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참 좋다'
경춘선 숲길을 함께 걷던 친구가 말했다. 경춘선 숲길이 마음에 들었는가 보다. 친구는 6년 여 동안 외국생활을 하다 돌아온 지 3개월 정도 되었다. 외국에 나가기 전에 서울에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 길은 처음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함께 다녔으니 30년이 넘은 친구다. '세월이 참 빠르다.'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인데. 어느덧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

얼마 전에 '걷기의 말들'을 읽었다. 지은이 마녀체력의 걷기 예찬서이다. 더불어 걷기를 통해 삶을 성찰한 내용이었다. 어제 친구와 함께 걸으며, 서로의 삶을 나누었다.
경춘선 숲길을 아내와 자주 걸었다. 봄에는 꽃들로 가득했고 여름에는 푸른 빛깔의 다양한 식물들의 싱싱하고 맑은 향기가 좋았다. 가을에는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꽤나 멋진 작품이 나오곤 했다.
지금은 볼거리가 없다. 아쉬웠다. 그런데 주변 풍경을 보고 즐기느라 함께 걷는 이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봄, 여름, 가을과 달리 지금은 마음을 빼앗길 만한 볼거리가 없으니 서로의 말에 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나의 '걷기의 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