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 생물학의 미래를 보여준 세균학의 결정적 연구들
고관수 지음 / 계단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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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에서 생명을 보다>를 쓴 고관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내가 아는 가장 전방위적인 독서가이며 서평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일이다시피 서평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사람들이 다른 일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고 해도 흉내 내기 힘든 성과다. 연구와 실험으로 정신 없이 바쁠 텐데 어떻게 이토록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길 수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그의 작가 소개를 읽고 나니 이해가 되더라. 고관수 선생은 과학자와 교양인이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과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연구도 열심히 하지만 과학 교양을 비롯해 소설, 인문,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생각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러니까 고관수 선생의 방대한 독서와 독후활동은 본업인 연구의 일환일 것이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 남자로서 평소 과학은 어렵고 머리가 좋은 사람만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저 천재 과학자들이 만든 문명의 이기를 온전히 사용하기도 바쁜데 그 원리와 배경을 알아서 뭘 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한마디로 과학과 인문 교양은 별개라고 여겼는데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를 읽다 보니 과학과 교양은 예나 지금이나 한 몸이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아내가 선물로 사준 현미경과 박편제작기를 밑천으로 피부가 까맣게 썩어가면서 사망하는 탄저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고분분투한 젊고 무명이었던 과학자 로베르트 코흐의 연구 서사도 흥미롭지만, 탄저병의 흔적을 구약성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더 신기했다. 여러 학자는 구약성경에서 모세가 히브리인을 이끌고 떠난 후 이집트에서 일어난 10가지 재앙 중 말, , , 낙타, 소에 질병을 일으킨 다섯 번째 전염병이 바로 탄저병이라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탄저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기원전 700년경에 쓰였다고 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기원전 70년에서 19년에 살았던 베르길리우스의 시(아마도 <사물의 본서에 관하여>에도 탄저병이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일리아드>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는 서양 문명의 시작이며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인 것을 고려하면 세균학이니 생물학이니 하는 것 모두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고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의 또 다른 미덕이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를 펼친 것은 그 재미나는 이문열 <삼국지>를 완독한 직후였다. 가장 확실한 수포자이며 과알못인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일종의 질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세균학을 이야기하면서 이문열 <삼국지>보다 더 한 긴장감과 여운 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분명히 과학책은 그저 지식 전달에 충실한 따분한 책인데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에 등장하는 과학자의 연구 인생을 접하다 보면 마치 <돈키호테>의 서사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연구 결과로 위궤양이 세균에 의해서 발병된다는 것을 확신한 마셜은 논문을 발표하고도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자신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동물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다. 마셜은 위내시경으로 자기 위에 헬리코박터균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위궤양 환자로부터 추출하고 배양한 헬리코박터균이 다량 들어있는 물을 마셨다. 자신의 예상과 달리 헬리코박터균의 효과는 가혹했고 빨랐다. 5일 만에 현기증과 구토가 나면서 전형적인 위궤양 환자가 되었다. 그리고서는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의 원인인 것을 증명해 냈다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하기에 이른다. 물론 마셜의 신화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며 특히 연구자 본인이나 실험에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마셜은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용서를 구하기가 더 쉽다라고 농을 쳤다.

 

나는 신이 생명체를 창조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깊은 산중에 섬처럼 자리 잡은 작은 물웅덩이에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것을 보고 그 믿음이 잠시 흔들린 경험이 있는 과알못이기도 하다. 대체 그 물고기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그러나 1822년 즉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보다 한 해 뒤에 태어난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았다.

 

파스퇴르는 백조의 목처럼 생긴 s자 형 장치 즉 무균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공기는 통할 수 있게 만든 도구를 활용해서 외부의 먼지나 입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면 새로운 생명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생물은 생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파스퇴르의 우직한 연구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파스퇴르의 실험에는 상당한 행운이 깃들었다는 자세한 이야기도 이문열 <삼국지>만큼이나 흥미롭다.

