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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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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이라는 제목처럼 사물 뿐 아니라 추상적이거나 가격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대상들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지 분류하고 분석해 놓은 책이다. 여성, 행복, 생명, 노동, 문화, 신앙, 미래... 심지어는 '공짜' 의 가격까지. 

책은 모두 9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독립적이며 현실과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읽힌다. 혁명적 또는 전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부분도 없는 편이어서 오히려 조금 심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한국사회 = 미국사회
 이런 미국사회기반의 경제관련서들을 읽으면서 점점 확신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는 완전히 미국사회의 판박이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빈부격차의 현상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 미래에 대한 기대방향, 종교적인 열성, 각종 사회문제, 그리고 이 책과 무관한 분야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까지.   앞으로는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이건 미국사회 기반의 이야기라서 우리랑은 많이 달라'라는 생각은 조금 접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가격 형성의 메커니즘
 당연히 수요공급곡선에 의한 가격형성이 주축이다.  가격을 따지기 어려운 사람의 생명이나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의 가격은 사람들이 그것 대신 얼마만큼 (수치화할수 있는)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느냐하는 것으로 간접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것들의 가격이 구체적으로 얼마였느냐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개는 별 의미 없으므로.
 예를 들어 한국 시민 하나가 아프리카의 기아 10명의 생명을 살리는 프로젝트에 최대한 $1000를 낼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1인당 머나먼 타국 생명의 가치는 $100라는 식으로 계산하는데,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무렴 반대로 $100 준다고 한 명 죽이기야 하겠는가.  

 핵심은 물건이든 생명이든 뭐든간에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기회비용, 반대급부 등을 고려해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어느 누가 감히 "이 사람의 생명은 단 돈 ○○○원이요" 이럴수 있겠는가? 당연히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와 같은 값어치가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매달 단 돈(?)$100를 기부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또한 그것이 생명경시의 태도로 비쳐지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아마도 가격이 곧 가치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과 더불어 놀라운 가격 형성의 대상은 '신앙'이다.
주로 카톨릭의 역사를 훑어가며 신앙 또한 신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적응해 왔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를테면 시간당 수입이 많은 사람들(고소득층)일수록 투하하는 시간이 적은 종교 또는 교단을 선호하고 또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종교에서 강제하는 규율도 느슨해지거나 완화되었다는 식이다.  같은 한 시간을 종교의식에 참여하더라도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 희생된 돈의 크기가 바로 신앙의 가격이 된다.

 

행복의 가치 

사람이 본래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라면 .. 그저 사람들의 행복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대부분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경제 성장은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은 우리의 행복 증진에 기여한다. p.105

 이 부분은 약간 정교하지 못한 논리라고 봤다.  예를 들어보자. 어린아이는 초콜렛을 좋아한다. 식사를 거부할 정도로. 그리고 초콜렛을 입에 넣었을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 확률은 영양불균형, 비만과 충치발생 확률만큼 저하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진리 앞에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곧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 어린이의 행동에서 보듯 어리석은 일이다. 게다가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경제성장의 대명사인 GDP에는 로버트 케네디의 말처럼 우리의 불행까지도 수치화되어 합산되어 있다. 화폐화되지 않지만 행복감과 실질적 이득을 주는 많는 서비스들은 제외되는 반면에 말이다.  

 

미래의 가치 
특별히 주목이 되었던 부분은 '미래'의 가격에 대한 부분이다.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들 때문.

 OECD에 따르면 상위 10퍼센트 미국인들의 소득은 하위 10퍼센트 미국인들의 6배이다. 이에 반해 영국은 4.2배, 스웨덴은 2.8배이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다른 여러나라의 국민들에 비해 경제적 이동성이 낮다. 소득 분포 하위 20퍼센트에 속하는 미국인들의 아들이 동일한 경제적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은 42퍼센트이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비율은 30퍼센트, 스웨덴은 25퍼센트다.  
....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다른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상위에 부가 집중되는 것을 어느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극심한 불평등은 각 소득 집단들 사이에 불신과 시기, 적대감을 유발한다. 평등은 공동의 목적과 단결심을 키워 주며, 이는 바람직한 사회적 결속에 기여한다.  p.193

 한국이 미국을 닮았다고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의 차이는 거주지의 구분을 가져오고 이는 곧 교육서비스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경제적 불평등의 세습이 이루어지는데 역설적이게도 자유 경쟁에 의한 경제적 격차가 자유로운 능력발휘와 경쟁을 막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부의 집중에 대한 제한과 분배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이 생기는데, 위 인용문의 하단부의 내용을 정책으로 추진하다가는 당장 빨갱이로 몰려 퇴출된다는게 우리가 미국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물론 이 책은 국방부 불온도서로 선정될테고)
  

 

모든 것을 화폐가격으로 환산하는 과격한(?) 발상으로 진행되었던 책은 마무리에 가서 공존공영의 미래를 꿈꾸는 것으로 맺음을 한다.  이런 결론은 사실 가격은 언제나 실패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덤 스미스의 가격을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저자가 집을 사고 팔면서 느낀 경험을 보더라도 가격은 그리 믿을 만한 게 못된다. 우리는 가격이 아니라 믿을만한 가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쉬웠던 점. 
통계와 수치를 기반으로 말하는 책인데, 수치가 수상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예를 들면,

p.81     3조2000달러.   숫자로 쓰면 $3,000,000,002,000.  뭔가 이상하다.
p.184    2억3200달러.  역시 숫자로 쓰면 $20,0003,200.  이것도..

또하나 믿기지 않는 수치가 있는데 정확한건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p.164에 보면 1992년 4세이하 여아에 대해서만 한국에서  1000명당 70명이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72년이나 82년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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