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도로변의 식당이나 심야 카페테리아, 호텔의 로비나 역의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쓸쓸한 공공장소에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희석되기도 하고, 그 덕에 독특한 공동체 의식을 다시 발견할 수도 있다.

<슬픔이 주는 기쁨>-11쪽

그러다 커서는 이십 대 중반의 고통스러울 정도로 외롭던 시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지던 시절에 가끔 차를 몰고 런던 밖으로 나가 리틀 셰프에서 혼자 점심을 먹곤 했다. 성심성의껏 소외를 시켜놓은 환경에 나 자신의 소외를 풍덩 빠트리는 것은 실로 위안이 되었다. 마치 기분이 푹 가라앉았을 때 쇼펜하우어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슬픔이 주는 기쁨>-23쪽

만일 부엌에서 시식을 했다면 평범하거나 심지어 불쾌하게 느껴졌을 음식이 구름이 있는 곳에서는 새로운 맛을 띠고 구미를 돋운다(파도가 치는 절벽 꼭대기로 소풍을 가서 먹는 치즈 넣은 빵과 같다). 전혀 집 같지 않은 곳에서 기내식을 받아들고 우리는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는 차가운 롤빵과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감자 샐러드를 먹어가며 지구 밖의 풍경을 한껏 즐긴다.

<공항에 가기>-37쪽

아이 없이 동물원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 아이들 한 무리를 거느리고, 거기에 뚝뚝 녹아 떨어지는 아이스크림에 풍선까지 몇 개 갖추어야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원에 가기>-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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