 

고관수 선생의 말처럼 과학에서 신화는 대중의 관심을 중요한 발견에 불러 모으는데 꽤 쓸모 있는 수단이며 무언가를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동화가 필요한 것처럼 과학자에게도 신화가 필요하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는 과학의 신화적 요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가장 재미나게 세균학을 알려주는 저작임이 분명하다. 독자가 과알못이든 과학자 지망생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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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4-03-03 12:06   좋아요 0 | URL
https://in.naver.com/kwansooko/challenge/keyword/174218271526624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4-03-03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4-03-03 15: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정말 고맙습니다 !!!!
 


독자들은 위대한 작가가 남긴 명작을 읽고 감동과 공감을 느끼면서 위대한 유산을 남긴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작가들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썼을까? 그렇지는 않다.

 

버지니아 울프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우울한 어린 시절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글쓰기로 치유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 <레 미제라블>은 작가 빅토르 위고의 고향인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령 건지섬에서 그의 망명 생활 중에 탄생했다.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 3세라는 절대 권력에 대항하다가 유배되었는데 민중이 존중받고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그의 염원을 <레 미제라블>에 담았다.

 

평생 자신의 동성애를 숨겨야 했던 토마스 만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비밀스러운 성향을 간접적으로나마 표출함으로써 그나마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었다. 단 두 번의 만남으로 베아트리체를 깊이 사랑한 단테는 <신곡>으로 그녀를 천국에서 다시 만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고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을 지옥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냄으로써 개인적인 슬픔을 치유했다.

 

괴테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고 그로 인해 아픔을 잊고 새출발을 하였다. 제인 오스틴은 어떤가? 그녀는 여성이 수동적이고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했던 당대의 숨 막히는 남성 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여성상을 <오만과 편견>에 담음으로써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소설 속에서나마 펼쳐 보였다.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아픈 기억을 치유해 준 일종의 치료제였다.

 

그렇다. 글쓰기는 위대한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종의 치유제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경험을 내버려두면 심리적 불안을 거쳐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글로 표현하면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그 아픔의 깊이를 가늠하고 나아가 그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숨기고 싶은 상처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그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크기에 수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고 드러낸다.

 

우리가 읽는 것은 이런 위대한 작가들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자 극복의 과정이다. 큰 보상을 지불하지 않고도 이들이 남긴 이 거룩한 유산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니, 이것만큼 어마어마한 재산이 또 있을까? 게다가 그 유산을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재미와 감동까지 겹친다. 고전소설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어렵다는 편견만 버린다면 누구든 고전소설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 유산을 소유한다. 일종의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이 50권의 책을 통해 문학을 이해하고, 좀 더 깊고 넓은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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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2-29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균호 작가님!!!!! 와 귀하고 귀한 글, 두그두그...어서 읽어보겠습니다! 출간 축하드립니다.

표지가 ˝필독서 50˝과 느낌 넘 잘 맞네요. 많은 분들이 읽으시기를!

박균호 2024-02-29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네 고맙습니다 !!

호시우행 2024-03-01 0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글입니다.

박균호 2024-03-01 08:04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님 정말 고맙습니다.

호시우행 2024-03-01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행복한 독서생활되세요.
 

제가 쓴 가장 두꺼운 책 !
제가 낸 책중에서 가장 표지가 강렬한 책 !
고전을 둘러싼 재미난 이야기만 담은 책 !


