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나를 위로하는 시리즈 2
진회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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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많이 들어보지도 않았다. 근래에 클래식 공연을 다니면서 듣고 있는 음악이 내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기록해 두고 싶었고, 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것은 느낌에 대한 수식어, 형용사로 장식된 미사여구가 한정되어있어 쓰다보면 모든 공연에 대한 내 느낌이 천편일률적으로 해석되는 듯하여 성에 차지 않았다. 전문적인 사람들은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느낌을 어떤 언어로 전달할까.



저자는 진회숙. 이화여대 음대와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을 수상하면서 음악평론가로 등단했다. 지금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편집장으로,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강사로, 평화방송 FM<진회숙의 일요스페셜>진행자로 활동중이다. 개인적으로 세종문화회관 예술단체동 5층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서울시향 교육프로그램‘콘서트 미리 공부하기’에 종종 가서 강의를 듣기도 했었기에 저자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책은 다섯 개의 주제로 나뉜다. 뭐, 명확한 차이로 구분해 놓은 것이 아니기에 주제가 하는 역할이 미미하다. 그리고 시대를 넘나드는 29개의 음악이 저자의 입담으로 풀어진다. 저자 개인의 이야기, 특정 음악에 저자에게 미친 영향과 감상, 작곡가에 대한 소개, 특정 음악의 명연주자 등의 이야기가 음악을 나타내는 데 쓰이고, 일정한 형식 없이 자유롭게 쓰였다.



저자가 쓴 음악적 감상에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나는 내 감상이 따로 있으니까. 다만, 한 줄 한 줄 풀어나가는 저자의 일기 같은 감정에 동화되는 면이 있다. 가령, 피곤에 지친 마음으로 낡은 상가를 지나다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미숙하게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며 저자가 느꼈던 감흥, 그런 것들이 진하게 전달된다.



이 책의 특징은 클래식서적에서 으레 발견되는 고상한 멋을 부리지 않았다는데 있다. 인생이라는 파도에서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써내려가고 그와 밀접하게 결부시킨 클래식들을 소개함으로써 일반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히 다가가고 있다. 음악에 얽힌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흥미롭게 읽었다.



이것은 정말로 솔직한 대답이다.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냈다. 지금 그 책들을 내게 된 동기를 한 권 한 권 돌아보니 ‘먹고살려고’라는 이유보다 고상한 동기로 쓴 책은 한 권도 없는 것 같다. (p. 152)



이 책은 굳이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아는 음악이 있거나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다면 그 페이지부터 들추어도 내용 섭렵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순차적으로 읽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페이지를 넘기면서 점차 이야기속인지 음악속인지 모르게 어느 새 책속으로 빠져든다. 재밌는 책이다.



무릎팍 도사에서 배우 윤여정씨가 했던 말도 똑같이 해주신다.



취미 삼아 쓰는 글, 취미 삼아 쓰는 음악, 취미 삼아 하는 연주. 이런 것에는 삶의 치열함이 묻어날 수 없다. 진정한 명작이나 명곡, 명연주도 나올 수 없다. 나는 확신한다. 이 세상에 밥을 벌어먹으려고 하는 모든 일은 신성하며, 그런 치열함에서 진정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라고. 그러니 밥을 벌어먹으려고 일하는 세상 모든 사람은 부디 힘내시길. (p. 159)



예술에 대한 내공이 깊은 저자이다. 그러니 때때로 좋은 감성들을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저자의 사유도 읽어볼만한 구절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클래식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에게 권해봄직한 좋은 도서이다. 또한 주제별로 저자가 추천하는 음반들도 수록되어 있고, 사진이나 그림 등이 엮어져있는 이 도서의 디자인도 뛰어나다. 텁텁한 실내보다는 한적한 야외에서 읽어야 그 맛이 제대로 사는 책이다.



죽음은 죽은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그것을 견리고 극복해야 하는, 그 사람과의 좋았던 시절을 가슴 저리게 추억해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몫이기도 하다. 작음에 대한 나의 인식 대부분은 사실 ‘살아남은 자의 몫’에 관한 것이다. (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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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사람의 선명한 기준 - Compact Books, Standards of Godly Man
전병욱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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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저자 이름만 쳐봐도, 이 책을 읽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시기적으로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임을 체감한다. 나는 사회정의를 판단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타인을 정죄하거나 비난할 자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더구나 저자의 처한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독단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다.



내가 그리워하는 저자는 돌 같이 굳어있고 메말랐던 그 때에 강력한 말씀으로 내 심령을 압도했던 독보적인 설교자이고, 그 때문에 목을 축이었고 눈물을 쏟았고 회복이 있었다. 같은 공간에 서서 예배를 드린 적은 없어도, 내게는 그에게 들었던 평생 잊지 못할 하나님의 말씀이 남아있으며, 그리운 영적 은사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영적으로) 목이 마르다’ 싶은 어느 날에는, 울고 웃으면서 몰입했던 저자의 설교가 그리워진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준 적도 없고,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인격도 아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세상의 주관과 잣대로 나를 바라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신다. 나도 저자에 대해 법적, 도덕적, 사회적 시선이 아닌 안타깝고 온유한 마음을 갖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대충 교회에 얼렁거리는 성도들보다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에 붙들린바 되어 사명에 의해 쓰임 받고자 하는 이들을 겨냥하여 명확한 신앙의 기준들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고 본다. 출애굽의 모세라는 지도자를 내세우고, 여러 가지 출애굽 과정에서의 성경적 교훈을 조명하면서 하나님이 사람에게서 취하시는 기준을 전한다.



