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으로 한참을 바쁘게 달렸던 그 사람...

들리지는 않겠지만 아마 간이 입 느믈느믈 해질정도로 욕 좀 했을것이다.

다 너 때문이야..너의 간이 나빠진건.....

시작은 안그랬지만 살면살수록 상대방에게 자꾸 측은지심이 생긴다.

그래서 더욱 더 긍정적으로 상대를 불쌍히 여겨 조그마한 일에도 잘해주려 노력하는 마음도 생기는것같다.

그런 마음이 불러다준 행동을 그에게 함으로써 내 삶의 변화도 오히려 좋게 이루어진다.

다른건 몰라도...난 그 사람 밥은 언제 어떤상황이든 군말없이 잘 차려낸다.

늦은밤이되었든, 새벽이 되었든, 배고파~한마디면 순식간에 몸이 움직인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맞벌이로 끼니를 스스로 챙겨먹어야했던 그 사람!

귀찮기도했고, 반찬이나 국이 제대로 챙겨놓아진 상태가 아니어서 끼니 굶기를 밥먹듯했다고 한다.

연애시절...무심코 내던진 그 사람의 어린시절이야기 한마디에 난 결혼하면 무슨일이있어도 그사람 밥만큼은

내손으로 꼭 챙기리라 결심한것이  결혼 11년이 지난 지금도  한번  흔들림없이 그 사람에게

그래도 이것만은 잘해왔다 싶도록 그사람 배를 정확한 시간에 꼭꼭 챙겨채워넣어준다.

그사람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소박한 한그릇의 음식을 좋아한다.

어린아이있는집에서는 잘 쓰지않는다는 개인 뚝배기도 각자 한개씩 보유(?)하고 있다..ㅋ

 

얼마전 지인이 보내준 오동통한 통영굴로 늦은 저녁 지친 간을 위한 맞춤음식으로

미역과 달걀을 깨끗히 풀어넣은 굴해장국을 저녁메뉴로

시원하게 끓여줬더니

냉큼 밥 한 공기를 듬뿍 말아, 한숟가락 크게 뜨더니

김장김치 머리만 잘라 손으로 쭈욱 찢어 얹어달라고한다.

엄마는 해줘도 아내는 절대 안해준다는 ..그 말로만 듣던 김치 찢어달라는 간 큰 짓..??을 눈하나깜짝안하고

해달라는 그 사람..

왜 김장김치는 찢어서 얹어 먹어야 제맛인지는 몰라도,

쭈욱 김치 얹어 굴해장국 한뚝배기 뚝딱 먹는 남편의 모습에서 일에 대한 노곤함과, 술자리에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느껴져 좀 안쓰러웠다.

내일 저녁엔 고구마 구워 아이들과 함께 김치얹어 먹여봐야겠다.

김치 쪽 찢어 얹어주며 엄마 어렸을때 이렇게 먹었노라면서.....

아이들도 기꺼이 맛있다고 해줄것이다...

그러나 양손 엄지와 검지에 배인 김치국물의 진~한 향과 붉은 색깔은 어찌하누....

그냥 훈장같은거라고 쿨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비닐장갑을 끼고 할까? 그럼 제맛이 안날텐데..ㅠㅠㅋㅋ

 

갑자기 ,급하게, 서둘러, 뚝잘라 말바꾸어...

아래 두 소심한 이미지는.....

정본 여유당전서 37권이다. 

이미지는 소심해보여도 책권수는 대단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의 학문과 사상을 집대성한 '여유당전서'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하양이는 반양장본, 빨강이는 양장본.

지금 당장..여기서 내가 책가격에 대해 먼저 툭 던지듯 이야기하면

이 책을 오랜시간 노력끝에 쏟아낸 그분들에게 죄송한일인걸 알지만,

아이셋, 외벌이 남편을 둔 30대 주부가 턱 질러 읽기엔

세트 구입 책값이 너무 부담되어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면 이해될듯하다.

