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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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선물을 통해 인생의 어느 정점을 되돌아보는 형식의 12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읽는 동안 나는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또 내가 누군가에게 주었던 선물은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읽었다. 기억에 남는 선물은 병원에서 아파 입원해있을 때 친구에게 받았던 커다란 곰인형이었다. 곰인형 하나에 그렇게 감동할 나이는 한참 지났건만 그 순간 곰인형을 안고 들어오는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아는, 그 친구는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내게 둘도 없는 존재이다. 또 처음 귀를 뚫었을 때 아빠가 사가지고온 조금은 촌스러운듯한 귀걸이도 떠오른다.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선물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나마 기억나는 것들은 책들이다. 누군가에게 무슨 책을 주었는지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내가 준 책들은 그들의 책장속에 아직도 존재할까..  

소설에서 등장하는 많은 선물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학생이 되어 처음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될 딸아이를 위해 엄마가 선물하는 냄비세트였다. 그 냄비와 함께 딸아이는 이십대를 지나게 되고 음식과 관련되는 일까지 하게 된다. 음.. 이 부분을 읽으며 엄마가 주고 간 압력밥솥이 떠올랐다. ㅋㅋ 결혼한 이후에 무료한 일상을 꾸역꾸역 이어가거나 배우자의 외도 혹은 이혼 등의 이야기등이 많이 나온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이 꺾이는 지점, 그것이 좋은 쪽으든 나쁜 쪽으로든 그 지점을 결정짓는 것은 많은 것이 있겠지만 선물 또한 그런 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작가의 섬세함을 발견한다. 여행, 독서, 선물, 만나는 사람들... 한 사람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짓는 것들, 참으로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선물은 물건이지만 결국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빼놓고는 선물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딸아이의 결혼 후에 이혼하기로한 부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지막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타인으로 만나 삼십년을 함께 살았다는 것만큼 기적인게 또 있느냐고.. 나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 위대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들로 결국은 결정된다는 믿기 싫기도 한 이 결론에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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