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말랑 > 무성애도 일종의 성적 취향

 

성행위는 인간의 조건으로 여겨진다. 성적 욕망이나 팬터지를 갖고 있지 않거나 배우자와 성적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 즉 무성애자(asexual)는 비정상이거나 불행한 존재로 치부된다. 그들의 '고장난' 정신에는 심리치료사의 설득을 주입하고 불모의 육체에는 호르몬을 주사한다. 분명히 현대문명에서는 섹스가 정상성의 요건이며 섹스 기피자는 배척 혹은 동정의 대상이다.  

 

그런데 '무성애자를 위한 발견과 교육 네트워크'인 AVEN(Asexual Visibility and Education Network·www.asexuality.org)은 무성애자가 결코 괴물이 아니며 동성애자나 이성애자처럼 존중받아야 할 성적 취향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AVEN의 설명에 따르면 무성애자의 핵심적 특징은 타인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성애자는 멋진 육신을 봐도 예술품이나 화려한 석양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동을 느낄 뿐이다.  

 

 무성애자도 일대일 사랑에 빠지지만 양상이 다르다. 이른바 '정상인'들의 이성을 향한 집착을 분석해 보면 80%가 성적 동기 때문이고 나머지 20%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열망이라고 하는데, 무성애자는 전적으로 관계지향적이다. 그들은 인간적 관계와 친교, 낭만을 갈망한다.  

 

언뜻 궤변으로 들릴지 몰라도 성과학자들은 멀쩡한 이성애자의 의식 저변에도 동성애적 욕망이 숨어 있고 동성애자도 부분적으로 이성을 동경한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섹스를 사소하거나 번거로운 일로 여긴다면 그 사람은 무성애자에 속한다는 AVEN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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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2-2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군요.. 본인의 성적 취향에 대해 다시한번 고찰하게 됩니다..

진/우맘 2004-02-2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무성애'라. 처음 접하는 단어군요. 전반적으로 사회가 sex라는 단어 사용을 꺼리지 않게 되면서, 예전에는 덮여 있던 많은 것들이 주요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본 어떤 잡지에서는 'sexless 부부'가 늘고 있다고, 그것이 상당히 큰 문제인양 호들갑을 떨더군요. 글쎄... '평균=정상'이 과연 정당한 논리인지. 평균보다 sex 회수가 적다고 과연 건강치 못한 부부일지...쩝.

waho 2004-02-2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성애라...첨 들어보네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나이를 먹어 갈수록 모호해집니다.

▶◀소굼 2004-02-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분류하기를 좋아하지요. 그리고 어딘가에 꼭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고 속한다 속하지 않는다 라는 것 자체에도 연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