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아내에게 붙잡혀서 아내를 업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키 170cm의 건강한 아내를 업은 조랑말이 되었다. 초원을 누빌 처지는 아니어서 소박하게 거실을 몇 바퀴 도는데 딸아이가 재미나다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동영상을 찍는다며 깔깔 거린다.
아내를 업고 숨이 차는데 갑자기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마침 요양원에 독감주의보가 내려서 한 달 종안 면회를 못 간 사이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원통한 마음이 더한데 별의별 원통한 마음이 많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를 한 번도 업어드리지 못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지 실감이 된다. 이제는 어머니를 업어드릴 방법이 없다.
요양원에 어머니를 뵈러 가면 주로 사이좋게(?)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간식을 먹으라고 강권을 하는 경우다. 어차피 자식들이 어머니 드시라고 조그마한 냉장고에 우겨넣은 것들인데 내가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번번이 거절하고 또 거절했다. 한번쯤은 어머니 앞에서 게걸스럽게 마구 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어머니가 한탄하시면서 ‘빨리 죽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늘 투명스럽게 ‘또 쓸데없는 소리 하신다’고 말하기만 했지 한번이라도 ‘도윤이 시집가고 증손자 볼 때까지 사셔야지’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