내용이 아주 간결하다. 4부로 되어있는데, 하나님이 사람을 들어 사용할 때에 나타나는 명확한 원리를 쉽게 설명해준다. 문투는 축약된 설교를 듣는 듯하다. 핵심만 뽑아서 간략하게 전달한다. 일반 성도들이 본다면, 신앙의 농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원리를 붙들라’는 저자의 말처럼 성경을 통한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가르침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읽기만 해도 충분히 신앙의 각성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광야에서 요구되는 믿음의 절대성이 하나님 중심에서 나오는 소망의식을 부여한다. 때문에 책은 긍정적인 면이 부각된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런 글귀가 지금의 내게 힘이 되고 있다.



광야에서도 살 길이 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광야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하는 인생들이 되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p. 121)



여호수아와 갈렙이 비전을 과장했다면 10명의 정탐꾼은 문제를 과장했다. 인생의 성패는 여기서 갈린다. 믿음이란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과장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능력과 비교하여 문제를 극소화시키는 것이다. (p. 145)



인기주의로 나아가면 무력해진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질책하셨다.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것, 사람의 인기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거룩’를 드러내는 일이다. (p.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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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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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동전의 양면성’. 둘 다 쉽게 쓰는 용어들이다. 지배적인 관념 너머에 공존하는 형태나 성질을 볼 줄 아는 혜안, ‘확신’의 뒷면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법적 지식에 문외한일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수준이고, 사실 법의 잣대보다는 사회정의의 관념적 테두리를 더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사회이슈에 밀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이 한겨레21에 실렸던 칼럼을 토대로 엮은 것이기 때문이다.



확신의 함정이라는 표제답게 이 책은 전체적으로 확언을 통해 결론에 다다르고 있지 않다. 독자 스스로의 의견을 묻는 식의 전개가 주를 이룬다. 상반되는 관점을 균형 있게 소개하지만, 내가 볼 때 저자는 분명히 어느 한 편에 서 있다. 소수의 의견에 서 있던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던지.



간간이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주제도 있다. 간통죄, 성매매 특별법 등 성적인 부분에 민감한 사항에서 자신의 뚜렷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의외일 수도 있으나 건강한 소신을 가진 주장이기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또한 폭력이 양산하는 문제점들을 비판어린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어, 그런 부분에서는 확신의 함정이라는 제목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저자는 선을 그으며,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나는 체벌에 반대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반대하는 정도를 넘어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화를 참기 힘들다. (…) 그래도 체벌 찬성론에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체벌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폭력사회로 만든 가장 큰 주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78)



일단 재밌다. 주제와 관련된 작품 하나씩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수하고 좋은 작품을 많이 선별했다. 또한 그 작품이 가진 관점과 그 작품을 주제에 끌어와서 풀어내는 공감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법과 정의를 쓰겠다는 현직 변호사의 논조 또한 일반인들을 초점으로 했기 때문에 페이지는 금방금방 넘어간다.



그닥 ‘함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은 아니다. 읽으면서 함정에 빠진 것 같은 생각의 난잡함은 없었다. 미스터리 소설 같은 장르에서 쓰이는 ‘함정’이라는 장치를 생각한다면, 이 책의 함정이라는 의미는 좀 김빠지는 게 사실이다. 그냥 주제에 대한 관점이 갈릴 수 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엉뚱한 생각을 좀 하자면 작가가 참 청년 같다. 나이에 비해 글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젊고 그래서 교수로서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보다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그러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깊은 맛이 있는 분인 것 같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가 풀어내는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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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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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가면 CEO나 리더의 자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서는 많이 보인다. 그리고 교회의 영적지도자가 되기 위해 학문을 닦는 이들을 겨냥한 서적은 찰스 스펄전이나 헬무트 텔리케같은 고전서 외에는 본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신학생들에게 ‘정말 그 길을 가겠나’라고 묻는 이 책은 신학교를 가려는 자들이라면 반드시 읽고 지나가야 할 권장필독서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김남준 목사.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목사님이다. 천안대학교와 안양대학교 신학부에서 강의를 했고, 열린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기독교 출판 문화상을 3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저서마다 탁월한 영적가르침을 전하고 있고, 보수적인 청교도적 설교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죄와 은혜의 지배><예배의 감격에 빠져라><거룩한 삶의 실천을 위한 마음지킴>등이 있다.



