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밝기야 양(陽) 중에 으뜸이어서 태양(太陽)인 해를 당할 존재가이 우주 안에는 없지만, 소원은 은밀한 곳에서 자라기 때문인가, 양명하고 당당한 태양의 위용 앞에서는 감히 기도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소원은 눈물을 머금고 크는 것이라, 먼지까지 다 드러나는 백일하에 앉으면 소원을 적시고 있는 그 눈물이 다 증발하여 메말라 버릴 것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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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의 말대로라면
"선비의 방안에 서화는 조촐하게 한두 폭을 걸어 두는 것이 좋은데 결코 풀칠을 하여 벽에다 붙여 버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심히 사람의 눈을 번거롭게 하는 일이며, 양쪽 벽에 대칭으로 맞보게 거는 것 또한 아주 속된 것이니 삼가야 한다. 그리고 그림은 때때로 바꾸어 걸어야한다. 춘·하에는 추·동의 경(景)을 보고, 추·동에는 춘·하의 경을 보아야 하느니, 그리고 산에 들어 있을 때는 흐르는 물을, 물가에 거할때는 웅숭 깊은 산의 도량을 그림으로 본다면, 바야흐로 그 심서를 조화롭게 하여 신기(神氣)가 편안하리라."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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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뿌리는 어둠이 휘황하고, 햇빛은 캄캄할 것이다.
한 톨의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난 나무는 지표가 갈라 놓은 금의 위아래로 햇빛과 어둠 속에 서로 나뉘어 자랄 때, 그 가지와 뿌리가, 모양이나, 길이나, 뻗어 나가는 방향이 쌍둥이처럼 같다고 하니.
- P166

"아이고, 시언하다. 매옴허니. 속이 다 내리가네 기양. 끄어억, 무시맛은 그저 동지 섣달 엄동 설한에 눈은 쌓이는디 밤은 짚우고, 모다 둘러앉어서 이얘기하고 놀다가잉, 얼음뎅이맹이로 찬 요런 놈을 속 덜덜떨어감서 먹어야 지 맛이여. 요런 때 먹는 요런 무시는 나주(羅州) 배허고 안 바꾸제잉."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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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저만큼 바라보는 놈들의 머리 위로, 둥구나무 무성한 이파리마다 매미 소리가 물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데, 때 맞추어 건듯 불며 물 소리를 쓸고 내려오는 바람이시원하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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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수비(眼高手)라는 말이 있어서, 마음은 크고 눈은 높아도 재주가모자라 손이 눈을 따르지 못하는 것을 탄식하기도 한다만, 수비는 나중이야기고 우선은 안고가 되어야 한다. 보는 눈이 먼저 열려야 분별을하게 되고, 눈에 격이 생겨야 그 격에 이르려고 부지런히 손을 익힐 것아니냐. 타고난 재주가 아무리 출중하고, 일평생 익힌 솜씨가 아무리능란해도, 눈이 낮은 사람은 결국 하찮은 몰풍정(沒風情)을 벗지 못할것이다.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 사람은 눈을 갖추어야 하느니라."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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