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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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뜯어도 물어뜯어도, 3으로 10을 나누듯 끝장날 때는 없을 것만 같았다.-62쪽

"더 재미난 얘기가 있답니다. 목을 매면 키가 한 치 가량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건 확실히 의사가 재어봤으니 틀림없습니다."
"그건 새로운 발견이군. 어때, 구샤미 군도 목 좀 매달면? 한 치 늘어나면 보통 사람만큼 될지도 모르지."
하고 메이테이가 주인 쪽을 향하자, 주인은 뜻밖에 진지하게 묻는다.
"간게쓰 군, 한 치 가량 키가 늘어났다 살아날 수가 있을까?"
"그건 안 될 게 뻔하지요. 매달려서 척수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쉽게 말해 키가 늘어난다기보단 파괴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그만두지" 하고 주인은 단념한다.-124쪽

고양이의 발은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 어디를 걸어도 엉성한 소리가 난 적이 없다. 하늘을 밟는 듯, 구름 속을 가는 듯, 수중에서 경을 치듯, 동굴 속에서 비파를 타듯, 묘미를 맛보고 그것을 말로 나타내지는 못할지라도 차고 뜨거움을 절로 아는 것과 같다.-147쪽

로렌스 스텀 <트리스트램 샌디>

"그 후로 코에 대해 다시 연구를 했는데, 요즈음 <트리스트램 샌디>라는 저서에 코론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 가네다네 코도 스턴에게 보였더라면 좋은 재료가 됐을 텐데 유감스러운 일이야...."-189쪽

인간이 사용하는 국어는 전적으로 모방주의에 의해 전습되는 것이다. 그들 인간이 어미로부터, 유모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실용상의 언어를 배울 경우, 다만 들은 그대로를 되풀이하는 외에 털끝만한 야심도 없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능력을 다해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같이 남의 흉내로부터 성립되는 국어가 10년, 20년이 지나는 동안, 발음에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은, 그들에게 완전한 모방 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순수한 모방은 이같이 지난한 것이다.-202쪽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3면 공격은 반드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만한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안심을 얻는 데 편리하다. 안심은 만물에게 필요하다. 나에게도 안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3면 공격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225쪽

첫째,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이걸로 보면, 인간들은 고양이보다 어지간히 한가한 자들이라, 심심한 나머지 이 같은 장난을 고안해서 즐기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우스운 것은, 이 한가한 인간이 툭하면 바쁘다 바빠 하고 떠들어댈 뿐만 아니라 그 얼굴빛이 사뭇 바쁜 듯한, 잘못하면 '바쁘다 바빠'에게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소하게 얽매이고 있단 말이다.-232쪽

떨어지는 것과 내려오는 것은 대단한 차이인 것 같지만, 실은 생각했던 정도는 아니다. 떨어지는 것을 늦추면 내려오는 것이요, 내려오는 것을 빨리 하면 떨어지는 것이 된다. 떨어진다와 내려온다는, '떨어진'과 '내려온'의 차이다.-279쪽

뒷문께로 해서 잠입하는 것을 비겁하다느니 미련하다느니 하지만, 그건 앞문으로밖엔 방문할 수 없는 자가 질투해서 떠들어대는 넋두리다. 예전부터 영리한 사람은 뒷문께로부터 기습하게 마련이다. 신사 양성법의 제 2권 제 1장 5페이지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한다.-285쪽

옛날 유럽인의 전설에 의하면, 오인의 체내에는 4종의 체액이 순환하고 있었다 한다. 첫째로 노액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거꾸로 오르면 노하기 시작한다. 둘째로 둔액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있다. 이것이 거꾸로 오르면 신경이 무디어진다. 다음에는 우액 - 이것은 인간의 기분을 음산하게 만든다. 끝으로 혈액 - 이것은 사지를 왕성하게 만든다. 그 후 인문이 진보함에 따라서 둔액, 노액, 우액은 어느새 없어지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혈액만이 옛잘대로 순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317쪽

".... 능숙한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면 처음부터 몸에 맞는 것을 갖다주지만, 서툰 양복점에서 주문했다간 당분간은 참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러나 세상은 묘해서, 입고 있노라면 양복 쪽이 골격에 맞추어 주거든.
지금 세상에 맞게끔 좋은 환경인 양친이 솜씨 좋게 낳아준다면, 그게 행복한 거야. 그러나 잘못 생겨난다면 세상에 맞는 않는 대로 참고 지내든지, 아니면 세상 쪽에서 맞추어줄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 도리는 없겠지."-345쪽