신학생으로서 수업을 듣고 영적으로 크게 자라나야 하는 이 귀한 시간에 신학생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그 마음 가지고 어떤 시간을 만들어나가야 할까. 치열하게 고민하게 해 주는 책이다. 책의 챕터는 목회자로 성장하는 길목에서 어떤 면으로 준비되어야 하는지, 그 요건을 크게 나누고 있다. 육체적, 지성적, 인격적, 정서적, 영적인 준비이다.



이 책을 읽는 신학생들은 많이 울었을 것 같다. 책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심령을 때리기 때문이다. 주님의 종이 될 부르심을 받았는지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렇게 곱게 다져져서 큰 그릇으로 자라나야 할진대, 진정 사람의 능이나 힘으로서는 감당할 재간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저자가 대학교에서 신학생들을 보며 느낀 실제적인 면이 많이 담겨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요즘의 신학생들이 갖는 영적풍조가, 언론매체에 거론되는 부패한 목회자들의 씨앗을 보는 것과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목자와 목회꾼을 분명하게 가려주고 있다.



명구를 집어낼 수 없는 책이다. 모든 말이 명구로 믿는 자의 가슴을 치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도로서 설교를 아주 편안하게 듣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특별히 이 구절에서는 마음이 울렸다.



설교는 하나님을 만난 한 설교자의 뼛속에서 우러나와 형체를 갖추고, 심장을 관통하여 피를 바르며, 살을 찢고 흘러나옴으로 그 진액이 묻고, 흐느낌과 함께 토해져 나옴으로 눈물에 적셔진 하나님의 음성이다. (p. 175)



실제로 저자는 예배 때마다 이러한 설교를 들려준다. 이러함으로 말미암아 듣는 자의 심장을 관통하는 깊은 은혜가 있는 줄을 깨달았다.



신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만, 지도자를 믿고 따라가는 성도들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어떤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복인지, 어떤 지도자가 쓰임을 받는 것인지도 알게 된다. 교회에서 큰 직분 맡은 리더들에게도 큰 가르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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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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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재난이 속출하고 있다. 어제까지 중부폭우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있었고, 서울도심은 마비가 되었다. 올해는 전국이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면산 일대가 초토화되었고, 춘천으로 자원봉사를 간 대학생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폭우 때문에 재난이 일어나 사람들의 신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날, 나는 아주 특이한 재난소설을 읽으며 방구석에서 혼자 신음했다.



나는 작가를 좀 우습게 봤다. 작가의 책을 읽을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라디오국 PD라는 이유와 책을 엄청난 속도로 발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특정 출판사에 지분이 좀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자들의 리뷰에 작가에 대한 호평을 많이 보게 되면서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 블록버스터급이라고 소개하는 재난소설을 들었다. 기대가 높았을까? 허허, 전혀.



김혁이 있다. 프로산악인으로 히말라야 10개 산을 올랐고, 소희와 영준과 함께 낭가파르바트를 오르던 중 처남 영준을 잃었다. 부인과는 별거, 반지하방 얻어 혼자 사는데 딸 안나만 간간히 찾아온다. 혁의 처는 꽃집을 운영하는데, 이번에 123층짜리 시저스 타워에 입점하게 된다. 꽃집 종업원 민주는 훈남 의사 동호와 밀당을 하는데, 사실 그 건물은 동호 엄마가 지었고, 동호는 그 회사 문화재단이사장이 된다.



시저스 타워 오픈식이 끝나고, 밤행사에 불꽃이 터지는데 갑자기 건물이 통째로 땅밑으로 꺼진다. 스토핑 형태의 싱크홀. 추가 지반 붕괴위험에다 구조대 몇 명이 목숨을 잃는 바람에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며칠을 고심한 끝에 혁은 스스로 나선다. 정부의사에 반하여 경찰총책임자의 도움을 받아 동호와 소희 혁은 새벽에 건물 밑으로 들어가 구조작업을 한다. 그 안에는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 없었고, 이 중에 설마 주인공이 또 죽어있었겠나. 중요한 점은 여기 연쇄살인범인 사이코패스가 있었고, 간사한 이기주의자가 있었다. 건물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듯 보였다. 그러나 핵심만 남게 가지를 치면서 미련 없이 잘랐나보다. 보여줄 것만 딱 보여주고 그럴 듯하게 써내려간 전개다. 포커스가 고정되어 머무르지 않는다. 툭툭 돌아다니는데, 그게 저자 머릿속 같았다.



일반 독자들의 기대를 잘 읽고 있는 책인 것 같다. 너무 디테일한 설명은 피하고, 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릴 때는 속도감 있게 흐른다. 인물들의 일반적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고, 구조하는 작업에도 세세하지 않다. 작품을 통한 그의 메시지의 직접적인 비중이 크고, 책을 덮을 때는 그 전달사항만 남는 것 같기도 하다.



뭐, 블록버스터급은 아니다. 닥친 재난의 규모와 참사 현장을 소개하면서 헐리웃식 블록버스터로 어마어마하게 그려내고 있지 않으니까. 오히려 붕괴된 건물 안에서 사이코패스가 하는 혐오스러운 짓이 더 블록버스터라고 불릴만하다. 재밌게 읽었다. 일말의 감동도 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읽는다면 독자의 내면이 요동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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