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아내에게 붙잡혀서 아내를 업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키 170cm의 건강한 아내를 업은 조랑말이 되었다. 초원을 누빌 처지는 아니어서 소박하게 거실을 몇 바퀴 도는데 딸아이가 재미나다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동영상을 찍는다며 깔깔 거린다.
아내를 업고 숨이 차는데 갑자기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마침 요양원에 독감주의보가 내려서 한 달 종안 면회를 못 간 사이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원통한 마음이 더한데 별의별 원통한 마음이 많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를 한 번도 업어드리지 못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지 실감이 된다. 이제는 어머니를 업어드릴 방법이 없다.
요양원에 어머니를 뵈러 가면 주로 사이좋게(?)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간식을 먹으라고 강권을 하는 경우다. 어차피 자식들이 어머니 드시라고 조그마한 냉장고에 우겨넣은 것들인데 내가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번번이 거절하고 또 거절했다. 한번쯤은 어머니 앞에서 게걸스럽게 마구 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어머니가 한탄하시면서 ‘빨리 죽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늘 투명스럽게 ‘또 쓸데없는 소리 하신다’고 말하기만 했지 한번이라도 ‘도윤이 시집가고 증손자 볼 때까지 사셔야지’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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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02-25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처럼...
알라딘에도 ‘좋아요‘ 말고 다른 표현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 글에는 ‘슬퍼요‘나 ‘힘내요~‘를 남기고 싶습니다.

박균호 2021-02-25 21:32   좋아요 2 | URL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붕붕툐툐 2021-02-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쿵.... 재밌다가 안타깝고 찡한 얘기네요... 박균호님이 어머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나라까지 전달되었을 거예요~~

박균호 2021-02-26 05:2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해요....툐툐님..

바람돌이 2021-02-26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을 생각하면 항상 이런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박균호님 어머님은 님의 말속에 들어있는 뜻을 아마 다 아셨을걸요. 원래 부모님이 그렇잖아요. ^^
그나저나 아직은 아내분을 업을 수 있군요. 연애할때는 저도 업혀봤는데 이제는 남편 허리 부러질까봐 업어달란 소리 못합니다. ㅠ.ㅠ

박균호 2021-02-26 05:27   좋아요 0 | URL
간신히 업습니다..ㅎㅎ 드라마 같은데 보면 남주가 여주 업고 한 참을 걸어서 집에 데려다 주는 장면이 부럽고 대단하게 생각되더라구요..

psyche 2021-02-26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와 아직 아내분을 업을 수 있다니 대단하시다 (저도 바람돌이 님 처럼 남편 허리 부러질까봐 업어달라고 못합니다. )하면서 읽어 내려오다가 찡했어요. 저는 작년에 급하게 한국에 갔지만 자가격리하느라 아버지랑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얼마나 원통하던지...

박균호 2021-02-26 06:51   좋아요 0 | URL
이게 대단한 것인가요 ㅎ....네 돌아가시면 원통한 일 투성이네요..모쪼록 프시케님의 아버님도 명복을 누리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