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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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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할 뿐 책 본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돈'이라는 단어를 책 제목으로 쓴 것은 필시 무슨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실, "화폐의 본성"이라고 했다면 더 무게감과 신뢰감이 있어 보일텐데 말이다. 책이 가볍지 않은(실은 적잖이 무거운) 내용이므로 좀 더 가볍게 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우스개 소리로 (세상을)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 돈의 본성을 물어봤다면 거래의 매개물이라는 속성과 함께 그런 '회전력'을 우선 꼽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 책은 그런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돈'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화폐'에 대한 이야기이며 정통 경제학에서 간과했거나 또는 그르게 주장하고(있다고 주장되는) 있는 화폐론에 대한 반박이자 연구결과서다.  기존의 화폐론을 어지간히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좀 더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바탕이 없는 상황에서 접했기에 이 책 자체가 '처음 만나는 화폐론'인 셈이었고 그래서  연방 '아..그렇구나..'를 외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가지 간과했거나 너무나 당연시 해오던 과거 상황에 대한 선입관과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러한 내용들을 책을 평가/정리하는(그러기엔 능력부족) 대신 정리해 보고자 한다. 


화폐, 그리고 국가의 역할
책이든 영화든 연극이든지간에 지금까지 우리가 과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때 '화폐'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발견할 기회는 별로 없다.  고작해야 사극에서 엽전꾸러미가 뇌물처럼 쓰이는 장면이나 유명한 베니스의 고리대금업자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르는 정도이다. 그것조차 이미 묵시적으로 현대의 화폐성과 과거(역사)의 화폐성이 동일하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어서 별로 생각할꺼리가 없다. (삼국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 이민족까지 섞여있는 삼국 사람들이 모두 같은 표준어로 대화한다는것처럼, 이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21세기에도 저만큼이나 언어가 다른데 하물며..) 

하지만 실제로는 '화폐'문제 하나만 해도 복잡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간과했던 사항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하루는 신라, 하루는 고구려, 하루는 백제땅이 되는 식의 혼란스러운 지배국가, 게다가 그나마 존재하는 국경선도 명확하지 않고 국가의 통제력도 한계가 많았던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개념의 화폐가 있었다고 넘겨버렸던 것은 지적 게으름 탓이었을 것이다. 종이 발명 이전인데 종이에 편지를 쓰고 있는 장면을 이상하지 않게 본 것 처럼.

이렇게 화폐 사용을 곤란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화폐의 신뢰성을 말해주는 최고 권위가 바로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신용창출 수단들이 나왔고 또 나오고 있지만(신용카드, 전자화폐, 포인트, 상품권, 어음, 수표 , 각종 유가 증권 등등) 결국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가 진정한 화폐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화폐의 본성 중 하나가 바로 국가의 역할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으며  이를 통해서 과거 역사를 이해할때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화폐문제임은 덤으로 얻게된 사실이다.

시행착오와 여러 제도를 통한 화폐 문제의 해결은 상업거래의 활성화와 대규모화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며 이는 무역의 발달, 새로운 거래처의 탐색, 나아가 서구사회의 세계 정복내지 침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니 매우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명예혁명은 '돈'때문에 벌인 혁명?
이 책으로 알게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명예혁명이 '돈'문제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상업으로 부를 축적하게된 부르주아 세력들이 큰 힘을 가진 상태에서 영국 왕의 국가 채무 처리 방식이 부르주아들에게 불리한 내용이었기에 반기를 들었고 그것이 명예혁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나 혁명의 동기와 과정을 이렇게 단순화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멀리는 십자군전쟁에서 가까이는 이라크 전쟁까지, 그럴듯한 투쟁 명분의 대부분이 재화에 대한 탐욕을 가리기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저 이야기가 그리 심한 비약도 아니라 생각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화폐(돈)의 본성은 사람들이 뭉치고 움직이게 하는 상당히 강한 동기유발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속성에 대해서 책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화폐의 생산은 사회 안에 존재하는 주요 경쟁집단과 이해 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결과다.  p.74 


화폐시장은 자본주의의 '총본부'
화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지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 도구 역할을 맡은 조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기존 관념이었으나 이 이 책의 저자는 '화폐는 자본주의의 총본부'라는 말을 인용해가며 화폐의 역할이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화폐는 자처럼 단위를 재기 위한 단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이렇게 반박한다.

무게나 길이를 재는 것은 단순히 유용한 기술일 뿐이지만 화폐는 그렇지 않다. 화폐는 여러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며, 이 사회적 관계들은 본질적으로 불평등과 권력을 담고 있다.  p. 85 

달러화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의 이득이 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그 외 국가들의 비용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이다. 특히나 현대의 국가 운영은 곧 재정운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만큼 화폐에 대한 통제권은 중요한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유럽국가들이 통화를 유로화로 통일한 것에 대해 국가운영에 심각한 제한이 생겼다며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저자의 견해대로라면 언젠가는 유로화가 국가별 통화로 공중분해 되지는 않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깊이 있는 내용을 파편화하여 이해할수 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독자의 형편에 따른 것이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돈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다가 마침 모 방송에서 마침 돈에 대해 한 마디 정의를 실은게 눈에 띄어 그 말로 마무리를 해 본다. 

   "돈은 비료와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은, 돈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면 최선, 모았다면 세상에 뿌리는 것이 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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