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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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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이라는 제목처럼 사물 뿐 아니라 추상적이거나 가격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대상들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지 분류하고 분석해 놓은 책이다. 여성, 행복, 생명, 노동, 문화, 신앙, 미래... 심지어는 '공짜' 의 가격까지. 

책은 모두 9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독립적이며 현실과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읽힌다. 혁명적 또는 전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부분도 없는 편이어서 오히려 조금 심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한국사회 = 미국사회
 이런 미국사회기반의 경제관련서들을 읽으면서 점점 확신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는 완전히 미국사회의 판박이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빈부격차의 현상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 미래에 대한 기대방향, 종교적인 열성, 각종 사회문제, 그리고 이 책과 무관한 분야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까지.   앞으로는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이건 미국사회 기반의 이야기라서 우리랑은 많이 달라'라는 생각은 조금 접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가격 형성의 메커니즘
 당연히 수요공급곡선에 의한 가격형성이 주축이다.  가격을 따지기 어려운 사람의 생명이나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의 가격은 사람들이 그것 대신 얼마만큼 (수치화할수 있는)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느냐하는 것으로 간접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것들의 가격이 구체적으로 얼마였느냐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개는 별 의미 없으므로.
 예를 들어 한국 시민 하나가 아프리카의 기아 10명의 생명을 살리는 프로젝트에 최대한 $1000를 낼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1인당 머나먼 타국 생명의 가치는 $100라는 식으로 계산하는데,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무렴 반대로 $100 준다고 한 명 죽이기야 하겠는가.  

 핵심은 물건이든 생명이든 뭐든간에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기회비용, 반대급부 등을 고려해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어느 누가 감히 "이 사람의 생명은 단 돈 ○○○원이요" 이럴수 있겠는가? 당연히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와 같은 값어치가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매달 단 돈(?)$100를 기부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또한 그것이 생명경시의 태도로 비쳐지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아마도 가격이 곧 가치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과 더불어 놀라운 가격 형성의 대상은 '신앙'이다.
주로 카톨릭의 역사를 훑어가며 신앙 또한 신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적응해 왔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를테면 시간당 수입이 많은 사람들(고소득층)일수록 투하하는 시간이 적은 종교 또는 교단을 선호하고 또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종교에서 강제하는 규율도 느슨해지거나 완화되었다는 식이다.  같은 한 시간을 종교의식에 참여하더라도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 희생된 돈의 크기가 바로 신앙의 가격이 된다.

 

행복의 가치 

사람이 본래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라면 .. 그저 사람들의 행복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대부분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경제 성장은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은 우리의 행복 증진에 기여한다. p.105

 이 부분은 약간 정교하지 못한 논리라고 봤다.  예를 들어보자. 어린아이는 초콜렛을 좋아한다. 식사를 거부할 정도로. 그리고 초콜렛을 입에 넣었을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 확률은 영양불균형, 비만과 충치발생 확률만큼 저하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진리 앞에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곧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 어린이의 행동에서 보듯 어리석은 일이다. 게다가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경제성장의 대명사인 GDP에는 로버트 케네디의 말처럼 우리의 불행까지도 수치화되어 합산되어 있다. 화폐화되지 않지만 행복감과 실질적 이득을 주는 많는 서비스들은 제외되는 반면에 말이다.  

 

미래의 가치 
특별히 주목이 되었던 부분은 '미래'의 가격에 대한 부분이다.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들 때문.

 OECD에 따르면 상위 10퍼센트 미국인들의 소득은 하위 10퍼센트 미국인들의 6배이다. 이에 반해 영국은 4.2배, 스웨덴은 2.8배이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다른 여러나라의 국민들에 비해 경제적 이동성이 낮다. 소득 분포 하위 20퍼센트에 속하는 미국인들의 아들이 동일한 경제적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은 42퍼센트이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비율은 30퍼센트, 스웨덴은 25퍼센트다.  
....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다른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상위에 부가 집중되는 것을 어느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극심한 불평등은 각 소득 집단들 사이에 불신과 시기, 적대감을 유발한다. 평등은 공동의 목적과 단결심을 키워 주며, 이는 바람직한 사회적 결속에 기여한다.  p.193

 한국이 미국을 닮았다고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의 차이는 거주지의 구분을 가져오고 이는 곧 교육서비스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경제적 불평등의 세습이 이루어지는데 역설적이게도 자유 경쟁에 의한 경제적 격차가 자유로운 능력발휘와 경쟁을 막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부의 집중에 대한 제한과 분배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이 생기는데, 위 인용문의 하단부의 내용을 정책으로 추진하다가는 당장 빨갱이로 몰려 퇴출된다는게 우리가 미국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물론 이 책은 국방부 불온도서로 선정될테고)
  