정령 이 책들은 낱권판매가 힘든것인가?

37권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들여 쌓아놓고는 언제다보냐?하는 비학자의 거친 부담감말고,

한권씩 사서 보며, 차곡차곡 나중에 다 모아놓고 뿌듯해하는 비학자의 소박한 마음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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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1-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낱권 판매 요망!!
아이 셋 돌보며 남편 밥 꼭꼭 챙겨주시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요.
게다가 김치를 손으로 쭉 찢어 올려주시다니 ㅎㅎㅎ
사랑 받기 충분한 데이지님^^ 행복한 토요일 보내세요^^

블루데이지 2013-01-08 23:31   좋아요 0 | URL
ㅋㅋ 한동안 손가락에 밴 김치냄새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아내이기보다는 여자이고 싶은 마음을 신랑은 알까요?ㅎㅎ
다시는 안할래요....크하하하핫!
즐거운 한 주 보내고 계시지요? 프레이야님!
저는 요즘 실내가 건조한 탓인지 자꾸 찬물이 들이키고 싶어져요!
프레이야님께서는 목관리 잘하셔야지요?
건강...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셔야합니다...따뜻한 겨울 보내셔요~~

바람처럼 2013-07-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정본 관련 글을 보고 댓글 남깁니다. 전 이 책을 편집한 편집자고요, 현재 판매도 맡고 있습니다. 낱권 판매는 현재로선 힘들고요. 조만간 각 시리즈별로 묶음 판매 계획 중에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장담은 못하겠네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블루데이지 2013-07-01 16:42   좋아요 0 | URL
네네...감사합니다. 알고는 있을께요^^
 

방금 전 난 크리스마스카드 두장과 함께 선물꾸러미를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몰래 두었다.

크리스마스선물때문에 작은아이는 몰라도 큰아이는 오늘 분명 잠을 설칠것이기에 고양이걸음으로 살금살금.....

큰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엄마임을 벌써 몇년전에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위해 그 환상을 절대 깨는 발언을 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편식 습관이 있는 동생을 위해 귓속말로 싫어하는 반찬을 먹어줘야 산타할아버지가 꼭 선물 가져다준다고

속삭여준다.ㅋ

 

크리스마스카드에는 별다른 내용을 적지 않는다.

아이에게 내년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등의 내용은 더더욱 적지않는다.

큰아이에게는 오직 '선물 맘에 들어? 사랑한다! 우리 아들' 이라는 내용을 적는다.

작은아이에게는 '착한일을 많이 한 그대 사랑합니다'라고 적는다.

매우 쿨~하지 않은가?  큰아이가 나의 이런 면을 매우 높이 사주기에 더더욱 난 쿨~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카카오스토리에 속속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가까운지인들의 특별한 이야기에 마음이 울컥울컥한다.

나도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 거친(?)욕망을 품게 해주었다.

바다여행을 가서 얼어죽을것같아도 행복하다는 둥...

겨울산 등산을 가서 역시 산은 겨울산이 최고라는 둥...

남편이 사줬다고 큰로고가 떡하니 찍혀있는 쇼핑백을 환하게 웃으며 들고있지를 않나.....

스키장에 갔다며 알록달록 멋진 스키복을 입고 함박웃을 지으며 박장대소하질않나,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신다며 손도 안댄 음식앞에서 연신 브이질을 해대는 사진등등등

내 마음속에 코끼리 스무마리는 들어차 앉아있는듯...느므느므 부러웠다...

크하하핫.......

그러나 이웃집언니의 말처럼 아이들이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밖으로 휭하니 나가는 나이가 아닌것에

감사하며 그냥 꾹 참으라는 말에 위로받는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내 남편 보고있나?

얼릉 감기 몸살 회복해주세요!

 

오늘 사실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을 하루종일 찾아대도 도통 보이지 않는 흉측한 일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욱 허무하고, 안타깝다. 오늘 안 읽으면 내년 크리스마스나 되어야 할텐데...라는 생각에 더 서운하다.