<독서의 역사>를 쓴 엘베르토 망굴엘은 현실 세상보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먼저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현실을 미리 만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실은 우리에게 하나의 또 다른 실제로 작용한다. 우리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의 심리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의 첫 만남은 소설이라는 안내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세상 공부를 미리 한 셈이다.
작가가 글을 써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면 독자들은 그들이 남긴 작품을 읽고 자신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독자들은 뛰어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상처, 위기, 극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미처 표출하지 못한 해묵은 감정을 정화하고 인생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독자들은 자신의 인생관과 인생행로가 비슷한 등장인물을 만나기 마련이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 경로를 겪은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면 독자들은 더욱더 소설에 몰입하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고전소설은 대부분 천재 작가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우리는 좋은 고전소설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등장인물을 만난다. 독자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분신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불행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발견할 수도 있다. 소설을 읽는 것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겪는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발견하여 자신의 삶을 좀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좀 더 성숙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은 마련할 수 있다.
고전은 시간이라는 체로 걸러진 일종의 사금이 아닌가? 명작을 결정하는 재판관은 시간이며 시간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들은 던져버리고 명작이라는 알맹이만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당시 사회 모습과 그 이후에 사회가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 보면 독자들은 몰입과 재미 둘 다를 누린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 고전소설이 묘사한 배경이 낯설고 상황 전개가 현재와는 달라서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읽어나갈수록 소설 속 상황과 배경이 떠오르고 소설 속 등장인물이 보고 싶어진다. 자신과 소설이 마치 친구가 되는 듯한 이 경험은 고전소설이 단연코 압도적이다.
소설을 누리는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미덕이다. 따라서 가능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고르려고 애썼다. 우리 독자에게는 문학적 의미나 상징성보다는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마담 보바리>, <분노의 포도>, <적과 흑>, <허영의 시장> 등은 그 문학사적 의의라든가 대표성을 떠나서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놓기 어려운 흥미로운 서사가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가 단지 치열한 복수 이야기로만 알고 있을 수도 있는 <폭풍의 언덕>은 사실 문학적 형식이나 상징성, 사상보다는 오로지 소설을 읽는 재미에 모든 것을 다 받친 소설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술술 잘 읽히는 고전소설을 읽다 보면 다소 난해한 고전소설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러다 보면 좀 더 깊이 있고 폭 넓게 인간 세상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재미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은 한 사회의 문화를 대변하는 만큼 동서양 문화별, 나라별로 안배해서 선정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50여 권의 고전을 통독한다면 전 세계 각 문화권 오늘의 모습을 있게 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고전이 출현했을 때와는 다르게 오늘날 세계는 국경과 문화가 느슨해진 세계 시민의 시대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다른 문화권 출신에 대한 이해를 이 책을 통해서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일종의 책으로 하는 세계 여행을 해보자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되는 여러 장면을 지켜보는 여행 말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 새로운 사상이라든가 사회 변혁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한 고전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1984>를 통해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경고의 기원을, <돈키호테>를 통해서 근대문학의 기틀을, <레 미제라블>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제도의 기원을, <변신>을 통해서 거대 조직의 부품으로 전락한 개인에 대한 연민을,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통해서 인종차별에 대한 경계를,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문학을 이용한 신랄한 사회풍자를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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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21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또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했는데 정말 나왔네요. 축하합니다. 제가 관심있어 하는 소설이네요. 나중에 함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균호 2024-02-21 13:58   좋아요 1 | URL
오 ! 감사합니다. ㅎ 눈이 온다는데 눈길 조심하셔요.

서니데이 2024-02-21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에 서점에서 신간알림 문자가 왔어요.
페이지가 적지 않을 것 같았는데, 두꺼운 책인 모양이예요.
새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박균호 2024-02-21 21:39   좋아요 1 | URL
아...그러셨군요. 네 제법 두꺼운 책이랍니다. 언제나 감사해요.

2024-02-29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9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 - 사춘기 5, 6학년을 위한
김선호 지음, 신병근 그림 / 노르웨이숲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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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5, 6학년을 위한 비밀 상담소책이라고 하니까 중고등학교 교사이며 자식이 이미 직장인이 된 내가 무슨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의아심을 가졌다. 그러나 첫 번째 고민 상담소부터 제대로 각 잡고 읽게 되더라. 친구가 자꾸 본인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고민인데 이 고민을 접하니 인간의 모든 고민과 해결책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학부모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확신도 하게 되었다.