 

모든 것을 화폐가격으로 환산하는 과격한(?) 발상으로 진행되었던 책은 마무리에 가서 공존공영의 미래를 꿈꾸는 것으로 맺음을 한다.  이런 결론은 사실 가격은 언제나 실패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덤 스미스의 가격을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저자가 집을 사고 팔면서 느낀 경험을 보더라도 가격은 그리 믿을 만한 게 못된다. 우리는 가격이 아니라 믿을만한 가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쉬웠던 점. 
통계와 수치를 기반으로 말하는 책인데, 수치가 수상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예를 들면,

p.81     3조2000달러.   숫자로 쓰면 $3,000,000,002,000.  뭔가 이상하다.
p.184    2억3200달러.  역시 숫자로 쓰면 $20,0003,200.  이것도..

또하나 믿기지 않는 수치가 있는데 정확한건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p.164에 보면 1992년 4세이하 여아에 대해서만 한국에서  1000명당 70명이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72년이나 82년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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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학의 배신 
 

처음에는 '괴짜경제학'류의 가벼운 책이겠거니 하며 살펴보았다. 그런 책은 일단 재미는 보장되니까.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은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우석훈 박사의 추천사를 인용해 보면
"세상의 전환점을 다룬 책 중 가장 톤이 깊고 묵직하다. 특히 사파티스타의 ‘느림의 정치’에 관한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다. 지금 한국 사회의 변화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이야기다. 또 경제철학서로서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괴로워하거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쥐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경제학책을 읽으며 삶을 반성하게 된다니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더불어 한겨레와 조중동이 함께 소개한 책은 '물건'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2. 도시의 승리
 

읽고 나서 할 말이 많을 책 같다. 귀농에 곁눈질을 하던 사람에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도시의 승리라니... 

도시때문에 환경이 파괴되고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했다는 통념을 반박하며 도시가 바로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그곳이라고 주장하는 책인데 어떤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불과 몇 천 년만에 인류는 자연상태보다 인공물 가운데 과밀화되어 살아가는데 적합하게 진화한것을까? 

 

 

 

3. 휴버먼의 자본론
언젠가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을 읽고나서 '자본론'을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근래 나온 '자본론'을 보니 책 가격도 상당하지만 어줍잖은 실력으로 손댈 책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 했었다. 

대신 일반인이 조금 더 접근하기 편하게 자본론이나 자본주의를 말하는 책들에 주목해 왔는데 이번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목차를 보니 한 장 한 장 딱 내가 읽기 원했던 그런 내용들이다.
기대된다.

(희한한건 책의 영문명 'The Truth About Socialism'이다. '사회주의의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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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학의 배신,, 소개글 보니 저도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꼭 선정되어, 리뷰 기다립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7-04 18:25   좋아요 0 | URL
서평도서로 선정 안되면 직접 구해서 볼려구요. (지난 달에 직접 구해서 본 책이 나중에 서평도서로 선정돼서 동료에게 기증^^) 부디 저랑 코드가 맞는 책이었으면 좋겠네요..
 

아내는 유독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강한 편이다.
결혼전 이야기다.  장인어른이 집에 토끼를 데려온 적이 있는데 아내가 아주 좋아했었나 보다.  그런데 몇 일 만에 죽었다고 한다. 사실 집에서는 몰랐는데 죽은 토끼를 안고 자던 아내를 보고 집안 식구들이 기겁을 했다고.
비 내리는 날, 장인어른이 아파트 근처 공터를 파고 토끼를 묻어주는데 아내는 내내 엉엉 울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동네 아파트에 비가 내리면 처녀귀신이 울며 돌아다닌다는 전설은 아내 때문에 생긴게 아닌가 싶다. 

 암튼 그런 아내에게 강아지를 일주일동안 돌볼 기회가 생겼다. 일종의 테스트였는데, 기르는게 익숙하고 괜찮으면 계속 기를수 있는 거였고 직접 강아지를 키우기가 벅차다 싶으면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강아지 입양은 택도 없는 일이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거야 토끼때처럼 끔찍했지만 생활습관이 도저히 강아지를 키울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응가 한 번 하면 닦고 쓸고 조이고(엉?), 심지어 방바닥에 락스 청소를 하는 정도였으니... 
그 고생을 하면서도 강아지를 안고 물고 빨고 한거 보면 참 신기하기도 했다. 좀 털털한 성격이었으면 강아지들을 불러모아 집안이 개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이 그 녀석 사진이다. 임시 이름은 '또또') 

어쨌든,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결국 아내는 제풀에 지쳐 강아지를 돌려주고야 말았는데 돌려주고 나서는 잠도 못자고 계속 훌쩍훌쩍이다 잠이 들었다. 제발 좋은 집에 입양되기를 바라며... 
퇴근하고 잠깐씩 본게 전부인 나도 마음이 시큰한데 종일 돌보던 사람은 일주일이긴 했지만 마음이 편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돌려주었다는 소식을 전화로 들으며 우연히 퇴근 길에 들은 노래가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이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메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행복해야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않을게
잊지않을게 널 잊지않을게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메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행복해야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않을게
잊지않을게 널 잊지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서로 팔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글픈 작별을 나누는건 또또나 나나 마찬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말그대로 팔려가는 인생, 견생. 모든게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이 미친 세상.. 짧았던 만남이지만 잊기 힘든 추억.   어디로 가든 행복하길... 

