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기다림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참 단아한 여인상.

연인을 생각하는 듯도 하고, 지아비를 기다리는 듯도 하고, 아니면 그냥 생에 대한 명상을 하는 듯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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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 한마당에서 찍은 아이들 사진도 정리할 겸 디카를 살펴보다, 그 전에 8월초 쯤에 찍었던 아들 사진을 발견했다. 게으른 엄마가 제때제때 컴으로 옮겨놓지도 않아서, 새삼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 한 번 여기에 올려본다.


울 아들내미


21kg짜리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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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9-0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아가 보린가요? ^^

여울이 2005-09-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디가나 우량품종(?) 대접을 받죠.
 


학? 백로?

  오늘 애들 데리고 동아리 한마당 갔다가 발견한 조형물이에요.  흰 국화꽃이 피었더라면 더 멋졌을 텐데 좀 아쉬워요.

 

 

 

 


꽃담은 지게

  전통 소품인 지게에 꽃을 멋지게 담아놨더라구요. 이런 데도 지게가 쓰이는구나하고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항아리와 꽃

  역시 전통 소품 항아리와 꽃의 멋진 조화

 

 

 

 

 


꽃지도

  호~  꽃으로 이런 것도 만들어놨더군요.

 나름대로 멋지죠?

 

 

 

 


귀여운 하트 그림

  위의 꽃지도 주위에 깔던 흰돌이 남아서 공간도 메울 겸 만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귀엽죠?

 

 

 

 


봉선화가 만발~

  화단에 봉선화를 잔뜩 가꿔뒀더군요. 꽃이 한창 때는 지난 것 같지만 그래도 예뻤어요.

 

 

 

 


전통춤 추는 언니들(?)

  사진 구도는 영 맘에 안들지만 보너스 사진입니다. 언니들의 전통춤, 멋지더군요.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일어나 어깨춤을 추시기도...

 

 

 

 

  볼거리, 먹을거리 풍성한 축제였어요. 심심해서 책들여다볼 시간이 안 날 정도로...

  그런데... 가을 햇살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아요. 얼굴, 어깨 홀라당 타버렸어요. 

  한여름에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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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9-0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여름 햇살이 뜨거웠나봐요. 저는 오늘 종일 집에서 불어오는 바람만 맞았답니다. 아기자기한 사진, 잘 보았습니다 ^^
 
 전출처 : 플레져 > 한 여자에게서 꺼낸다

한 여자에게서 꺼낸다

나는 꺼낸다, 당신 가슴속에서
내 이름 아닌 누군가의 이름,
열 마리의 죽은 비둘기,
태어나지 못한 두 명의 아기
유효 기간이 지난 슬픔 다섯 개,
곰팡이가 핀 그리움 하나를.

나는 꺼낸다, 당신 가슴속에서
서른세 번 속절없이 지나간 여름,
취해 잠든 열다섯 번의 밤,
한 번 실패한 연애,
구두 뒤축에 묻어온 무수한 바닷가의 모래알들,
언젠가 잃어버린 한 개의 지갑,
빈 담뱃갑처럼 구겨서 버린 꿈,
인생의 텅 빔을 이기지 못했던 절망의 스물한 날들,
아니다, 아니다라고,
포기했던 순간들의 알약 같은 쓰디씀을.

詩 장석주



lee bogie - in th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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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대산세계문학총서 41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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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빨강>에 이어 두 번째 책인가? 터키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말이다. 아, <히스토리언>에도 잠깐 터키 배경이 나오는구나. 터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 동서양문물이 공존하고 이슬람문화가 드리워진 곳. 아라비안나이트같은 환상적인 이야기가 현대에도 살아 숨쉴 것 같은 곳......... 그래서였을까?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고르는데 별 주저함이 없었으니...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노벨문학상 후보답게 이야기 시작부터 매혹적이다. 아나바르자 돌산의 풍경 묘사부터, 하산의 정신이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 그리는 모습에 대가의 관록이 묻어났다. 사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돌산 풍경 묘사에 묘하게 마음이 끌렸던 건 비슷한 경험이 있는 탓이리라. 어렸을 때 혼자 산과 들을 누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냄새가 난달까? 돌산만이 아닌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 어지러움, 끈적끈적한 수렁, 무겁고 진저리쳐지는 그 마을의 공기, 총성, 그리고 피냄새..... 처음 시작부터 날 잡아끈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수렁에 한 발이 빠진 기분이었다. 광기와 분노, 온갖 추잡함과 절망이 소용돌이치는 그런 수렁에 말이다.

