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세월이 비켜나갈 것만 같던 거울 속의 모습은 알지 못한 사이에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기억력의 한계는 지금의 모습이 예전과 같았으리라고 여기게 하지만 좀 더 멀리 바라보고 있으면 이제 그 속임수는 통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잠 들기 전의 거울과 깨고 난 뒤의 거울. 거울을 보지 않았던 적이 있다. 얼굴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름의 얼굴을 생각하고 혹시라도 어딘가에 비추는 얼굴은 언제나 낯설음. 이녀석이 나로구나.
2004-08-15 by sa1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