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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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꾼에'

'함께'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어렸을 때는 많이 듣고 썼던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항꾼에 라는 말이 그렇게 좋았다. 지은이의 아버지 사회주의자 고상욱이 빨치산 활동을 했던 이유도 '항꾼에'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빨치산 활동은 실패했다. 백아산과 지리산에서 많은 동지들이 목숨을 잃었고 고상욱도 20년 가까운 감옥살이를 했다. 출소후에도 감시를 받아야 했다. 가족과 친척들은 그의 빨치산 활동 전력때문에 많은 좌절을 겪었다.

좌절감에 사로잡혀 신세한탄하며 세월을 보내거나 원망과 분노 속에 살아가기 싶상인데 고상욱은 그러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항꾼에'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지은이는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의 사연들을 통해 아버지 고상욱이 한 나라를 '항꾼에' 사는 세상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것, 한 동네를 '항꾼에' 사는 마을을 바꾸었음을 알게 된다.

그런 고상욱의 삶 앞에서 나의 삶을 되짚어보니 참 부끄럽다. '항꾼에'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지금은 내 한 몸 챙기기에 바쁘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항꾼에'라는 말과 함께 '사람이 오죽하면 글겄냐'라는 말이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짓을 하는 이에게 대개는 '사람이 왜 그 모양이냐'이라 말한다. 그렇게 고상욱은 선의를 악의로 갚는 이라도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라고 자비롭게 대한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라고 이해한다.


'항꾼에'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이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라는 말은 나는 '죄는 미워하데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였다.

자기 자신에게는 한 없이 따뜻하고, 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냉정하다. 내가 그런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남들이 그런 것은 그 사람이 잘못되서다. 만일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안했을거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내 사는 본새가 그렇다. 함부로 판단하고 단정짓기 전에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라고 먼저 이해해주는 마음을 더 품고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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