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 50
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 공공도서관

 

 

 

 

 

 

 

 

중세의 지식인들은 여행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도서관이었단다.

무의식 속에서 지식인 흉내 좀 내보고 싶었던 건지 뉴욕 여행 중 가장 찾고 싶었던 곳은 바로 이 뉴욕 공공도서관. 두 달여간의 일정 동안 틈만 나면 찾아가서 가이드투어도 하고 전시실 기웃거리기도 하고 늘어지게 쉬다 오기도 했다. 정말 요긴했던 건 명품 아울렛 가기 전 이곳에서 할인쿠폰을 출력했던 것. 덕분에 내 얼굴 사진까지 박힌 도서관회원카드랑 복사카드도 만들어 꽤 으쓱한 기념품도 생겼고.

귀국 마지막날에도 잠시 찾아갔었는데, 그전까지만 해도 행복한 여행 끝난다는 게 그리 실감나지 않다가, 이 도서관 문을 나서려니까 "아, 어쩌면 내 일생에서 이곳에 오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 눈물이 피잉ㅡ.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국회도서관이 있으면서도 자주 가지 않았으면서 괜히 뉴욕의 이 도서관은 돌아서려니 마음이 짠했다. 저녁 무렵의 맨해튼을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해보니 마음이 짠했던 이유는, 도서관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 비단 뉴욕 공공도서관 뿐이랴. 보스턴의 콩코드 마을에서 우연히 들렀던 작은 도서관도, 한적한 곳에 있다는 게 너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아, 짜증나. 이 나라는 도서관을 왜 이렇게 아름답게 지어놓은 거야.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도서관은 회색건물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최근엔 꽤나 예쁘고 정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많이 짓는 모양인데, 성인을 위한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도서관도 많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북카페'가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쓴이가 직접 찍었다는 책 속 사진들은 하나같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지라 구도며 색감은 투박하지만, 괜스레 멋들여 찍은 게 아니라서 그런지 그게 또 도서관 사진답고 자꾸 보게 된다. 손 닿는 곳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사진만 들여다봐도 명화집 못지 않게 기분이 좋다. 쇼핑 명소나 유명 식당 찾아가는 여행이 아닌, 도서관 투어는 또 얼마나 멋진 테마인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소개해 놓은 곳이 규장각과 해인사라는 것. 고개가 갸우뚱.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야 규장각과 해인사도 도서관 축에 속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서관의 의미로 본다면 이건 좀 뜬금없는 듯.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자랑스레 생각하는 건 좋지만 책 전체로 놓고 본다면, 차라리 최근에 지은 괜찮은 어린이도서관이라든가 정독도서관, 국회도서관 같은 곳이 나와야 맞지 않나? 억지로 세계 유수의 도서관들과 '급'을 맞추기 위해 규장각과 해인사를 갖다 붙인 느낌이다. 이건 왠지 저자의 의도라기보다는 출판사 편집자의 계산된 의도인 듯도 하고. 우리나라의 꽤 괜찮은 도서관을 발굴해서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도서관 말고 "우리가 생각하는" 도서관을 실어달라는 말이다.

여행 전 한번쯤 들춰보고, 도서관도 여행 코스에 넣도록 유도하는 좋은 책이다. 어쨌거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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