 

 

펭귄판이었는데..왜? 도대체? 어찌하여? 없는것이더냐... 

아마, 중고샵에 팔아 넘겼든, 조카들이 읽으려고 가져갔든, 아님 어디 책더미속에 깊숙히 숨어있을거란 생각이든다.

내일 더 찾아보고 안보이면 집안에 없는 것이다. 그럴거야....

 

이런......

이참~에 새판본으로 구입해서 잘 두었다가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읽어야겠다.

  

 

 " 한국어로는 처음 번역되는 디킨스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북 「유령의 선물」(1848)과 함께 소개되는 시공 세계문학의 숲 《크리스마스 캐럴: 유령이야기》는 1843년 출간된 초판본을 완역, 여기에 그간의 어린이용 판본에서는 누락되거나 의역되었던 당시 풍속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와 디킨스 특유의 해학적인 표현들을 되살려 원작이 가진 즐거움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상세한 주석들, 그리고 시사지 《펀치》의 삽화가이자 가장 잘 알려진 디킨스의 파트너 존 리치의 초판본 삽화를 비롯해, 그 그림만으로 이미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된 프레드 버나드의 1877년판 《크리스마스북》의 삽화, 세계 3대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사람인 아서 래컴의 1915년판 삽화 등 시대별 주요 판본의 삽화들을 선별해 실어 더욱 소장 가치를 높였다." 

아이들과 보기에는 더 좋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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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2-2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바닷가 여행도 좋겠지만, 스키복 입고 스키장에서 보내는 연휴도 좋겠지만, 스테이크 와인 디너도 좋겠지만,
나중엔 아이 셋 든든한 블루데이지님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을걸요? ^^
한달 후면 제 아이가 집을 떠나 좀 긴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전 요즘 열두살, 곧 열 세살 될 남자녀석을 꼭 옆에 데리고 자면서 얼굴 한번 쓰다듬고, 머리 한번 쓰다듬고, 그런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책 표지를 보니 문득 저 펭귄판 책을 손에 쥐고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오늘 아이가 졸라서 산 케잌에도 펭귄 두마리가 콕 박혀 있었는데...
그런데 전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캐럴'이야기가 좀 무서웠어요...^^

블루데이지 2012-12-29 13:1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럴까요?? 앞으로 좀 더 엄마로서의 삶을 즐겨보고싶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모두 다 hnine님 덕분이에요^^
아이가 긴 여행을 앞두고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맘이 많이 아리시겠어요~ 토닥토닥!괜찮으시지요? 2013년 하시는 일 모두 뜻대로 이루시길 바래봅니다 새해 복 많이받으셔요!
참! 저 그책 찾아서 아이들 읽어줬는데요..아이들이 무섭대요...ㅋㅋ 그 상황에서 hnine님 생각이 저절로 ..ㅋㅋ

프레이야 2012-12-2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세아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블루데이지 2012-12-29 12:5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덕분에 나름 보람있는 크리스마스보냈어요! 당연히 프레이야님께서도 좋은날 보내셨겠죠?
오랫동안 계속 잔잔한 행복이 물결치듯 프레이야님과 함께하길 기도드립니다! 2012년 행복했어요! 프레이야님 덕분에요! 2013년엔 제가 더 행복하게 해드려야할텐데요...새해복많이받으셔요!

2012-12-2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9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12-2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분들끼리 모여서 하는 말 중에
언제 아이에게 산타클로스는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게 좋을까 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번에 초2인 자신의 아이에게 사실 엄마가 주는거야 했다가 3박4일 울더라는 얘기도...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 하지만, 역시 곱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아이 셋 잘 키우고 계시나요?
고운 일 담뿍 누리는 새해 맞이하세요... 쪼옥~

블루데이지 2012-12-29 13:35   좋아요 0 | URL
큰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알게된것같은데 그 재미를 느끼고 싶은것같아요~
오래도록 순수한 마음이 옅어지더라도 간직했으면 싶어요^^

