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똑바로 항해하기 위해서 압력을 가하는 물체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항상 다소의 걱정과 괴로움과 불행이 필요한 것이다.-7쪽
애정은 어떤 환경에 이르면 급속도로 증진하여 그 불길이 다른 정열을 능가하며 모든 사려를 물리치고 큰 위력과 고집을 부리게 된다. 그리하여 어떠한 장애라도 물리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걸며 그래도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면 자살까지도 한다.-57쪽
이성적인 선책이 결혼에 이르는 경우는 있으나, 결코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다.-74쪽
이 생존 의지의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욕구는 우선 앞으로 태어날 개체에 작용할 수 있는 바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당사자들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사랑을 하고 있는 줄 알고 갖은 애를 다 쓰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전적으로 형이상학적인 목적을 이루는 데 있다. 이와 같이 미래의 개체가 생존을 원하고 또 실제로 생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찾는 돌파력은 모든 생물의 원천인 생존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형이상학적인 생존에의 욕구는 앞으로 양친이 될 두 남녀가 상대방에 대하여 갖고 있는 강력한 연정으로 나타나며, 그들에게 하나의 아름다운 환상을 주어 이 세상의 모든 가치를 희생해서라도 서로 결합하게 한다.-77쪽
사랑을 하고 있는 모습은 대개 희극적이며 때로는 비극적으로 보인다. 이것은 결국 그 어느 경우에 있어서나 그들이 종족의 혼령에 속하여 전적으로 그 지배를 받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 자기의 성격과 조화가 되지 않는 데 이유가 있다.-81쪽
때때로 사랑은 애인에 대한 증오심과 타협하는 경우가 있는데, 플라톤은 그것을 '양에 대한 늑대의 사랑'에 비유하였다. 이 경우에 본인이 아무리 애써 결심하여도 사랑에 빠진 개체는 도저히 그 냉정한 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한다.'(셰익스피어)ㅡ이런 경우에는 애인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 드디어는 살해하여 버리고 자기도 자살하는 일까지 생긴다.-83쪽
흥미는 작자가 우리들에게 이데아를 인식시키려고 묘사한 정경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128쪽
일반적으로 무엇이고 자기에게 부합되지 않는 일, 부주의에서 일어난 일, 졸렬한 일, 우매한 일을 하게 되면, 나중에 몰래 마음을 깨무는 벌레, 마음을 찌르는 가시가 나타나게 마련이다.-134쪽
낙천주의의 근원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면, 세계의 유일한 제1원리인 '살려는 의지'가 조성한 현상을 거울에 비쳐보고 자기의 모습에 현혹되어 멋대로 떠드는 찬사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145쪽
직업은 하나의 가면에 불과하며, 거의 모두 그 밑에 돈벌이꾼이 숨어 있다.-159쪽
그런가 하면 가면무도회의 도노천처럼 일반인이 어디든지 갖고 다니는 가면이 있다. 예컨대 의리, 예절, 그럴 듯한 동정, 히죽히죽 웃기를 잘하는 우정 등이 그것이며, 그 밑에는 품팔이꾼, 장사꾼, 사기꾼이 숨어 있다. 그리고 보면 가장 정직한 층은 상인이다. 그들만은 돈벌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회적으로 알맞게 낮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160쪽
만일 어떤 사람에게 이용 가치가 많으면 그런 이쪽의 생각을 그의 앞에서는 마치 죄라도 되는 듯이 숨겨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속임수는 유쾌한 일은 못 되지만, 거기에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개는 귀여워만 하면 이쪽을 주인으로 알아주지 않는 법이다. 인간에게도 이와 같은 버릇이 있다.-161쪽
세상 사람들은 흔히 대인물의 도량이 너그러움을 찬양한다. 그런데 이 관용은 타인에 대한 깊은 모멸에서 비롯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하여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이 모멸감에 가득 차게 되면 주위의 인간을 자기와 동등하게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자기 자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바라지 않게 되어, 마치 우리가 다른 동물이 미욱하고 지각 없음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의 속물들에게 아량을 베풀게 되는 것이다.-163-164쪽
이 세상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거처이지만, 그것은 개개인의 견해와 태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며, 두뇌의 차이에 따라서 별개의 세계로 간주되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하면 주관의 작용에 따라서 혹은 빈약하고 공허하고 평범한 것으로 보이며, 혹은 풍부하고 다채롭고 의미심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사실을 잘 입증하는 것은 괴테나 바이런의 시로서, 그 소재는 현실에허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둔한 독자들은 이 시인들의 뛰어난 관찰력이나 상상력에 의해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중에서 아름다운 시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저버리고, 오직 이들만이 이런 시적인 사건에 접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우울한 사람은 곳곳에서 비극을, 명랑한 사람은 희극을, 무관심한 사람은 무미건조한 광경만을 바라보게 마련이다.-168쪽
세속적인 사람들은 재물, 지위, 아내, 자식, 친구 그리고 서클 회원 등등 자기 이외의 것에서 행복을 구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없어지거나 자기의 기대에 어긋나면 그 행복도 곧 사라져 버린다. 결국 이들의 생활 태도는 자기의 중심을 자기 밖에 두고 있는 셈이다.-194쪽
'명예는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떠드는 것은, 자기의 존재나 행복은 있으나마나 하고 자기에 대한 제3자의 견해만이 가장 소중함을 의미한다.-213쪽
자기가 남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확신만큼 삶에 대한 활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자기에 대한 남들의 호감은 이윽고 애호와 협조를 은연중에 기대할 수 있으며, 자기 하나만의 힘보다 다수의 힘이 인생의 재난을 당하였을 때 훨씬 더 큰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222쪽
나는 내 생각대로 말하고, 남들은 그들의 취미대로 삶을 즐긴다. 이는 또한 이것대로 족하나니 개에게는 개가, 소에게는 소가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에피알모스-283쪽
산 너머 바다 건너 두루 다녀도 장소가 다를 뿐,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도다.
