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는 마치 묘를 다시 쓴 것처럼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새로 세운 기둥과 새로 심은 철쭉, 그 한가운데서 동글동글한 돌고래가 웃고 있었다.
"재밌네 이거, 나 시집가서 여기 묻히지 못하면 아쉽겠다."
돌고래를 씻으면서 나는 말했다.
"돌아오면 되잖냐."
아빠가 말했다.
"무슨 심한 말씀을."
"사위를 들여도 되고. 덤으로 귀여운 돌고래 무덤에 묻힐 수 있다고 하
면서 말이다."
비석을 씻고 있는데 엄숙한 기분이 들지 않고, 마치 돌고래를 씻는 기분일 수 있다니, 멋진 일이다. 더구나 돌고래는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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