주인은 무슨 일에나 알지 못하는 것을 숭배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이것은 굳이 주인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닐 게다. 알지 못하는 것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잠복하며, 헤아릴 수 없는 곳에는 어쩐지 숭고한 심정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인은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떠벌리고, 학자는 알 만한 것을 알지 못하게 강의하고 해석한다. 대학의 강의에서도 알지 못하게 지껄이는 사람은 평판이 좋으며, 알아듣게 설명하는 자는 인망이 없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365쪽

"태어날 땐 아무도 잘 생각해보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죽을 땐 누구나 괴로워하는 것 같네요."
간게쓰 군이 서먹서먹한 격언을 말한다.
"돈을 꿀 때엔 별 생각 없이 꾸지만, 돌려줄 땐 모두가 걱정하는 것과 똑같지 뭐."
이렇게 곧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메이테이 군이다.
"꾼 돈을 갚지 않으려는 자는 행복한 것처럼, 죽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자는 행복한 걸세."
그렇게 말하는 도쿠센 군은 초연하기가 세속을 떠난 사람 같다.-4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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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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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져보는 꽤 두툼한 책.

전철 안에서 읽기엔 좀 무거운 감이 있고, 침대 위에서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빨리 읽어버리면 아쉬울까봐, 두어권의 책과 겸해 천천히 읽었다. '내가 정하는 좋은 책의 기준' 중 하나는, 한 권을 읽은 후 그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가 여부인데,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는 곧장 알라딘에 들어와 나쓰메 소세키의 모든 책을 위시리스트에 추가했다. 참,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내가 정하는 좋은 책의 기준' 중 하나인데 (기준 참 많다...^^;;;), 괜찮은 책을 읽다가 글귀에 책이름이 나오면 꼭 체크해놓고 읽어보곤 한다. 이번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그랬다.

38페이지.

"뭐 재미있는 책 없어? 빌려줘요."
저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을 책장에서 골라주었습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는 것도 참 재미있는 방법.

그리고.... 이 책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이후로, 나만의 이상형을 발견해 버리고 말았는데... 그는 바로 메이테이!!! 지나칠만큼 낙천적인데다가 뻥쟁이지만 나름대로의 확고한 철학도 갖고 있는 남자. 맘에 든다. 100여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 지금 읽으면 적당히 낯설고 또 적당히 익숙하다. 21세기 느낌이 나지 않아서 꽤나 묵직한 느낌이 들지만 종종 나의 이상형 메이테이가 등장해 적당히 뻥을 쳐주시는 바람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정작 주인공인 고양이는, 인간보다 훨씬 똑똑해서, 내가 기른다면 감당하기 벅차겠다. 고양이 싫어. 강아지 최고!!! 메이테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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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2 - 이외수 오감소설 '환상'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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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촌아줌마의 회상에 의하면, 남편은 현실과 도저히 융화될 수 없는 의식구조를 간직한 인격체였다. 그는 인간이 육안적인 인간과 뇌안적인 인간을 탈피하여, 심안적인 인간과 영안적인 인간으로 살아가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한 알의 사과에 대해 사유할 때 육안적인 인간은 침을 흘리고, 뇌안적인 인간은 만유인력을 떠올리며, 심안적인 인간은 예술을 꿈꾸고, 영안적인 인간은 사랑을 찬미하게 된다는 것이었다.-134쪽

"나무는 풍상에 시달리면 그 줄기가 뒤틀리고, 인고에 시달리면 그 뿌리가 쓴 법이라. 허나 줄기가 뒤틀렸다고 그 꽃이 아름답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으며, 뿌리가 쓰다고 그 열매가 향기롭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더냐."-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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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1 - 이외수 오감소설 '환상'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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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나는 산을 마주하면 산하고 나이가 같아지고, 강을 마주하면 강하고 나이가 같아지니까 몇 살인지는 네가 계산해 보아라."
....
"그러면 할아버지는 구름도 안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시나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이야 새들에게 주어진 풍류이지, 어디 신선에게 주어진 풍류이겠느냐."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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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동문선 / 1998년 7월
구판절판


... 만약 내가 그 경우라면 하는 '가설의 구두(라는 것을 나는 우리 집 신장 속에 여러 켤레 보관해 두고 있다)'를 신고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안타까운 이야기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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