잘지내고 계신거죠? 달여우님의 뽀뽀 오랜만인거같아요!^^
하시는일 맘고생없이, 육체피로도 심하지않게 쉬엄쉬엄하셔야해요!
코알라 중학생된다지요? 얼마나 이쁠까요?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코알라에게 중학생되면 평생가는 친구 꼭 만들라는 이야기두요...
전 중학교때 친구들과 유난히 죽이 잘맞거든요 ㅋㅋ
2013년도 올해만 같아라 싶으신가요?달여우님?
최고로최고로 멋지고 행복한 날들 만들어보내셔요!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다 추워진터라 아기데리고 갈 엄두가 안나서
아기 깰까봐 신랑한테 조용히 맡기고 혼자 먼저 6시 땡하자마자
다녀왔어요. 투표소에 도착했더니 벌써 많은분들이 투표를 위해.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오늘 느낌좋네요^^ 힘없는.국민들이 민의를 밝히는.일은
투표뿐인것같아요! 꼭 소중한.한표 행사하세요~~ 아이들이.눈뜨자마자 
“엄마 투표하러가자” 하길래  “ 벌써 하고왔는데” 했더니 “역시 우리.엄마야”하네요!ㅋㅋ
아침부터 이래저래 후련하고 상쾌하고 보람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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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2-12-1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죄송해요! 귀한 댓글달아주셨는데.제가.스마트폰.조작.미숙으로
홀랑.페이퍼를.삭제시켜버렸네요~~이눔의 첨단기기가.가끔.이렇게 배신을.합니다!ㅋ
두번쓰는.페이퍼랍니다~~ㅋ
의식.있는.젊은이를 아들딸로.두셔서 좋으시겠어요^오늘하루.행복하게 보내셔요!

saint236 2012-12-1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낮에 애들 무장시켜서 다녀왔습니다.^^
 

죽지 않을 만큼 고단하다.

몸이 마음에게 '나 쉬고 싶어'라는 신호를 보낸지 오래다.

아이가 셋이라 행복과 즐거움이 세배지만 그만큼 고단함도 세배다.

버리고는 가도 놔두고는 못가듯...

셋 모두 안챙기면 안챙겼지 누구는 챙기고 누구는 안챙기는 일은 못한다.

그래도 더욱 더 고단하다.

그렇지만 슬슬 아이들과 이 고단함도 나누어 가져보려고 한다.

충분히 내 아이들이 이 고단함을 덜어줄 능력이 된다는걸 난 이미 느끼고 있기에....

 

몸이 지치고 힘들때 먹으면 큰 위로 받는 음식이 있다.

신랑은 향긋한 겨울냉이로 끓인 뜨끈한 냉이된장국을

큰아이는 계란한개를 까넣은 맵고 달달한 떡볶이를

작은아이는 달콤하게 튀긴 노란고구마에 설탕과 꿀시럽을 버무린 고구마빠스를

난 진하게 우려낸 멸치육수에 채썬 애호박을 얹어 뜨겁게 후루룩 먹는 국수한그릇을.....좋아한다.

 

 

내가 이 뜨끈한 국수로 위로를 받게 된건

아마 장철문 시인의 시집 <무릎위의 자작나무>가 출간된 이후같다.

시집한권 속에 담긴 모든 시들이 다 맘에 와닿을 수는 없지만..

이 시집속의 시들은 모두 읽을수록 특별하다.

특히 그 시집속 시 '흰 국숫발'은 왠지 모를 애잔함이 있다.

시를 읽고 있으면 옛날 국수만드는 가게에서 빨래 널듯 널어져

햇빛에 잘 바르던 국숫발이 생각날것이다.

추위도, 가난도...국수한그릇으로 따뜻해 질것같은 그런 느낌....

혼자먹는 쓸쓸한 국수한그릇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함께 나누어먹는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른 뭔가 특별한 세상같아 보여서...동경한다.

 

장철문 시인께 죄송하지만....

