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를 읽다가 메뚜기를 잡아서 갈아 겨울에 먹었다는 얘기를 보고 문득 어릴 적에
메뚜기를 잡아먹었던 게 떠올랐다.
벼를 베고 벼를 말리기 위해 논에 잘 펴놓는 날들이 계속될 때 메뚜기도 녹색에서 노란 색을 덧입힌 채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그에 맞춰 동네 애들도 열심히 음료수 병을 하나씩 들고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다.
대개 녹색의 사이다병이었는데 걔중에는 1.8리터짜리 소주 PET을 들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하루 종일 잡아서 그 병에 가득...
메뚜기를 잡아서 딱히 죽이는 건 아니고 그냥 병에 넣어 두고 손가락으로 입구를 막는다.
메뚜기는 계속 밖으로 뛰쳐 나가려고 하지만 손가락에 막혀서 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 되는데
뛰어올라 손가락에 탁탁 부딪힐 때 살짝 간지럽다. 가끔 잡는 데 신경을 쓴 나머지 구멍 막는 걸 소홀히 해서 몇놈이 뛰쳐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하지만 막힌 병속에 오래 있던 녀석들이라 호흡곤란으로
병밖 세상으로 뛰쳐나와봤자 제 힘을 다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뭐 다시 병속으로 갈 차비를 차릴 수 밖에.
실컷 잡고 날이 저물면 메뚜기가 가득찬 병을 엄마한테 가져다 주면 그날 저녁에 메뚜기가 잘 볶아져서 상에 오른다. 메뚜기를 어떤 식으로 조리하는 건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녀석들을 씻어 내는지 간은 어찌 맞추는 지...
여튼 중학교때까지도 메뚜기 튀긴걸 점심반찬으로 봤었는데 지금은 메뚜기도 보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려서 메뚜기 반찬은 정말 아득한 옛날일 같다.
아 침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