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혹 한 가지의 주제에 유달리 천착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신경숙도 그렇고 공지영도 그렇고 김연수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의 사상이나 경험에 쉬이 공감하지 않는 이상 전작주의를 실현하기란 꽤나 버겁다.
아. 그런데도 나는 또다시 김연수의 책을 집어들었다.
머리를 쥐어뜯어도 이유를 몰랐는데... 이런, 지큐 5월호를 보니 '나도?' 싶다.
문학평론가 조영일이 이 시대의 작가들을 신랄하게 평가한 대담이다.

 
조영일: 평균에 만족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평균을 뛰어넘는, 한국문학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패기와 실력을 겸비한, 시대와 치열하게 싸우는... 그나마 김연수 작품에서는 이런 의지가 좀 느껴진다. 워낙 못 써서 문제지."

GQ :  유종호의 하루키 비판에 대해, 그가 시대적 변화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문학적 변화들은 전혀 인정하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연수에 대해 비평할 땐, 당신 역시 '문학적 변화'에 폐쇄적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영일 : 그 말은 김연수에게 요즘의 감각이 있다는 건가?

GQ : 김연수 소설은 많이 읽힌다. 

조영일 : 김연수는 굉장히 복잡하게 쓴다. 인물을 자세히 묘사한다기보단, 앞뒤가 엇갈리고,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젊은 사람들에겐 참신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엔 엉성하게 보인다. 자기 글을 통제 못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같다. 많이 읽혀봤자 일만 부나 이만 부다. 

GQ : 그게 적나?

조영일 : 그것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 그리고 김연수의 인기는 작품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에 있는 것 같다.

GQ : 독자가 인간성을어떻게 아나? 그것 때문에 팔린다는 얘기는 황당하다.

조영일 : 김연수 소설의 핵심이 감상주의다. 그게 치기 어린 문학청년들하고 통하는 거다. 왜 떴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어떤 평론가는 김연수가 굉장히 좋은 문장을 쓴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유치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
 


아이고 화들짝.
김연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를 하다니 싶다가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김연수의 인기는 작품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에 있는 것 같다라는 저 말.
하지만 유치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는 표현은 거슬린다.
단언컨대, 그의 문장은 유치한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밀도가 높은 거다.
그게 유치하다면, 그 평론가는 연애를 안 해 봤다는 얘기.

아무래도 나는 김연수의 다음 작품도 의무적으로 사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밑의 두 책도.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푸시킨의 <대위의 딸>

아, 하나 더.
조영일이 썼다는 <한국문학과 그 적들>도 반드시 사보야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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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구판절판


"그럼 진짜 중국을 보려면 어디까지 가야만 하는 걸까요? 보들레르의 글에 보면 그런 말들이 있던데, 중국 사람들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시간을 읽는다는. 아, 그러고 보니, 그건 남경에 관한 글이었군요."
"그런 말이 있습니까? 중국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내가 말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정화가 내 말투를 흉내냈다.
"대련에 가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세요. 거기에 나오는 글이에요. '꿈들! 언제나 꿈들을!', 그런 문장도 나오죠."-33쪽

최초의 연애 감정을 뜨겁게 달구는 장작은 이처럼 혼자 지내는 고독의 시간들이었다.-39쪽

나는 겨드랑이에 끼워넣었던 두 손을 눈앞에 펼치고 바라봤다. 차가운 바람을 받은 두 손은 창백했다. 한때 절망했던 손, 또 한때 의심했던 손. 그리고 이제는 그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 손. 정희는 과연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 여옥이처럼 나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던 것일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여옥이가 두 손으로 내 오른손을 감싸 쥐고는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 사람, 죽었습지. 내게 바다 얘기 들려주던 그 사람, 죽었습지. 작년 8월 대성촌에서 죽었습지. 나도 한 계절 말이 안 나돕답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답데.-115쪽

"꼭 누가 흔들어야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랍데. 나뭇가지 저 혼자서 흔들리는 밤도 더러 있답데."-132쪽