-호라츠-249쪽
비관적인 눈으로 이 세상을 일종의 지옥이라고 간주하고 그 불길이 미치지 못하거나 가책을 받지 않는 사람은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우매한 자들은 쾌락을 찾아 번번히 실패하고, 현명한 사람은 실재적인 재앙을 피하고 비실재적인 쾌락을 구하지 않으므로 절망에 빠지는 일이 없다.-254쪽
한 인간이 누리는 행복이 어느 정도인가를 측정하려면, 그 즐거움보다도 우환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환의 내용이 사소할수록 그가 누리는 행복은 크기 때문이다. 즉, 사소한 일에 대하여 한탄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행복을 이미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큰 불행이 닥치면 사소한 걱정은 거들떠볼 경황이 없는 것이다.-259쪽
현재에 대하여는 세네카가 말한 바와 같이 '하루는 생애의 한 토막이요, 한 토막이 곧 생애이다'라고 생각하여, 현재라는 유일한 실재를 되도록 즐겁게 보내야 한다.-265쪽
반성과 지식만 풍부하고 경험이 적은 것은, 책 한 페이지에 본문이 두 줄인데 주석이 40행이나 있는 것과 같으며, 반성과 지식이 따르지 않는 산만한 경험은 주석이 없어 뜻을 알 수 없는 책, 예컨대 저 지폰트 판으로 된 고전 총서와 흡사하다.-268쪽
인간은 추우면 서로 비벼대며 몸을 녹이기도 하는 것처럼, 사교도 피차에 전신적인 체온을 나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 정신에 충분히 온기가 있는 자라면, 이런 마찰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교적인 자는 대체로 지능적인 진가가 없는 자이며, 비사교적인 자는 뛰어난 인물임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274쪽
인간의 행`불행에 관한 모든 일에 자기의 상상력을 되도록 억제해야 한다. 더구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공중누각을 쌓아서는 안 된다. 이보다 더 큰 낭비가 없으니, 그 누각은 곧 한숨을 토하여 자기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285쪽
그런데 이 활동적인 본능을 질서있게, 따라서 가장 유효하게 만족시키려면 적당한 절제가 필요하다. 이 활동ㅡ무엇에 종사하고, 무엇을 만들며, 적어도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행복 없이 못할 요건이며, 인간은 활동을 요구하고 활동에 의해 어떤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본능적인 욕구이다. 그리하여 이 욕구를 가장 크게 만족시키는 것은 바구니건, 책이건 어쨌든 무엇을 만들고 성취하는 일이며, 가장 직접적인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자기 손에서 일이 착착 진척되고 날로 완성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는 일이다.-289쪽
남에게 사기를 당한 돈은 가장 유효하게 쓴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로 인하여 분명히 '조심'을 샀기 때문이다.-321-322쪽
'장단을 치지 말고 말하라'라는 오랜 처세의 가르침은, 자기가 할 말만 요령있게 하고 그 해석은 남에게 맡기라는 의미이다. 일반 사람들은 이해력이 부족하므로, 그들이 해석을 내리는 것은 그 이야기를 한 현장에서 떠난 연후의 일이다. 이와는 달리 장단을 치며 말하는 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되므로 당장의 일시적인 효과는 있어도, 분명히 영구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한다.-322-323쪽
옜날에 누가 인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혜와 힘과 운명의 셋을 들었는데, 이것은 실로 정당하 견해이다. 나는 그 중에서 특히 운명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싶다. 즉, 인간의 생애는 하나의 항해와 같은 것이며, 여기 대하여 바람의 역할을 하는 것을 우리는 운명ㅡ시운이니, 행운이니, 혹은 불운이지 하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길이 급속히 앞으로 밀려 나가거나 뒤로 후퇴하는 것은 그 때문이며, 여기 비하면 우리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은 대단히 허무하여, 다만 노의 구실을 할 뿐이다. -323-324쪽
마치 계절에 있어서의 봄처럼, 인생의 봄에 있어서도 해가 너무 길어서 지루한 경우가 있을 정도이지만, 드디어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면 낮은 짧아만지는 대신에 청명한 날씨가 계속된다.-340쪽
여행의 그 1개월은 가정생활의 4개월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344쪽
대체로 비유해 말하면 생애의 전반기 40년은 본문이고, 나중 30년은 거기에 대한 주석이다. 우리는 이 주석에 대하여 비로소 본문의 진정한 의미와 관련성, 그리고 전반적인 대의와 묘미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다.-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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