  이슬람문화에 ‘명예죄(피의 복수)’이라는 게 있단다. 명예에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피의 복수’를 허락하는 문화. 자비로운 알라를 찬양하는 문화권 이면에 드리워진 어처구니없는 인습이었다. 비판받아 마땅한 인습이고 진작에 없어져야 했지만, 인습이라는 게 얼마나 생명력이 강하던가? 게다가 그 명예라는 게 ‘남성의 명예’, ‘가문의 명예’를 뜻하고, 여성의 몫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참 기가막혔다. 이 소설은 바로 이 ‘피의 복수’의 최악의 경우를 그리고 있다. 어린 아들이 엄마를 죽여야 하는 상황. 설정 자체만으로도 최악인데, 상황을 그렇게 몰고 간 이면에 있는 것들은 더 추잡하다.

  일단 상황을 보자. 에스메 남편 할릴을 죽인 건 압바스인데, 진짜로 할릴을 죽인 사람은 에스메라며 시어머니, 할릴 형제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몰아세운다. 그리고 ‘피의 복수’를 들먹이며, 그 복수를 아들 하산의 손으로 하게끔 끈질기게 종용한다.

  에스메가 잘못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들 관점에서 자기 가문의 명예가 아주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면 자신들 손으로 복수하면 될 일이었다. 그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가문을 더럽힌 여자도 죽이고 명예도 회복하고. 그러나 그들은 절대 직접 안 한다! 그들 자신의 손으론 절대!

  할릴이 죽고 얼마 안 있어 하산의 삼촌들은 하산에게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장총과 비싼 아랍산 말 등을 선물한다. 다른 선물은 그렇다치고 총이라니? 어린아이 손에 총을 쥐어주다니? 그 총으로 무얼 하길 바라는 지 너무 뻔했다. 윤리의식은 어디에다 팔아먹었는지, 문화가 다른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했다.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처음부터 에스메와 할릴의 결혼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할릴이 일방적으로 에스메를 약탈해서 결혼식을 올린 것이었다. 에스메는 그런 결혼생활이 싫어 여러 번 도망쳤다 잡히기도 했다. 이런 에스메가 시어머니 눈엔 아주 못마땅하게 비췄으리라. 에스메는 피해자고 자기 아들이 가해자인데도, 자신의 잘난 아들을 꾀어낸 못된 년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던 차에 자기 아들이 며느리를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살해당했으니, 얼마나 며느리를 죽이고 싶었을까. 비록 실패로 끝나긴 하지만 저주에 저주를 거듭한 끝에 살인청부업자나 친척을 시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에 비해 삼촌들 경우는 좀 다르다. 이브라힘 삼촌은 에스메 형수를 죽이고 싶어하나 섣불리 손대지 않는다. 무스타파 삼촌은 에스메가 죄가 없으나 여기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살해당할 테니 아이는 놔두고 멀리 떠나라고 한다. 알리 삼촌은 에스메 모자를 죽이려다가 차마 못 죽이고 외려 에스메와 결혼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세 삼촌들의 공통점은 직접 자기 손으로 복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에스메를 죽이면 에스메 친정 사람들에게 자기 가문이 복수를 당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피의 복수를...... 할릴을 직접적으로 죽인 게 압바스라는 걸 알지만, 압바스 형제들에게도 칼을 들이밀지 못한다. 자신들이 죽을 지도 모르니까......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에스메 아들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에스메 친척들도 차마 에스메 아들에게는 손을 대지 못할 테니까. 이런 계산이 깔려있는 가운데, 좀 더 그들을 부채질하는 건 할릴과 에스메가 갖고 있는 많은 재산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설정만 본다면 진부하기까지 한 소설인데, 작가는 여기에다 마을사람들과 알리 삼촌의 추한 욕망을 섞어 놓았다.