 

강아지에 정붙이는것과는 별개로 강아지를 키우는 일 자체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저 녀석의 엄마는 어디있을까? 형제들은 어디로 팔려갔을까? 과연 인간의 행복을 위해 강아지 가족을 생이별 시키는 것은 할 만한 일일까? 저 녀석이 새끼를 낳으면 전부 감당할 수 없으니 결국 강제로 떼어내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텐데 그건 할만한 일일까? 뭐  이런 식의 의문들도 연달아 들고...   정말 강아지를 사랑한다면 그 이유때문에 키울 수 없어야 하는게 맞는거 아니냐고 허공에 질문도 해 본다. 

 

이 노래를 들으며 저 녀석을 생각한다.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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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7-02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길에서 다친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엄마,아빠가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니가 키워야만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으냐고. 오만이라고. 좋은데로 좋은주인 만나서 갔을 거예요. 내 품에 없는 녀석은 그렇게 믿어야 살아요. 참 귀엽네요. 저도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귀를기울이면 2011-07-02 14: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게 믿어야죠.
아이리시스님처럼 좋은 분들도 많은 세상이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7-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돌려주셨군요...
강아지 너무 키우고 싶어요. 그런데 신랑이 너무 반대해서
어디서 누가 들이밀어서 키워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운명이다.. 이러고 키우려구요. 저나 딸아이는 너무 좋아하거든요.

아쉽네요...

귀를기울이면 2011-07-04 16:49   좋아요 0 | URL
반대하시는 이유가 뭘까요? 저도 완전 찬성은 아니지만 가족들이 좋아하고 감당할수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인데.. 근데 일주일 길러 보니, 행동 제약이 많더라구요. 간단한 외출은 몰라도 일단 여름휴가 계획 짜는것부터 제약이더군요. 야밤에 왔다갔다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강아지 기르시는 분들에 대한 약간의 존경심도 생겼더랬습니다.^^
 

최근에 새삼스럽게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것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던 몇몇 장면들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주말마다 식구들이 보는 것을 띄엄띄엄 훔쳐보는 중인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먹는 장면만 보게됐다. 

1. 정원과 금란이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김칫국물로 티격태격하는 장면
2. 정원이 유치장에서 풀려난 아빠에게 두부를 먹이는 장면
3. 정원이 프로포즈 받은 날  송편집장 어머니를 찾아가 식사하는 장면 
4. 정원의 친부가 친모와 함께 한강변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

우연인지, 작가 스타일인지, 아님 원래 산다는게 다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먹을 것'을 사이에 두고 어느 정도 상대방에 대한 화해나 이해를  더해 가는 부분이었다는 점이 위 네 장면의 공통점이다. 심지어 서로 적개심으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경우 조차도 그러했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와 더불어 식당이 주 배경중 하나이기도 하다.)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던가? 

하긴, '먹기 위해 산다'라고 하거나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라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고 그 말들이 결코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요한 일이긴 한 것같다. 그래서 우리는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때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한 집에 사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표현하니 같이 살아서 식구가 아니고 같이 먹어서 식구가 된다. (싸우고 나면 밥을 안주는게 그래서였군 -.-a )

마침 오늘  MB와 손학규 대표가 회담때 우거지 해장국을 같이 먹었다는 뉴스가 보인다.
국민들은 매일같이 저들때문에 우거지상인데 회담 결과는 죽을 쑤고
서민 코스프레 밥이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이럴땐 밥맛이라고 해야하나 엿같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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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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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할 뿐 책 본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돈'이라는 단어를 책 제목으로 쓴 것은 필시 무슨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실, "화폐의 본성"이라고 했다면 더 무게감과 신뢰감이 있어 보일텐데 말이다. 책이 가볍지 않은(실은 적잖이 무거운) 내용이므로 좀 더 가볍게 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우스개 소리로 (세상을)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 돈의 본성을 물어봤다면 거래의 매개물이라는 속성과 함께 그런 '회전력'을 우선 꼽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 책은 그런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돈'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화폐'에 대한 이야기이며 정통 경제학에서 간과했거나 또는 그르게 주장하고(있다고 주장되는) 있는 화폐론에 대한 반박이자 연구결과서다.  기존의 화폐론을 어지간히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좀 더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바탕이 없는 상황에서 접했기에 이 책 자체가 '처음 만나는 화폐론'인 셈이었고 그래서  연방 '아..그렇구나..'를 외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가지 간과했거나 너무나 당연시 해오던 과거 상황에 대한 선입관과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러한 내용들을 책을 평가/정리하는(그러기엔 능력부족) 대신 정리해 보고자 한다. 


