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구판절판


그게 옳은 일일까요?

뭐가? 원조가? 아니면 구호품을 가로채는 것이?

원조를 계속하는 거요.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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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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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처음 문장, 그러니까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는 굉장히 유명하더라.
책을 미처 읽지 않은 자들도 이 문장들을 인용하기엔 인색함이 없더라.
그만큼 아름다운 문장이란 얘긴데,

그래서 노벨문학상을 탔나 싶고,
그래서 일본어를 몰라 번역본으로 읽은 내가 밉고,
또한 과연 12년간 다듬은 흔적이 엿보이더라.

간혹 이렇게 맨 처음이나 맨 끝이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소설들이 있는데,
최근 읽은 것과 견주어 보자면, 단연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버금간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아아앙아아..
아름답다.

우리나라 소설과 견주자면, 이건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수산의 <부초>다.
유용주가 그의 산문집에서 "비단결 같은 서정의 눈물방울"이라고 칭송한 그 <부초>.
필화사건으로 일본으로 쫓겨난 한수산이 그곳의 겨울에 탄복해서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

한수산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이러브유.

언어로 심금을 울리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건 있는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외국어 신동이 아닌 내가 또 미워지네.
일본어로 <설국>을 읽지 못하고
스페인어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지 못하다니..
그나마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일부 챕터라도 영어로 더듬더듬 읽었으니
이쯤에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지금 생에서의 운명.

<설국>에는 특히나 눈에 대한 설명이 기가 막히다.
에스키모인들은 눈에 대한 단어만도 수십 수백개 갖고 있다는데,
군마 현과 니가타 현의 접경인 그곳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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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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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7쪽

온 마음을 바친 사랑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136쪽

이 지방은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림이 차가워질 무렵, 쌀쌀하고 찌푸린 날이 계속된다. 눈 내릴 징조이다. 멀고 가까운 높은 산들이 하얗게 변한다. 이를 <산돌림>이라 한다. 또 바다가 있는 곳은 바다가 울리고, 산 깊은 곳은 산이 울린다. 먼 천둥 같다. 이를 <몸울림>이라 한다. 산돌림을 보고 몸울림을 들으며서 눈이 가까웠음을 안다. 옛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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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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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의 소설을 읽으면 멍게 한 점을 혓바닥에 올려놓고 단맛을 느끼고 싶고,
잠자리 날개 소리나는 하얀 쌀밥을 치아 뒤에 대고 굴리고 싶다.
어떻게 말하면 감각이 미칠 듯이 생생하다는 거고,
어떻게 말하면 짐승냄새 물씬 난다는 거고.

그런데 사람들은,
천운영의 소설이 동물적이라 싫다고 말하면서도
어디선가 몰래몰래 읽고들 있는 모양이다.

아. 그런데 이것은 내가 11월 6일에 읽었던 책.
다 읽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채 쌓여 가는 책이 이제 50권이다.
마음이 무거워 누구에게 대필이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

요즘, 운동중독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다면 시덥잖은 기록 중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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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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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를 먹으면 살고 싶어져요.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당신이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한입 가득 멍게를 넣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옅은 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슬픔이 당신의 눈꺼풀을 스쳐갔다. 뜨거운 덩어리가 저 밑에서부터 울컥 솟구쳐 올라왔다. 당신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아주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나는 말없이 멍게만 먹을 뿐이었다. 당신 역시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멍게 살을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당신과 나는 접시에 멍게가 다 없어질 때까지, 혀끝이 알알해지도록 멍게만 먹었다.-82쪽

눈물은 훔치는 것이 아니라 말리는 것이다. -101쪽

말갛게 부풀어 오른 밥알이 공기와 처음으로 닿을 때 밥알들 사이에서는 잠자리 날개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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