흰 국숫발을 내 페이퍼에 옮겨본다.

 

 

 

 

흰 국숫발

 

                               장철문

 

슬레트 지붕에 국숫발 뽑는 소리가
동촌 할매
자박자박 밤마실
누에 주둥이같이 뽑아내는 아닌밤 사설 같더니


배는 출출한데 저 햇국수를 언제 얻어먹나
뒷골 큰골 약수터에서 달아내린 수돗물
콸콸 쏟아지는 소리
양은솥에 물 끓는 소리


흰 국숫발, 국숫발이
춤추는

저 국숫발을 퍼지기 전에 건져야 할 텐데
재바른 손에 국수 빠는 소리
소쿠리에 척척 국수사리 감기는 소리


서리서리 저 많은 국수를 누가 다 먹나
쿵쿵 이 방 저 방
빈 방
문 여닫히는 소리
아래채에서 오는 신발 끌리는 소리
헛기침 소리


재바르게 이 그릇 저 그릇 국수사리 던져넣는 소리
쨍그랑 떵그렁 부엌바닥에 양재기 구르는 소리
솰솰솰솰
멸치국물 우려 애호박 채친 국물 붓는 소리


후르룩 푸루룩
아닌 밤 국수 먹는 소리


수루룩 수루룩
대밭에 국숫발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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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2-1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에서 막 소리가 들리네요.
이 시인 뒷조사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왜냐하면 이렇게 국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잘 알수가 있나 놀라와서요.
'국수사리 던져넣는 소리'라니 이건 일반 가정집에서 국수 끓일 때에는 보기 힘든 장면,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잖아요?

힘 많이 드시지요. 그래도 늘 긍정의 자세를 잃지 않는 블루데이지님 보면서 반성하곤 한답니다.
언제 한번 따뜻한 차 한잔 하고 싶은 분 ^^

(뒷조사 결과, 저와 시인의 나이가 같다는 것만 알아냈습니다 ㅋㅋ)

블루데이지 2012-12-18 22:06   좋아요 0 | URL
생각만해도 원초적인 내면의 그 무언가가 마구 솟구쳐서 제가 격하게 애정하는 시예요..ㅋㅋ
시인 뒷조사를 너무 살살하신거아니예요..크하하핫..
hnine님께서는 언제나 재치있고,또 쓰시는 글들이 가슴묵직하게 댕댕거려서 읽고 있으면
저도 함께 특별해지는 것같아요...너무 매력있으셔요...

감사드려요!!다시 추워진데요..꼭 건강조심하셔요!

프레이야 2012-12-1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아이 셋 얼마나 몸이 고단하실까요. 그래도 늘 긍정적으로 웃고 행복을 가꾸시는 모습 배우고싶답니다. 제 어릴 적 동네는 국수가 유명해요. 상표로 나와있을 정도로요. 하얗고 가는 국숫발이 널려있는 걸 볼 수 있었죠. 국수는 혼자 먹자고는 잘 해지지 않지요. 여럿이 먹는 음식, 후루룩 소리 경쾌한.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 그 소리를 상상해봅니다. 실뱀 같을까요.^^

블루데이지 2012-12-20 08:59   좋아요 0 | URL
여럿이 먹어야 제맛인 음식 중 하나일듯한 국수이지요^^
어릴적 시골에서 자랄때 연말이면 동네사람들 모여 동네회관에서 맛있게 익은 김장김치와 먹던 국수가 생각나요! 지금도 가끔 친정엄마와 그 얘기하면서 아쉬워한답니다! 아마 국수맛보다는 추억의 맛이기에 더 각별한거겠죠..ㅋ 프레이야님의 국숫발이 널려있었던 어릴적 동네속에 프레이야님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궁금해져요~아마 참하고 어여쁜 아이셨을듯해요~ 날씨가 많이 추워요! 꼬옥 여미고 하루보내셔요!
 
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빠와 아들들이 이구동성으로 모두 재미있다라고 말한다...그림도 유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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