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울 준비나 하면서 산다
(이외수)
TV를 보다 잠든 날이 많았다. 하루를 TV로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끔은 소리 내어 아내에게 읽어준다. 아내는 10여분 간 진행되는 나의 낭독회의 유일한 관객이다.

어제 밤에도 몇 권의 책을 펴서 읽었다. 그중에 한 권이 이외수 님의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였다. 표지에는 책 제목과 함께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라는 글이 있다. 제목보다 이 글이 나는 더 마음에 들었다. 이 글귀처럼 한 문장을 적고 묵상한 글 모음집이다.
하루를 버틴다고 할 때, 보통은 '한끼 식사로' 혹은 '고작 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텼다'처럼 어떤 먹거리를 말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 문장으로' 하루를 버틴다고 한다. 아무리 배 부르게 먹어도 영혼이 배고프고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내 영혼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내 마음의 허전함을 만져줄 한 문장이 있다.
어제 나에게는 '꽃피울 준비나 하면서 산다'는 문장이 그랬다. 이외수 님에게 악재들이 덮쳤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고 한다.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고 배반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 상황을 강원도 아리랑 한 소절을 교훈삼아 존버했단다. 그 결론이 '어느새 2월도 끝물이고 봄이 머지 않았으니, 꽃피울 준비나 하면서 살아야겠다'이다.
이외수 님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세상과 인간, 무엇보다 신앙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이렇게 더 이상은 살고 싶지 않았다. 일단 멈추기로 했다. 멈추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몸도 건강해졌다. 다시 걸어야 하는데 예전의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지 않다. 아직 모르겠다. 어디로, 어떻게 걸어야 할지...찾는 중이다.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낸다. '꽃피울 준비나 하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