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가장 두꺼운 책 !
제가 낸 책중에서 가장 표지가 강렬한 책 !
고전을 둘러싼 재미난 이야기만 담은 책 !
<독서의 역사>를 쓴 엘베르토 망굴엘은 현실 세상보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먼저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현실을 미리 만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실은 우리에게 하나의 또 다른 실제로 작용한다. 우리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의 심리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의 첫 만남은 소설이라는 안내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세상 공부를 미리 한 셈이다.
작가가 글을 써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면 독자들은 그들이 남긴 작품을 읽고 자신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독자들은 뛰어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상처, 위기, 극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미처 표출하지 못한 해묵은 감정을 정화하고 인생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독자들은 자신의 인생관과 인생행로가 비슷한 등장인물을 만나기 마련이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 경로를 겪은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면 독자들은 더욱더 소설에 몰입하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고전소설은 대부분 천재 작가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우리는 좋은 고전소설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등장인물을 만난다. 독자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분신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불행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발견할 수도 있다. 소설을 읽는 것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겪는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발견하여 자신의 삶을 좀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좀 더 성숙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은 마련할 수 있다.
고전은 시간이라는 체로 걸러진 일종의 사금이 아닌가? 명작을 결정하는 재판관은 시간이며 시간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들은 던져버리고 명작이라는 알맹이만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당시 사회 모습과 그 이후에 사회가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 보면 독자들은 몰입과 재미 둘 다를 누린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 고전소설이 묘사한 배경이 낯설고 상황 전개가 현재와는 달라서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읽어나갈수록 소설 속 상황과 배경이 떠오르고 소설 속 등장인물이 보고 싶어진다. 자신과 소설이 마치 친구가 되는 듯한 이 경험은 고전소설이 단연코 압도적이다.
소설을 누리는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미덕이다. 따라서 가능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고르려고 애썼다. 우리 독자에게는 문학적 의미나 상징성보다는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마담 보바리>, <분노의 포도>, <적과 흑>, <허영의 시장> 등은 그 문학사적 의의라든가 대표성을 떠나서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놓기 어려운 흥미로운 서사가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가 단지 치열한 복수 이야기로만 알고 있을 수도 있는 <폭풍의 언덕>은 사실 문학적 형식이나 상징성, 사상보다는 오로지 소설을 읽는 재미에 모든 것을 다 받친 소설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술술 잘 읽히는 고전소설을 읽다 보면 다소 난해한 고전소설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러다 보면 좀 더 깊이 있고 폭 넓게 인간 세상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재미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은 한 사회의 문화를 대변하는 만큼 동서양 문화별, 나라별로 안배해서 선정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50여 권의 고전을 통독한다면 전 세계 각 문화권 오늘의 모습을 있게 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고전이 출현했을 때와는 다르게 오늘날 세계는 국경과 문화가 느슨해진 세계 시민의 시대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다른 문화권 출신에 대한 이해를 이 책을 통해서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일종의 책으로 하는 세계 여행을 해보자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되는 여러 장면을 지켜보는 여행 말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 새로운 사상이라든가 사회 변혁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한 고전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1984>를 통해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경고의 기원을, <돈키호테>를 통해서 근대문학의 기틀을, <레 미제라블>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제도의 기원을, <변신>을 통해서 거대 조직의 부품으로 전락한 개인에 대한 연민을,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통해서 인종차별에 대한 경계를,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문학을 이용한 신랄한 사회풍자를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