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후유증을 절감한 일주일었다. 다른 날들 보다 어찌나 일주일이 길던지...
밤이 되면 오늘이 아쉽고 내일이 안왔으면 했지만 꾸역꾸역 시간은 또 흘러가더라.
시간이 흘러가면서 낯선 학교에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생기고.
뭐든 시간이 흘러가면 되는 것 같다. 아픈 것도 힘든 것도 나아지는 것도.
가을이 되어 버스커 버스커가 돌아왔다. 차트를 앨범 전곡으로 도배해버리는 위엄이란.
음원깡패라는 말도 하더군. 노래는 아직 귀에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흥얼거리긴 한다.
10월 3일 콘서트도 예매했고.
사실 버스커버스커버보다 아마도 이자람밴드 '데뷰' 앨범이 더 마음에 든다.
이자람의 내지르는 목소리며 위트있는 가사와 독특한 곡들이 귀에 착착 감긴다.
'우아하게'는 쿡쿡 웃음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게 되는 노래.
전작들도 참 좋았는데 이번 앨범도 좋다.
아침, 저녁 바람이 이젠 쌀쌀하다. 여름 원피스가 춥게 느껴졌다.
계절이 어쩜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더운 여름에 지칠만 하니 가을이 쨘 하고 나타난 느낌?
아이스 커피 보다 따뜻한 커피가 더 좋은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중학교 제자를 만났다. 까불까불하던 아이가 스무살 어른이 되어 나타났다.
대학 다니냐 물으니 일한단다. 열일곱에 가족이 모두 인도로 떠났다가 일년만에 돌아오고 열 여덟살부터
일했다고. 고등학교도 안가고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 갈 생각도 별로 없다며 계속 일할 거라고 한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또래 아이들과 달리 빨리 철이 든 것 같다고 한다.
어른스러운 목소리와 태도에 많이 놀랬더랬다. 또 알고 인사하고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웠고.
아이가 아닌 청년의 중학교 모습을 떠올려 본다. 개구지던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구나...
그동안 나는 뭐가 되었을까? 뭐가 바뀌었을까?
시장을 잔뜩 봐왔다. 신랑 저녁거리와 샐러드 거리.
먹고 사는 건 다들 똑같을까? 돈을 벌고, 장을 보고, 찬거리를 마련하고, 밥을 하고, 차리고, 치우고, 씻고
먹는다는 게 참 큰 일이구나 싶다. 쉽게 사서 먹을 수 있다보니 먹는 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삶은 결국 먹고 살아가는 일인데 말이지.
하루 또 이렇게 가는 구나. 오늘 저녁엔 책 좀 읽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