 

몇 달 전에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에서 친구가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싸움하고 학폭위원회까지 넘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의 고민 상담처럼 한 학생이 다른 친구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고 상대 학생은 노려보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며 감정이 격해져서 심각한 몸싸움을 한 사건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자초지종을 다투고 학폭위에 넘겨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를 읽다 보니 우리는 그동안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학생의 잘잘못을 따져 처벌하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김선호 선생에 따르자면 많은 사람이 째려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해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일까? 상당수가 본인 스스로 째려본다고 생각한 친구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그 악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 아이가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보잖아. 그러니까 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라는 이유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본인이 어떤 이유로 그 친구를 싫어하는지부터 찾아내서 본인이 던졌던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 내가 사실은 그 친구의 말투를 싫어했던 거구나. 그 말투가 계속 귀에 거슬렸던 거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인정하면 본인이 던진 마음을 되찾고 굳이 다른 이유를 찾아서 그 친구에게 품은 나쁜 감정을 그럴듯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초등학생의 고민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오십 대 후반을 달려가는 내가 지금껏 풀지 못한 내 평생 과제였기 때문이다. 나는 늘 한참이 지나서야 그 당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이불 킥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문제를 두고 늘 순발력과 재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를 읽고 나서야 순발력과 재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내성적이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내성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타인이 뭘 원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뜻 말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늘 하고 싶은 말을 그때그때 못한 것은 내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삼 김선호 선생의 통찰이 위로된다. 좀 더 일찍 이 책이 세상에 나왔더라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엉뚱하게 나를 자책하면서 보낸 수십 년의 세월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참 쉽고 간단하다. 원하는 걸 곧장 말하기 어려울 때는 대답을 미루는 것이다. “잠깐, 생각 좀 해 보고.” 잠깐 시간을 두는 것은 뭘 선택할지 고민하려고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바를 말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몇 초 정도 여유를 가진 다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번에는 짬뽕이 아니고 짜장면을 먹고 싶어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엄마의 잔소리 문제, 부모님의 이혼, 용돈 문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 여자 친구와의 스킨십, 야한 동영상, 자해, 다이어트, 낮은 자존감 등에 관한 살아 있는 고민이 등장하며 저자 김선호 선생은 관념적이고 뻔한 조언이 아니라 누구나 이 책을 읽기만 한다면 쉽게 실천할 수 있고 효과 만점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이 참으로 신비롭다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그 독자의 처지에 맞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것처럼 세 살 고민이 여든 고민까지 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평생 지고 갈 수도 있는 고민을 이 책 권을 읽음으로써 말끔히 해소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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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2-08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균호님 설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박균호 2024-02-09 08:1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언제나 감사드려요 .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4-02-0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균호 작가님^^ 설 연휴 가족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박균호 2024-02-09 08:14   좋아요 1 | URL
아이코 정말 반가운 분이네요. 정말 오랫만에 뵙네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김오랑 -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준철 지음 / 더프레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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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386세대라면 부하를 대신하여 수류탄에 몸을 던진 강재구 소령의 희생정신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듣고 교과서에서도 심심찮게 접했다. 그러나 12.12 군사 반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지키고자 반란 세력과 교전하다 사망한 김오랑 소령의 이야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거의 들은 바가 없다. 내가 김오랑 소령에 대해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제5공화국을 그린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이마저도 김오랑 소령의 평소 인격이라든가 애국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다뤄질 뿐이다. 12·12 사태라는 반국가적 사태에서 그나마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 것은 장태완 수경 사령부의 처신과 김오랑 소령의 애국심과 충성심인데 우린 그동안 김오랑 소령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살았다.

 

이런 면에서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안일한 불의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라는 신조를 지키며 살았으며 서울의 봄특전사 오진호 소령의 실제 인물이며 군사 반란에 맞서 사령관을 지키고 군과 국가의 체제 수호를 위해 몸 바친 김오랑 소령의 일대기를 다룬 점에서 의미가 깊은 저작이 아닐 수 없다.

 

300여 쪽이 훌쩍 넘은 분량에 김오랑 소령의 일생을 가감 없이 사실대로 담은 이 책은 김오랑 중령 추모회를 이끄는 김준철 선생이 자신의 일생 중에서 일부를 아낌없이 받쳐서 세상에 나오게 된 대 저작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실감 나는 서울의 봄을 체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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