슴 뭉클한 얘기들을 묶어놓은 책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고 부끄러운 무지의 소산.

가끔 주변사람들이 좋은 책을 소개해 달래서 <월든>을 추천해 주면
열이면 열, 따분해서 읽지 못하겠다고 말하던데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가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월든>과 비슷한 사상을 담고 있는데, 문체도 쉽고 줄거리까지 있어서 쉽게 읽힌다.
마음에 남는 문장도 <월든> 못지 않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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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구판절판


이제 산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천천히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품으로 토해낸 미세한 수증기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23쪽

할머니의 이름은 보니 비(bonnie bee), '예쁜 벌'이었다. 어느 늦은 밤, 할아버지가 "I kin ye, Bonnie Bee"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나는 할아버지가 "I love ye"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다.-66쪽

할머니으는 체로키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장소를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할머니 자신에게도 비밀장소가 있으며, 할아버지에게도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물어본 적은 없지만 할아버지의 비밀장소는 산꼭대기 가는 길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할머니 자신이 보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비밀장소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한번도 그 문제에 대해 조사해보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비밀장소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자 우연이긴 하지만 나한테도 비밀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그럴 수 없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100쪽

또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링거(개) 생각이 날 것이고, 또 나도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 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126쪽

한번은 의자에 앉으려고 하다가 내가 앉는 의자 위에 긴 칼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의 칼만큼 긴 그 칼은 술장식이 달린 사슴가죽 칼집 속에 들어 있었다. 윌로 존이 나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해주셨다. 이것이 인디언이 선물을 주는 방법이다. 인디언은 절대 무슨 뜻을 달거나 이유를 붙여서 선물하지 않는다. 선물을 할 때는 그냥 상대방의 눈에 띄는 장소에 놔두고 가버린다.-230쪽

와인 씨는, 자신의 가족들은 모두 넓은 바다 건너에 살고 있어서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자신과 가족들이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에 똑같이 촛불을 켜는 것이다. 이렇게 촛불을 켤 때면 서로의 생각이 하나가 되기 때문에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과연 그럴 것 같았다.-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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