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넘은 친구가 전화했다다른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으니 오라는 거였다다들 30년 지기 친구들이다.

 

그런데도 식사 자리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친구에게 말했다'밥 먹자고 하거나 커피 마시자고 하면 나갈 생각은 없는데 산에 가자고 하면 꼭 나간다그래서 식사 자리는 안가고 식사 후에 만나서 둘이 북악산 성곽길을 걷기로 했다.

 

4호선 한성대 입구역에서 만났다혜화문에서 출발해서 경신고등학교, 서울 과학고를 지나서 와룡공원으로 올라갔다. 친구는 북악산 성곽길을 처음 가본다고 말했다. 친구는 지리산이 있는 구례에서 태어나서 자라서 산을 잘 탔다. 말바위 안내소를 거쳐서 숙정문을 지나서 백악마루에 올랐다. 말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광화문 일대, 그리고 뒤편에 평창동 풍경이 볼만했다.

 

성곽을 따라 부암동 방향으로 내려오던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올라왔다'조선시대 때 이 성곽을 지키던 군졸들은 이 겨울 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며칠 전에 '남한산성'을 읽었다거기에 매서운 겨울 추위 속에 성곽을 지키던 병졸들의 처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그래서 올라온 생각인가 보다.

 

창의문으로 내려왔다인왕산도 올라가자고 했더니 친구가 다음에 가자고 말했다인왕산 등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더숲초소 책방' 예전에 아내랑 이 근처를 드라이브를 하다 지나쳤던 카페 중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그때 얼핏 본 카페가 참 좋아보여서 다음에 꼭 와보자고 했다바로 '더숲 초소책방'이다.

친구랑 그곳으로 갔다

 

이름처럼 한쪽 벽면과 실내 중앙에는 많은 책들이 놓여 있었다실내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쪽을 책장으로 활용해서 책을 진열해 놓았다참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손님중에 책을 보는 이는 없었다다들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중앙에 놓인 책들을 보니 환경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실내는 조금 시끄러워서 야외로 나갔다.

야외 전망이 참 좋았다앞으로는 멀리 남산이 보였다바로 뒤에는 인왕산이, 그리고 조금 떨어진 옆에는 북악산이 자리잡고 있었다', , '으로, 그리고 '아주 멀리, 바로 뒤, 조금 멀리' 멋진 전경들이 펼쳐쳐 있었다.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 전망을 말끔하게 볼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았다.

 

'더숲 초소책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이곳은 '초소'였다초병들은 잔뜩 긴장된 눈으로 주변을 예의주시했을 것이다그런데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평화롭게 주변 전망을 바라보고 있다초병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변할 줄은...

 

야외에는 춥지 않도록 비닐돔을 만들어놓았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눈이 왔으면 더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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