화폐, 그리고 국가의 역할
책이든 영화든 연극이든지간에 지금까지 우리가 과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때 '화폐'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발견할 기회는 별로 없다.  고작해야 사극에서 엽전꾸러미가 뇌물처럼 쓰이는 장면이나 유명한 베니스의 고리대금업자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르는 정도이다. 그것조차 이미 묵시적으로 현대의 화폐성과 과거(역사)의 화폐성이 동일하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어서 별로 생각할꺼리가 없다. (삼국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 이민족까지 섞여있는 삼국 사람들이 모두 같은 표준어로 대화한다는것처럼, 이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21세기에도 저만큼이나 언어가 다른데 하물며..) 

하지만 실제로는 '화폐'문제 하나만 해도 복잡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간과했던 사항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하루는 신라, 하루는 고구려, 하루는 백제땅이 되는 식의 혼란스러운 지배국가, 게다가 그나마 존재하는 국경선도 명확하지 않고 국가의 통제력도 한계가 많았던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개념의 화폐가 있었다고 넘겨버렸던 것은 지적 게으름 탓이었을 것이다. 종이 발명 이전인데 종이에 편지를 쓰고 있는 장면을 이상하지 않게 본 것 처럼.

이렇게 화폐 사용을 곤란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화폐의 신뢰성을 말해주는 최고 권위가 바로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신용창출 수단들이 나왔고 또 나오고 있지만(신용카드, 전자화폐, 포인트, 상품권, 어음, 수표 , 각종 유가 증권 등등) 결국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가 진정한 화폐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화폐의 본성 중 하나가 바로 국가의 역할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으며  이를 통해서 과거 역사를 이해할때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화폐문제임은 덤으로 얻게된 사실이다.

시행착오와 여러 제도를 통한 화폐 문제의 해결은 상업거래의 활성화와 대규모화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며 이는 무역의 발달, 새로운 거래처의 탐색, 나아가 서구사회의 세계 정복내지 침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니 매우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명예혁명은 '돈'때문에 벌인 혁명?
이 책으로 알게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명예혁명이 '돈'문제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상업으로 부를 축적하게된 부르주아 세력들이 큰 힘을 가진 상태에서 영국 왕의 국가 채무 처리 방식이 부르주아들에게 불리한 내용이었기에 반기를 들었고 그것이 명예혁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나 혁명의 동기와 과정을 이렇게 단순화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멀리는 십자군전쟁에서 가까이는 이라크 전쟁까지, 그럴듯한 투쟁 명분의 대부분이 재화에 대한 탐욕을 가리기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저 이야기가 그리 심한 비약도 아니라 생각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화폐(돈)의 본성은 사람들이 뭉치고 움직이게 하는 상당히 강한 동기유발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속성에 대해서 책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화폐의 생산은 사회 안에 존재하는 주요 경쟁집단과 이해 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결과다.  p.74 


화폐시장은 자본주의의 '총본부'
화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지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 도구 역할을 맡은 조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기존 관념이었으나 이 이 책의 저자는 '화폐는 자본주의의 총본부'라는 말을 인용해가며 화폐의 역할이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화폐는 자처럼 단위를 재기 위한 단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이렇게 반박한다.

무게나 길이를 재는 것은 단순히 유용한 기술일 뿐이지만 화폐는 그렇지 않다. 화폐는 여러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며, 이 사회적 관계들은 본질적으로 불평등과 권력을 담고 있다.  p. 85 

달러화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의 이득이 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그 외 국가들의 비용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이다. 특히나 현대의 국가 운영은 곧 재정운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만큼 화폐에 대한 통제권은 중요한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유럽국가들이 통화를 유로화로 통일한 것에 대해 국가운영에 심각한 제한이 생겼다며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저자의 견해대로라면 언젠가는 유로화가 국가별 통화로 공중분해 되지는 않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깊이 있는 내용을 파편화하여 이해할수 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독자의 형편에 따른 것이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돈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다가 마침 모 방송에서 마침 돈에 대해 한 마디 정의를 실은게 눈에 띄어 그 말로 마무리를 해 본다. 

   "돈은 비료와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은, 돈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면 최선, 모았다면 세상에 뿌리는 것이 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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