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를 읽다가 메뚜기를 잡아서 갈아 겨울에 먹었다는 얘기를 보고 문득 어릴 적에
메뚜기를 잡아먹었던 게 떠올랐다.
벼를 베고 벼를 말리기 위해 논에 잘 펴놓는 날들이 계속될 때 메뚜기도 녹색에서 노란 색을 덧입힌 채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그에 맞춰 동네 애들도 열심히 음료수 병을 하나씩 들고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다.
대개 녹색의 사이다병이었는데 걔중에는 1.8리터짜리 소주 PET을 들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하루 종일 잡아서 그 병에 가득...
메뚜기를 잡아서 딱히 죽이는 건 아니고 그냥 병에 넣어 두고 손가락으로 입구를 막는다.
메뚜기는 계속 밖으로 뛰쳐 나가려고 하지만 손가락에 막혀서 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 되는데
뛰어올라 손가락에 탁탁 부딪힐 때 살짝 간지럽다. 가끔 잡는 데 신경을 쓴 나머지 구멍 막는 걸 소홀히 해서 몇놈이 뛰쳐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하지만 막힌 병속에 오래 있던 녀석들이라 호흡곤란으로
병밖 세상으로 뛰쳐나와봤자 제 힘을 다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뭐 다시 병속으로 갈 차비를 차릴 수 밖에.
실컷 잡고 날이 저물면 메뚜기가 가득찬 병을 엄마한테 가져다 주면 그날 저녁에 메뚜기가 잘 볶아져서 상에 오른다. 메뚜기를 어떤 식으로 조리하는 건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녀석들을 씻어 내는지 간은 어찌 맞추는 지...
여튼 중학교때까지도 메뚜기 튀긴걸 점심반찬으로 봤었는데 지금은  메뚜기도 보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려서 메뚜기 반찬은 정말 아득한 옛날일 같다.

아 침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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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9-0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심해서 한번도 못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있나요?

▶◀소굼 2004-09-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리 뒷다리보단 덜 맛있어요:)

비로그인 2004-09-0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어렸을때 메뚜기 구워 먹었습니다. 저희 집이 왕년에 목장을 했거든요. 온통 풀이니 곤충들이 좀 많았겠습니까?? 참 맛나더군요. ㅋㅋ

nrim 2004-09-0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뚜기.. 우리는 말린 메뚜기를 튀긴 후에 소금을 뿌려 간을 했던거 같은데...
우리집에서는 말린 메뚜기를 사다가 튀겨서 팔았었어....
부엌에서 메뚜기를 많이도 튀겼었지;;;

▶◀소굼 2004-09-0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오오..죄 궈드셨던거 아닙니까?혹 잠자리 드셔보셨는지?;;[저는 먹어봤거든요]
느림님/옹..파시기까지...잔뜩도 잡으셨구나~

2004-09-04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건 어른들이 어릴때 먹은 거라고 해서.. 초등학생때 맛이 어찌나 궁금하던지요.
외할머니댁에 간 김에 애들 데리고 논으로 나가서 메뚜기를 마구 잡았습니다.(개구리는 도저히 불쌍해서라기보단 무서워서 못 잡아먹겠더라구요^^;) 그리고.. 더이상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니.. 고민고민하다가 라이터를 몰래 가져와서.. 메뚜기 뒷다리를 떼어..(뒷다리 뗀 놈들은 불쌍하다며 그냥 풀어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더 불쌍했어요;) 그것만 라이터에 지저 먹었는데요.. 너무 작아서 도저히 아무 맛도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흑. 불쌍한 메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