  알리삼촌은 에스메한테 장가들고 싶다고 한다.

  마을의 한 노인은 허락된다면 에스메 얼굴만 보며 살고 싶다고 한다.

  하즈패거리 아이들도 에스메만은 죽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압바스는 결혼한 에스메를 못 잊고 찾아왔다가 죽었다.

  에스메, 에스메, 에스메........


  지나치게 아름다워 화를 부르는 에스메. 마을 사람들도 평소 에스메를 동경과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여자. 품고 싶은 여자. 그러나 이미 결혼한 여자. 같은 마을에 사는 여자. 매일 만나는 여자. 볼 때마다 욕망에 몸을 떨게 만드는 여자. 여자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들. 그 여자를 향한 동경, 질투, 절망...... 결국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에스메는 사라져야할 분란거리가 아니었을까? 마을사람들의 그런 감정들이 압바스 사건을 통해서 암묵적인 합의를 이루고, 할릴 일가가 에스메를 핍박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한 건 아닐까? 그래서 그토록 추하고 끈적끈적한 냄새가 마을을 떠돈 게 아니었을까.....

  이 소설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하산이 미쳐가는 과정이다. 다수의 광기가 멀쩡한 소수를 어떻게 벼랑끝으로 몰아세우는 지 하산의 심리묘사와 환각을 통해 잘 보여준다. 사건 초기만 하더라도 하산은 정상적(?)으로 느끼고 사고한다. 그러나 도망치는 데 실패하고 마을 사람들과 할머니, 삼촌들의 저주섞인 말을 계속 들으며,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되고 돌파구를 찾아 헤매게 된다. 유령이 된 아버지 이야기까지 등장하는 데에는, 제비집을 뒤엎거나 독수리 둥지를 엎는 등의 소소한 행동들이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할머니집을 불질러버려도 마찬가지다. 억울하게 죽어 붉은 구렁이가 된 아버지 유령이 나타나 복수를 호소하는데, 결국 하산은 더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 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의 옛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었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한 여자의 목숨 정도는 희생되어도 좋다는 식의, 아니 당연히 여자의 희생을 통해 가문의 명예가 바로 세워지고 빛날 수 있다는 발상. 굳이 ‘전설의 고향’류에 나오는 억울한 열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이미 우리네 문화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모습을 터키판으로 각색해서 보는 듯 했다. 더더군다나 이 책의 작가 야샤르 케말이 바로 이 피의 복수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다는 데 할말이 없었다.

  이슬람 문화를 다룬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다. 부르카를 뒤집어쓴 여자들을 보면 같은 인간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머리카락이나 얼굴을 가리는 행위가(심지어 눈이 드러나는 부분이 망사처리된 것도 있다.) 그들을 인간적으로 느끼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대체로 낮고, 남성들의 소유물처럼 취급되는 이면에는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은 인간이되 자신보다 저급한 인종으로, 남성이나 이미 계급상승(?)의 꿈을 이룬 시어머니 등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감내해야 하는 존재로......

  내가 수렁에 한 발을 들이민 것 같은 기분이었던 것도, 이런 식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 인간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받아들인다는 것. 한 여자를 가족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평범한 이 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결국 사람들 마음속에 또아리 틀고 있는 질투와 증오, 편협함 등이, 붉은 구렁이가 되어 하산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을지... 그런 추악한 감정들에 발목 잡힌 사람들이 광기와 저주의 페스티벌을 열고, 하산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건 아니었을지......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다.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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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2005-09-03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보리밭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첫인사를 이렇게 드리게 되네요. 앞으로 자주 알찬 인연으로 만나뵙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플레져 2005-09-0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스마엘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 에도 유사한 관습법이 나온답니다. 역시나 피의 복수. 새책 소개에서 보았는데, 님의 리뷰 덕에 확실해졌네요. 일단 보관함에. 저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소감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방긋 2005-09-1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제가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에요.
thanks to 꾸욱 누르고 갑니다~ ^0^