낚시에 붙잡힌 물고기처럼, 여옥이는 가슴살이 빨갛게 홍조를 띨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물기로 축축한 여옥이의 검은 몸을 어루만지며 여름 땡볕을 받아 마른 돌들이 하얗게 타오르는 광경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바다란 그 마른 돌들이 흐느껴 잠들면서 꾸는 꿈이라고 말했다. 내 말에 여옥이는 몸을 뒤척이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그런 말로는 바다를 떠올릴 수 없으니 물결 하나만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 줌의 달빛이면 보름의 밤을, 한 닢 꽃잎이면 봄날의 바람을 볼 수 있으니 어서어서 이랑이 긴 물결 하나는 보여달라고. 나는 어둠 속에서 미끈거리는 여옥이의 몸 안으로 남해 푸르른 물결 하나를 밀어넣었다.-148쪽

"그거 알아사 씁네. 내사 동무한테 애당초 맘도 없었는데 이 손일랑 그만 정이 붙어버렸소. 동무 처음 왔을 때, 송 영감이 희대의 영웅이 나왔다며 떠들었습지. 마작하다가, 혁명하다가, 특무질 하다가 목 매달리는 사내는 많아도 여자 때문에 자기 목을 매는 사내가 간도 땅에는 흔치는 않습지. 그런데 용정 나가는 길에 마바리에서 손 아프다고 우는 걸 옆에서 보니 그 맘은 또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데. 마음이야 어디 붙었는지 내사 모릅지. 하지만 손이야 눈에 보이니 만져주고 싶었습지. 그러다 그만 정 깊이 들어버렸소."-273쪽

사랑이라는 게 우리가 함게 봄의 언덕에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면, 죽음이라는 건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겠네요. 그런 뜻일 뿐이겠네요.-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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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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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를 읽은 후에 김경욱 전작주의를 결심했다.
정말 책 많이 읽은 청년이로구나 싶게 그의 책 곳곳에는 주옥같은 '남의 말'들이 많다.
그런데 그 '남의 말' 덕분에 나의 독서영역도 넓어지겠다.
전작주의도 전작주의지만 다른 작가들의 책도 읽고 싶은 게 많아졌기 때문.
예를 들자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플루랑스의 <결혼행진곡>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눈이 침침해지기 전에 어서 읽어야 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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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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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약효의 팔십 퍼센트는 플라시보 효과다. 플라시보 효과로 치자면 책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중독? 환영할 만한 일이다.-12쪽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로 당신의 자서전이고 영혼의 연대기이다.-16쪽

내가 죽는 것이 가슴 아픈 유일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18쪽

내가 구두를 선물하자 당신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던가요? 내가 기대한 반응은 그런 게 아니었다. 제 발 사이즈는 어떻게 아셨어요? 당신이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물어왔다면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답했을 것이다. 당신을 읽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죠. 인파로 붐비는 환승역에서 행인들의 뜨악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랫폼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의 크기를 줄자로 재던 내 모습을 은밀히 떠올리며 미소를 지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위험한 독서>-29쪽

"독창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어야 해. 위대한 작품을 쓰기 위한 일곱 단계. 첫번째,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라. 두번째, 전화코드를 뽑아라. 세번째, 방문을 걸어잠가라. 네번째, 컴퓨터의 전원을 켜라. 다섯번째, 아무도 시도한 적 없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글을 써라. 여섯번째, 창문과 방문을 열어젖히고 기왕 쓴 글의 사분의 일을 버려라. 마지막 단계, 아내에게 읽혀라."-78쪽

헤밍웨이가 옳았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에 불과했다.-87쪽

"십 년은 꿈, 백 년은 꿈속의 꿈, 천 년은 한순간의 빛이지요."

<천년여왕>-92쪽

기억의 연금술에 의해 사실과 허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을 섞어 하나가 됐다.-108쪽

사랑하는 자는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지만 사랑받는 자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108쪽

그가 세 살 때 최초로 읽은 글자는 맞춤법에 어긋난 것이었다. '안주일절'이 아니라 '안주일체'가 옳은 표기였다. 자신이 최초로 읽은 글자가 잘못 표기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비범한 재능이 과연 축복일까 하는 형이상학적인 의문에 사로잡혔다.-109쪽

"나는 긍지에 찬 사람보다 허영심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상처받은 허영심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어머니가 아닌가?"-114쪽

"한때 당신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지 않기 위해 내내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나의 사랑은 당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요, 샬롬."

<게임의 규칙>-114쪽

"열정적 사랑은 찰나의 것이지만 영원을 보여주기 때문에 위험하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눈을 감는 것은 영원에 눈멀까 두렵기 때문이다."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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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에 이별을 1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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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의 책은 촌스럽고 애잔해서 70년대스럽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97년도에 초판이 나왔다.

정말이지 제2의 부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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