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딸아이가 취업 상담을 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취업 상담 선생님이 맥북을 권하셨다고. 취업상담부에서 맥북을 지르도록 권한다? 얼핏 이해가 안 됐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딸아이 전공이 영상 쪽이고 장차 p.d를 꿈꾸고 있으니 맥북을 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맥북에서만 구동되는 파이널컷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로 작업하면 결과물이 ‘확 달라 보인다’라고.
딸아이 고등학생일 때 ‘야간 자습을 빼먹고 같이 놀러 가자’라고 꼬신 이력이 있는데 맥북쯤이야 땡 빚을 내서라도 사줘야겠다 싶어서(실은 새로 나온 맥북이 궁금하기도 하고) 아내더러 당장 고급 모델을 살 수 있는 돈을 입금하도록 부탁했다. 오늘 전화를 해서 빨리 사라고 다그쳤는데(빨리 나도 맥북 새 모델을 만져보고 싶단 말이다) 소심한 딸아이는 뭉그적거린다.
퇴근도 미루고 딸아이에게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이 맥북이 꼭 필요한 30가지 이유’를 들려준 다음 “당장 주문해야 해”라고 수십 번 반복하였다. 딸아이는 맥북은 뒷전이고 “아빠 저녁 몸에 좋은 걸로 든든하게 먹어야 해” 수십 번 반복하였다. 우리는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말만 다그쳤다. 반응이 없는 ‘맥북’과 ‘몸에 좋은 저녁’은 끝없이 이어졌다. 우리는 각자 평행선을 걷는 아빠와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